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아나운서는 우리말을 지키는 사람” 일상에서 한글 사랑을 실천하는 이지애 아나운서를 만나다
아나운서라는 직업만큼 한글과 우리말을 가까이에 둔 직업이 있을까.
우아한 진행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지애 아나운서는
남편 김정근 아나운서와 10월 9일 한글날에 백년가약을 맺고
첫째 아이의 태명을 세종대왕의 이름인 ‘이도’라고 지을 만큼 한글 사랑에 앞장서고 있다.
안녕하세요? 방송인 이지애입니다. KBS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여러 방송으로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요즘은 건강 프로그램과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육군홍보대사와 적십자 헌혈홍보대사, 승일희망재단의 친선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게 좋았어요. 유치원 시절부터 그날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엄마에게 말하는 아이였죠. 밝은 에너지로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국어책 안 틀리고 읽기’ 시합을 했었어요. 읽다가 틀리면 다른 친구에게 기회가 가는 형식이었는데 안 틀리고 몇 페이지를 읽어서 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선생님께서 “지애는 아나운서 하면 좋겠다.” 하셨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기 때문에 또박또박 소리를 내어서 읽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방송반에 들어가 대본도 쓰고 편집도 하고 진행도 하는 경험을 했어요.
대학에 가서는 일간지 명예 기자 활동도 하고, 시카고로 어학연수를 잠시 다녀왔는데요. 그곳에서 멕시코에서 온 친구를 만났는데 워낙 한국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 영어 배우러 갔다가 한국말을 가르치게 되었지요. 불과 몇 시간 만에 그 친구가 한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말과 글이 전 세계 유일무이한 글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런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지요.(웃음)
한글은 배우기도 쉽고 모양도 소리도 예쁘지요. 특히 형용사는 놀랄 만큼 세분화되어있어서 감정과 상황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특히나 요즘은 K-Culture의 인기로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세월이 참 빨라요. 올해가 결혼한 지 어느덧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당시 남편은 MBC에, 저는 KBS에 아나운서로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에 하면 좋겠다 싶었지요. 마침 그해 10월 9일이 토요일이기도 했어요.(웃음) 장난처럼 ‘한글날 결혼하자’ 했었는데 운명처럼 정말로 그날 부부가 되었네요.
신혼 때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었는데 한글 창제 과정을 담은 이야기였어요. 세종대왕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서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 이름을 세종대왕의 이름인 ‘이도’라고 하자고 했었어요. 첫아이는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갖게 되었는데 여자아이라 다른 이름을 주긴 했지만, 태명은 계획대로 ‘이도’로 했었지요.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가부좌 틀고 점잖게 앉아있을 것 같다고 다들 웃었어요. 실제로 아주 순하고 착한 아이로 태어났어요.
이제 4살이 되었는데 말을 정말로 잘해요. 책을 좋아해서 자기 전이면 엄마랑 책 5권씩 읽고 잔답니다. 한글 교육을 아직 하고 있진 않지만 관심이 많아서 놀이처럼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글은 아직 모르지만 그림책 읽으며 혼자 종알종알 이야기를 만드는 걸 보면 어릴 적 제 모습 같아서 신기해요.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봐요.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세종대왕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면 과연 말이 통할까? 신조어, 줄임말, 비속어가 익숙한 21세기의 우리들을 보면 많이 속상해하실 것 같아요. 당연히 말과 글은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지만, 세계 최고의 과학적인 글자라는 한글와 우리말이 후대에도 교양있고 고급스러운 언어로 계승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니까요.
어릴 적에 저는 꿈이 많았어요. 배구 선수가 되어서 금메달을 따고 싶기도 했고, 군인이 되어서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나운서는 우리말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금메달을 따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나라를 지켜 부강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우리말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자부심을 갖고 우리말과 글을 더욱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7년 차 방송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보내려고 해요. 예전에는 매해 거창한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는 매일매일의 행복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행복한 사람으로부터 좋은 에너지가 나오니까요. 방송인으로서도, 생활인으로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