박물관 공감
한글 공감
한박웃음 참여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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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행사① 한글을 빛낸 인물에게
손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세요! -
참여 행사② 한글날 특집! <2024 한글주간>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보세요 -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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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옛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방가사를 말과 글로 퍼뜨리다
권숙희 낭송가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옛 여성들은 한글을 통해
자신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문학 작품으로 풀어냈습니다.
특히 그들이 남긴 내방가사는 평범한 여성들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소중한 기록입니다.
이번 10월호에서는 내방가사 연구와 낭송을 꾸준히 이어오며 전통을 지켜온
권숙희 낭송가를 만나봤습니다. 권숙희 낭송가와 함께 내방가사 속에 숨어 있는
사라진 옛 우리말을 발견하고,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상상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방가사를 통해 전해지는 과거 여성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일상을
되새겨보는 의미 있는 만남을 전해드립니다.
여성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긴 내방가사
옛 한글과 그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다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한박웃음> 독자님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내방가사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안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내방가사 읊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지금은 대구에서 내방가사와 한글에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작품이 발굴되면 현대어로 풀이하여 발표하고 함께 읽으며 대구 용학도서관에서 ‘내방가사 즐기기’ 동아리를 6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인이나 학생들을 상대로 작은 전시를 곁들인 내방가사 낭송과 함께 강의 활동을 하고 있고, 내방가사 운율을 활용한 현대 가사를 창작하며 내방가사를 소개하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구에 개관한 간송박물관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 전시의 미디어아트 작품에 소리합창단으로 참여하고 있고, 사전 전시 해설 봉사도 하며 매주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 훈민정음 해례본 마지막에 실린 ‘정인지서’를 한글 가사체로 써서 강의하는 권숙희 낭송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덕분에 조선 여성들의 언어와 문화가 이렇게 전해질 수 있었는데요. 한글날을 맞아, 내방가사의 문화적 의미나 가치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옛 여성들이 내방가사를 베껴 쓰는 일은 한글을 익히고 문장을 쓰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었습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멋진 글과 글씨를 쓰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여성들은 주로 할머니나 어머니 혹은 가까운 집안 여성으로부터 한글을 배웠습니다. 내방가사 속에는 글을 썼던 당시의 언어나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어린 신랑 신부가 혼례를 올리는 모습, 신부가 시댁으로 들어가서 어른들께 인사하는 모습, 아기를 가졌을 때 태교하는 모습, 집안 어른의 장수를 기원하는 회갑 잔치 등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시집살이의 어려움 속에서도 음력으로 설에는 윷놀이, 삼월에는 경치 좋은 산이나 들로 나가 꽃으로 떡을 만들어 먹는 화전놀이, 칠월 열엿새에는 기망놀이,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는 쌍륙놀이 등 계절과 상대에 따른 놀이문화도 엿볼 수 있습니다.
▲ 1930년에 쓰인 내방가사 『금강유람가』.
시아버지 장일상이 쓴 글을 며느리 여강이씨가 필사했다.

내방가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되며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내방가사는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 집단 한글문학으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글 연구에서 내방가사가 가지는 의미를 설명 부탁드립니다.

내방가사 중 『덴동어미 화전가』에서는 간단한 한문 글자의 음을 빌려 도리어 한글 쓰기에 활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세 획에 쓸 수 있는 한글 ‘인’자보다 간단한 한자 ‘人’ 자를 쓴다든지 세 획으로 쓰는 한글 조사 ‘을, 를’ 대신 한 획에 쓸 수 있는 한자 ‘乙’자를 쓰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옛사람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귀찮다’는 ‘귀치않다’가, ‘하염없다’는 ‘헤음없다’가 변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방가사에는 지금은 사라진 영남 지역의 방언과 옛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특히 의복, 음식, 태교, 육아, 살림살이 등 여성 생활과 관계있는 언어가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내방가사를 쓰신 할머니들은 아직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거나 옛글 아래아(.)를 쓰는 분이 계십니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광복 후 등 한글은 시기별로 조금씩 달라져 글을 보면 작성한 시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낭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내방가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방가사의 매력은 무엇보다 낭송하기에 가장 편한 4.4조 운율에 있습니다. 읽으면 저절로 노래하는 것처럼 신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경험을 합니다. 제가 가사를 읽으며 심리치료 효과를 보았듯이 우리 할머니들은 오래전부터 내방가사를 통해 스스로 문학치료를 해오신 셈입니다.
내 생각을 쉽게 전할 수 있어
매력적인 ‘한글’

내방가사에서 아름다운 우리말, 지역 방언 또는 지금은 사라지거나 의미가 변한 단어와 문장 중 재미있는 예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는 『덴동어미화전가』에 어려서는 부모님이 ‘어리랑고리장’ 덴동어미를 길렀고 덴동어미가 오십 넘어 낳은 덴동이를 ‘어리장고리장’ 기르는 대목이 나옵니다. 여기서 ‘어리장고리장’은 주로 부모가 자식을 지극히 돌보고 사랑할 때 쓰이는 ‘애지중지’, ‘금지옥엽’과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애지중지’와 ‘금지옥엽’은 한자어지만, 오직 이 가사에서만 볼 수 있는 ‘어리장고리장’은 참 아름다운 우리말인데 지금은 사라져서 안타깝습니다. 또한, 내방가사를 쓰는 지역은 안동 지역의 양반가를 중심으로 봉화, 영주, 청송, 의성, 성주, 영덕, 영천, 경주, 대구 등 그 집안과 혼인을 하는 가까운 지역입니다. 그런데 같은 경북이라도 옛날에는 지역에 따라 방언이 많이 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구와 안동 사이 칠곡 지역에서 1930년대에 쓴 『금강유람가』에는 ‘벽’을 ‘별박’이라고 썼는데 이 지역에서는 지금도 벽을 ‘벼르빡’이라고 합니다. 산꼭대기를 ‘산만당이’, ‘내려다보다’는 ‘늴다보다’로 썼는데 지금도 어른들이 잘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팔짱끼다’를 ‘까끔끼다’로 쓴 글을 보고 어른들께 여쭤보아도 이제는 그 말을 쓰는 사람을 찾지 못했으니 사라진 말이 되었습니다. ‘우케 덕석’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벼를 널어 말리는 멍석’을 뜻합니다. 이제는 벼를 멍석에 널어 볕에 말리지 않으니 이런 말이 저절로 사라지는 겁니다. ‘우케’는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에 나오는 순우리말입니다.
의미가 변한 말로는 연세 드신 어른들이 지금도 흔히 쓰는 ‘이상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아주 좋고 이상적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다른 지역에서 쓰면 ‘이상한’ 즉 ‘비정상적’인 것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오래전 우리 어머니가 대구에서 이웃집 새댁이 업고 나온 아기를 어르며 ‘그 얼라(아기) 참 이상타’라고 했다가 오해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에 나오는 ‘우케’

낭송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가장 우리 말맛이 살아있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내방가사’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고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도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민요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습니다. 특히 시집살이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시집살이가>는 한글을 쓸 줄 아는 영남지역 여성을 만나 드디어 한글로 쓰여 전해지게 됩니다. 바닷가 몽돌이 숱한 파도에 쓸리며 매끈하게 닳았듯이 숱한 입을 거친 『시집살이가』는 우리 말맛이 잘 느껴집니다. 일부를 한번 읽어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내방가사를 오래 연구하고 낭송하시면서 느낀 한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글의 가장 큰 매력은 글쓴이의 생각을 그대로 쉽게 전하는 데 있습니다. 제사 지낼 때 고인을 애도하며 써서 읽는 편지를 제문이라고 합니다. 한글 제문을 읽으면 듣는 사람 누구나 저절로 눈물이 나지만 한문 제문을 읽으면 한문을 아는 사람만 그 뜻을 알고 모르는 사람은 그저 멀뚱멀뚱할 것입니다. 만약 한글이 없었다면 여성이 옆 사람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내방가사를 쓸 수도 없었을뿐더러 누군가 한문으로 썼다 한들 그 글을 읽고 뜻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낭송가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말과 글은 생각을 전하는 도구이지만 말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없습니다. 저는 한문도 영어도 능숙하게 쓰고 읽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글 덕분에 오래전 여인이 쓴 글을 통해 그때 일을 알 수 있듯이, 지금 내가 쓰는 글을 오래 뒤 후손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세종대왕께 매 순간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