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서를 통해 책 속의 인물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신의 세상을 확장한다.
어린이들은 책 속에서 만난 인물과 어떻게 대화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찬 한글 손 편지를 소개한다.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을 읽고
2020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 버금상): 박소연 어린이
안녕하세요. 눈썹 아저씨. 저는 서울에 사는 소연이에요.
요즘 이곳에는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는데, 아저씨가 사는 옛날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겠어요.
저는 외출이 어려워 집에 있으면서 엄마와 수학 문제를 풀어요. 가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더 이상 풀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끝까지 매머드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어요. 아저씨라면 어려운 문제도 계속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저씨는 하나 남은 그늘 자리를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내주어요? 저희 집에는 5살 동생 승우가 있는데, 양보할 때 가끔 힘들어요. 승우는 정말 끝도 없이 떼를 쓴다니까요!
게다가 동생과 싸우고 엄마에게 혼이 날 땐 너무 속상해요. 아저씨가 상냥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겠어요? 앗, 어쩌면 아저씨 산타할아버지예요? 맞아요? 만약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때 마스크를 벗고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어요. 눈썹 아저씨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2020년 8월 2일
박소연 올림
이 책은 공룡이랑 매머드랑 사람이 뒤죽박죽 모여 살던 시대, 어떤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예요. 바로 동물의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창을 들고 다니는, 하나로 딱 붙은 눈썹이 인상적인 눈썹 아저씨지요. 아저씨는 말도 행동도 별나고 엉뚱합니다. 아저씨는 보통의 어른들과는 달라요. 친구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개의치 않아요. 흔히 이런 사람을 ‘괴짜’라고 하는데요, 아저씨가 하는 말은 힘이 세지고 세져서 때로 상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도대체 그 말이 어떻기에 말할수록 힘이 세질까요?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가진 힘
프테라노돈을 타고 달까지 간다는 말에 친구들은 아저씨를 비웃어요. 하지만 아저씨의 손자의 손자, 또 손자의 손자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다녀왔어요. 아저씨가 말한 대로였지요.
그건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자신에 대한 믿음 덕분이에요. 어떤 어른들은 ‘쓸데없는 소리 마라’, ‘그게 되겠냐’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데요, 누구든 그런 말을 들으면 기운이 쭉 빠지고 말아요. 우리가 가진 능력을 믿어 주고, 노력을 인정해 주며, 단점을 꾸짖기보다 장점을 칭찬해 줄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눈썹 아저씨가 하는 말이 말하면 말할수록 힘이 점점 세지는 것처럼요.
출처 : 출판사 책속물고기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 서평 중 발췌
일기 감추는 날을 읽고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버금상): 이소민 어린이
동민이에게
동민아 안녕? 난 5학년 소민이야.
봄에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일기를 매일 써서 지겨워하는 너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방학인 요즘! 난 너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우리 반 방학 숙제가 일주일에 일기 5편인 거야. 물론 주말에는 안 써도 되지만 싫어하는 학원에 매일 가는 기분이라서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어!
너는 방학인데 뭐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코로나19와 7월부터 시작된 장마 때문에 밖에 못 나가니까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라서 일기 쓸거리가 없어. 이젠 내 마음이 이해가 되지?
동민아, 나는 너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알게 되었어. 너는 어른들이 왜 남의 일기를 확인하는지 궁금하고 확인하면 화가 난다고 했지?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특히 엄마가 일기 검사를 하고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긴장이 돼. 그래서 가끔은 나도 일기를 안 쓰고 싶지만 숙제는 선생님과의 약속이니 할 수밖에 없어. 그런데 너는 용감하게 일기장에 당분간 일기를 못 쓴다고 선생님께 편지를 썼잖아. 그래서 선생님께서 가끔은 일기 대신 편지를 써도 된다고 하셨지? 그때 기분이 어땠니? 만약 편지 쓰는 것도 싫다면 선생님께 일기 면제권을 만들어 달라고 해봐. 내가 일기 면제권을 얻는 방법도 알려줄게. 학생이 칭찬을 들을 때마다 선생님이 스티커 1개씩을 주는 거야. 총 5개나 10개를 모으면 면제권을 받는 거지! 내가 2학년 때 그런 식으로 일기 면제권을 받았는데 면제권을 받을 때마다 칭찬을 많이 받았다는 뿌듯함과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
동민아! 지금 나는 숙제라서 억지로 일기를 쓰지만 가끔은 너처럼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너와 내가 만나게 된다면 서로의 일기장을 공유해 보는 건 어때? 나도 너의 일기장을 보고 너도 나의 일기장을 봄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거지.
마지막으로 일기 쓰기를 너무 싫어하는 너에게 일기를 좋아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알려줄게. 첫째, 자신이 마음을 솔직하게 적으며 낯선 일기와의 마음의 거리를 당기는 거야. 둘째, 어른들은 눈이 침침하니까 못 읽게 글씨를 깨알처럼 작게 쓰는 거야. 셋째, 친구들과 일기를 공유하며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 봐. 그러면 일기가 더 친한 친구를 만들어주는 돌다리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꼭 나의 비법을 실천해서 네가 일기를 최고의 친구로 만들었으면 해.
동민아, 나는 너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친구처럼 여기니까 내가 응원해줄게.
그럼 안녕!
2020년 8월 16일 일요일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 소민이가.
동민이는 등굣길에 같은 반 친구 경수가 울타리를 몰래 넘다가 고꾸라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경수 얘기를 일기에 썼는지,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은 경수는 그때부터 동민이를 의심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동민이에게 일기 쓰기 힘든 일이 생긴다.
황선미 씨는 “난 일기장을 감춘 적이 있어. 보일러실에도 감춰 보았고, 벽에 감추고 벽지를 바른 적도 있어. 또 정원에 파묻은 적도 있다.”라고 고백하는 어느 아이의 말을 듣고부터 언젠가 일기를 소재로 꼭 동화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늘 강조한다. 일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며, 그래서 솔직해야 한다고. 그러나 엄마와 선생님이 빤히 들여다보는 거울로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을까. 적당한 고백과 반성으로 거짓 글을 쓰는 건 아닌지 한 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출처 : 출판사 웅진주니어 <일기 감추는 날>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