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개편된 한글놀이터의 문이 지난 4월 5일 활짝 열렸다.
재개관한 한글놀이터는 귀여운 한글 젤리 캐릭터와 함께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한글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어린이를 위한, 전국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공간인 한글놀이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흥미롭게 바뀌었는지
개편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놀이터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한글과 관련된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체험전시관으로 개편됐다. 재단장한 한글놀이터는 ‘한글과 함께하는 나의 특별한 하루’를 주제로 1부 ‘아침 골목길 풍경’, 2부 ‘친구야! 한글놀이터에서 놀래?’, 3부 ‘꿈꾸는 나의 방’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이러한 한글놀이터의 개편을 위해 개성 있는 네 명의 작가가 모였다. 이 가운데 2012년 카셀도큐멘타와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전준호 작가는 전시 연출 자문을 맡았고, 김용관 작가는 전시장 입구의 설치작품을, 김현 작가는 1부의 ‘시끌벅적 우리 동네’ 영상과 간판 체험 공간, 한글 젤리 대표 캐릭터 등을, 김신영 작가는 2부와 3부의 인터랙티브 영상을 각각 제작했다.
#전준호 작가
▲ 한글놀이터 전시장 전경 ▲ o 쌓기 놀이 구조물
국립한글박물관 심동섭 관장님과의 오랜 인연을 계기로 어린이를 위한 전시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박물관의 담당 학예사와 함께 한글놀이터의 개념과 성격 그리고 각 내용에 어울리는 색과 형태를 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영상, 설치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작가들이 제안한 내용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행히 관람객들께서 전시장의 색과 패턴, 디지털과 아날로그 체험의 조화를 ‘만족스러운 점’으로 꼽아주셔서 기쁩니다.
전시장의 색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우리 아이가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을 보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거기에서 받은 인상으로 한글놀이터의 전체적인 색과 톤을 만들었습니다. 참여 작가 모두 개성 강한 작가들이기 때문에 색과 캐릭터에 대한 조율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서로 작업을 자주 공유했기에 완성도 있는 전시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작은 부분까지 협조해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용관 작가
▲ 한글놀이터 전시장 입구 ▲ 한글 젤리 구조물
어린이 체험 전시장의 입구는 대부분 환영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거나 다른 전시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단조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한글놀이터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이며, 체험 전시장의 전체 이미지를 아이들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에, 다른 전시장의 입구와는 다른 느낌으로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관람객들이 두근두근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젤리를 좋아합니다. 유연하게 변하는 말랑말랑한 젤리의 모습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어린이’, ‘자유롭게 변신하는 한글’과 서로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한글은 초성‧중성‧종성을 모아쓰는 글자인데 그 모습이 사이좋은 가족 같아서 젤리 가족 캐릭터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젤리 이미지는 입구의 긴 의자, 젤리가 흘러내리는 듯한 이미지의 사물함, 기둥, 바닥, 조명까지 공간 전체에 담겨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상상이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김현 작가
▲ 시끌벅적 우리 동네 ▲ 디지털 간판 만들기
저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의성어, 의태어 책을 썼고, 한글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작업에 기쁘게 참여했습니다. 특히 한글 자‧모음 캐릭터를 만들어서 각 캐릭터에 맞는 움직임과 특징을 부여하는 작업이 즐거웠는데요. ‘시끌벅적 우리 동네’는 아이들이 일상 공간에서 한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떡볶이 가게의 ‘지글지글’, ‘보글보글’ 소리, 구름이 떠가는 모습 ‘둥실둥실’, ‘뭉게뭉게’, 걷는 모습 ‘저벅저벅’, ‘사뿐사뿐’ 등 소리와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을 감상하고 일상의 다양한 소리를 들어보며 또 다른 표현을 창작해 볼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간판 만들기’ 영상은 아이들이 간판의 이름을 지어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그 체험을 완성하면 해당 공간에 어울리는 영상이 나오도록 제작했습니다. 그 맞은편에 있는 ‘나도 간판 디자이너’는 한글을 익히지 못한 아이들도 쉽게 간판을 디자인해 볼 수 있는 아날로그 체험 공간입니다. 카메라에 실시간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습니다.
#김신영 작가
▲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 꿈에서 만난 한글
저는 2부의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3부 ‘밤하늘에 전하는 이야기’, ‘꿈에서 만난 한글’을 함께 작업했습니다. 2부 영상은 음성인식시스템을 활용했습니다. 어린이 관람객이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8가지 중에 골라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영상으로 한글의 모아쓰기, 풀어쓰기를 체험할 수 있는 영상인데요. 아이들이 글자를 즐겁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한글 토스트, 한글 집게 등 오락적인 부분을 첨가하여 표현하였습니다.
‘꿈에서 만난 한글’은 환상적인 꿈속 나라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ㄱ 한글 젤리가 손에 닿으면 강아지로 변하고, ㄴ 한글 젤리가 손에 닿으면 나비로 변하는 등 화면이 한글 초성 글자와 연관된 사물로 변신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시 준비를 시작했을 때부터 마무리가 된 지금까지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어서 현장을 못 가보는 것이 아쉽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꼭 한글놀이터를 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