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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12. 제 77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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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발 꽁꽁! 겨울에 가기 딱 좋은 곳”
    아이들과 함께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하루 종일~!

    국립한글박물관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한글 교육 프로그램’,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한글 놀이터’,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어린이 전시해설’ 등 어린이를 위한 알찬 콘텐츠가 가득하다.
    곧 겨울방학을 맞이하는 12월, 국립한글박물관에 찾아올 아이들을 위해 다섯 명의 소녀들이 나섰다.

    오전 10시, 개관과 동시에 ‘위풍당당’ 입장하는 다섯 소녀들

    다섯 소녀가 기둥에 몸을 기대고 고개만 빼꼼 내민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네 소녀가 널따란 잔디밭에 3~4m 간격으로 서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 국립한글박물관에 찾아간 이유나, 한수진, 한예진, 김민아, 안시현 어린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처음 맞이하는 겨울방학을 앞둔 민아, 예진이, 시현이, 유나와 5살 동생 수진이는 같은 동네에 사는 단짝 친구들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박물관 개관시간보다도 일찍 도착한 아이들은 한글 나눔마당(별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물관 잔디밭으로 뛰어나가 술래잡기를 했다.

    입장 전부터 한바탕 땀을 흘린 아이들은 박물관 개관 시간인 10시 정각이 되자마자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손에 손을 꼭 잡고 사이좋게 박물관을 향해 걸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때 민아 엄마가 “우리가 오늘 방문한 한글박물관 외경이 아주 근사하지? 이 건물은 한글 모음의 제작원리인 천지인을 형상화시켜 하늘, 사람, 땅을 켜켜이 쌓아 올리듯 한국 전통 가옥의 처마와 단청의 멋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단다”라고 알려주었다. 고개를 들어 박물관 건물을 다시 바라본 아이들은 저마다 ‘멋지다’ ‘궁궐 같다’ ‘우주선처럼 생겼다’면서 감상평을 내놓았다.

    ‘주변에 이렇게 한글이 많았어?’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자연 속 한글 탐험

    아이들이 가장 먼저 참여한 프로그램은 자연물 속 한글을 찾고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자연 속 한글 탐험>이었다. 한글을 활용한 놀이를 통해 시냇물, 나뭇잎, 꽃 등과 교감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한글의 다양한 쓰임새를 알 수 있는 이 교육은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어 호응이 좋다. 자연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드는 요즘 특히 인기가 많다.

    강의가 시작되고, 수업을 위해 모인 참여 가족들은 먼저 강의에 필요한 탐험 도구를 담은 탐험 가방을 받았다. 곧이어 프로그램 안내가 시작되고, 세종대왕과 한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었다. 또한 의성어, 의태어, 색채어 그리고 자음과 모음을 합쳐 글자를 만드는 한글의 제자 원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한 소녀가 돋보기를 든 왼팔을 쭉 뻗었고, 이를 통해 정면을 응시하며 바라보고 있다.

    두 명의 엄마가 아이 네 명을 인솔하며 수돗가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를 손에 쥔 인솔 강사가 아이들에게 낙엽, 바위가 자리한 부분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7명의 어린이와 한 명의 엄마가 바위와 낙엽을 바라보고 있다.

    이후 가족들은 두 개 조로 나뉘어 본격적인 한글 탐험에 나섰다. 한글박물관 옆 용산가족공원에는 숲과 연못, 그리고 폭포 옆을 지나는 산책로와 자연 학습장이 마련되어 있다. 체험 코스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출발해 미르폭포 옆 돌다리와 오솔길을 지나 공원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흙길이어서 어린아이들이 걷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숨어있는 자음과 모음을 찾아보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민아는 천수사 5층 석탑을 보며 자음 ‘ㅁ’을 알아냈고, 유나는 수돗가에서 자음 ‘ㅍ’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한글의 자모음을 닮은 자연물을 찾아보고 활동지에 붙여 자유롭게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다.

    뒷모습이 보이는 강사가 안내책자를 펼쳐보이며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네 명의 어린이가 맞은편에 앉아있으며, 한 아이는 강사를 바라보고 나머지 세 명의 아이는 손에 책자를 들고 살펴보고 있다.

    다섯명의 여자 아이들이 잔디밭 위에 쪼그려 앉아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마와 어린이가 손에 A3정도 크기의 종이판을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종이판 위로는 아이와 함께 찾은 낙엽들이 예쁘게 붙어있다.

    ▲ 자연 속 한글 탐험 활동 모습

    김민아 어린이가 손으로 꽃밭침을 만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정면 사진.“평소에는 시멘트 길만 걸었는데 오늘은 ‘바스락’ 소리를 내는 낙엽을 밟고 나뭇가지에 맺힌 이슬방울도 봤어요. 단풍잎은 빨간색이나 노란색만 있다고 봤었는데 ‘불그스름하고 노릿노릿’ 하다는 단어를 알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또 아파트 화단에서 봤던 작은 나무의 이름이 ‘회양목’이란 걸 알게 되었고, 돋보기를 통해 작고 귀여운 씨앗도 관찰해서 신기했어요.” (김민아)

    한글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한글 놀이터

    점심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남산만 하게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한글 놀이터에 방문했다. 입구에서부터 다른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와 빨리 입장하고 싶은 모습이었다. 한글 놀이터는 5세에서 9세의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한글이 가진 힘과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한글로 다양한 생각을 표현해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이다. ‘쉬운 한글’ 섹션에서는 한글을 만든 원리를 체험하고 자음, 모음, 합자의 한글 창제 원리를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

    세 어린이가 한글놀이터 안에서 노랗게 솟아있는 판 위로 반짝이는 모양의 나뭇잎 등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한 어린이가 한글놀이터 안의 계절 색감을 표현해놓은 돌림판을 돌려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네 어린이가 충격흡수매트에 서로의 몸과 몸을 포개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꺄르르 웃고 있다.

    평소 조용조용한 성격의 시현이와 유나는 ‘표정 짓는 한글’ 코너에서 편지를 적어 마음을 전하고, 한글을 이용해 다양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활달한 성격의 민아와 예진이는 ‘함께 만나는 한글’에서 터치스크린 앞에서 떠날 줄 몰랐고, 막내 수진이는 엄마와 함께 ‘소리를 닮은 자음 글자’ 체험에 푹 빠져들었다. 특히 ‘한글 숲’은 한글의 확장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한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너울너울 초록파도’의 멋진 그래픽을 배경 화면 삼아 춤을 추고 놀 수도 있었다.

    두 명의 어린이가 스크린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체험하고 있다.

    한 어린이가 카메라를 응시한 채 브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다.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소리를 닮은 글자 체험판에서 모음 발판을 체험하며 놀고 있다.

    안시현 어린이가 카메라를 바라본 채 브이자 모양의 손을 얼굴 우측에 갖다 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처음에는 알록달록 예쁘고 신기하게 생긴 곳을 탐험하는 게 재밌었어요. 그러다 그게 한글로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돼서 놀랐어요. 특히 예쁜 글씨를 써보고, 사진을 찍고 내 얼굴을 화면 안에 넣을 수 있어서 새로웠어요. 다음에 친척 동생하고도 같이 놀러 올 거예요.” (안시현)

    전시를 통해 ‘한글의 큰 스승’들을 만나다

    한글박물관에서는 개관 5주년을 기념해 국민들이 직접 뽑은 한글을 빛낸 인물과 숨은 주역들을 소개하는 <한글의 큰 스승> 기획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 민아 엄마가 “얘들아, 너희들은 한글 하면 누가 떠올라?”라고 묻자 아이들은 입을 모아 “세종대왕이요”,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학교에서 배웠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반응을 본 민아 엄마는 “이 전시는 우리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한글로 나라를 지키고, 한자가 최고라고 여기던 시절 한글 보급에 앞장서고, 한글로 새로운 시대를 연 위인들을 만날 수 있어. 집중하고 전시를 보는 것은 좋지만, 사뿐사뿐 걸으면서 다른 관람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자”라고 주의를 준 뒤 입장했다.

    다섯명의 어린이가 나란히 서서 ‘국민이 뽑은 한글의 큰 스승’이라 적힌 전시장 내 벽면을 바라보고 있다.

    
다섯명의 어린이가 세종대왕의 실루엣이 그려진 보라색 벽 앞에 서서 하트를 만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명의 어린이가 고책이 쌓여있는 전시품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

    1부에서는 일제에 국권을 빼앗겼을 때 우리 말과 글로 나라를 지켰던 인물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글을 널리 퍼뜨린 개척자 주시경, 섬세한 감성을 한글로 표현한 시인 윤동주,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도 있었다. 2부에서는 조선 시대의 한문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글로 외국어를 가르친 역관 ‘최세진’과 한글 조리서를 최초로 남긴 여성 사회자선가 ‘장계향’을 만날 수 있었고 3부에서는 한글의 쓰임새를 확장한 인물들에 대해 배웠다. 아이들은 특히 자신들이 아는 인물이 나오면 학구열이 불타올랐고, 헤드폰을 쓰거나 영화관처럼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섹션에 큰 흥미를 보였다.

    이유나 어린이가 카메라를 바라본 채 브이자 모양의 손을 얼굴 좌측에 갖다 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옛날 글씨가 적혀있어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위인전에서 봤던 사람들이 나올 때는 재미있었어요. 저는 세종대왕 할아버지밖엔 몰랐는데 친구들은 방정환 아저씨도 알고, 주시경 아저씨도 알더라고요. 저도 오늘 보고 배운 것을 오래오래 기억해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이유나)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해서 유익함이 두 배! ‘한글이 걸어 온 길’을 걷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어린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해설사가 들려주는 한글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매일 다섯 차례 진행되며, 현장에서 즉석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다섯 소녀도 전시를 관람하러 온 다른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해설사가 들려주는 한글 이야기>에 참여하였다.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함께 해설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전시를 들으니 다섯 소녀의 적극성이 더욱 꽃피었다. ‘네 글자로 구성된 한글의 옛 이름’을 묻는 해설사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 “훈민정음이요!”하고 외쳐 칭찬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시기 한글 사용 설명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간송 전형필의 일화를 들을 때에는 한글을 지켜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10여 명의 어린이가 좌측 좌석에 앉아있고, 해설사는 우측에 서서 전시물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다섯 명의 어린이가 바닥에 앉아 앞쪽 벽면의 전시물을 설명하는 해설사를 바라보고 있다.

    10여 명의 어린이가 태블릿을 들고 설명하는 해설사를 바라보고 있다.

    ▲ 어린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한글 이야기

    상설전시실 관람을 마친 아이들은 한글박물관이 준비한 한글 유물 퀴즈를 풀었다. 한글엽서 위의 유물을 살펴보고 해설사에게 힌트를 들은 뒤 정답을 맞히는 방식으로, 참여자 모두에게 국립한글박물관 스탬프와 작은 선물이 주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반나절을 한글박물관에서 보내며 아이들과 추억을 만든 예진이·수진이 엄마 박성옥 씨는 “이전에는 한글 놀이터만 이용하고 돌아가곤 했는데, 자연 속에서 한글을 찾거나 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면서 “아이들에게 박물관에 가자고 하면 어렵거나 낯선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경험을 통해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예진 어린이가 카메라를 바라본 채 브이자 모양의 손을 얼굴 우측에 갖다 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우리끼리 전시를 봤을 때는 약간 어렵기도 했는데, 해설사 선생님하고 함께 전시를 볼 때는 궁금하면 바로 질문할 수 있고 그 답도 바로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퀴즈를 풀어서 받게 된 선물은 제 마음속 보석함에 넣어서 오래오래 간직하려고 해요.” (한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