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제 93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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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우리는 독서를 통해 책 속의 인물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신의 세상을 확장한다.
어린이들은 책 속에서 만난 인물과 어떻게 대화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찬 한글 손 편지를 소개한다.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을 읽고

2020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 버금상): 박소연 어린이

노랑 애벌레에게

안녕? 나도 너처럼 꿈과 이상을 찾아 헤매는 소년이야.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읽고 너에게 무척 많은 공감을 해서 이렇게 너에게 글을 쓰게 되었어.

나도 어릴 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최고인 줄 알았어. 하지만 9살, 10살, 11살이 되면서 꿈을 찾기 시작했지…. 너처럼 말이야. 나는 네가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진 너의 친구들로 이루어진 탑을 올라갈 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 친구를 밟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말이야. 그리고 난 내 자신을 생각해보았지. 너와 난 참 비슷한 것 같아. 또 네가 힘든 행렬 끝에 친구를 떨어뜨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 네가 보았던 건 허공에 수없이 많은 애벌레로 이루어진 탑들이었지. 난 네가 나와 같았기에 응원을 했지만 정상은 아무것도 아닌 허공이었기 때문에 속상하고 안타까웠어.

그리고 나의 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 그러나 넌 아름다운 나비의 등장으로 너의 진짜 모습, 정말로 네가 그렇게 찾았던 꿈을 이루게 되었을 때 내가 나의 꿈을 이룬 것처럼 무척 기뻤단다!! 정말이야!!

어쩌면 난 너처럼 친구들을 밟고 올라서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 또 다른 친구들이 하니까 꿈도 없이 공부해왔었어. 그래서 하기 싫었나 봐….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나도 너처럼 나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믿어. 나도 언젠가는 나의 꿈을 찾을 거야!! 네가 나에게 희망을 주었거든.

그럼 나도 다른 이에게 희망을 줄 나를 기다리며 이만 줄일게. 안녕~

2020년 7월 30일
멋진 나비가 되고 싶은 소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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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썹 아저씨. 저는 서울에 사는 소연이에요.
요즘 이곳에는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는데, 아저씨가 사는 옛날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겠어요.

저는 외출이 어려워 집에 있으면서 엄마와 수학 문제를 풀어요. 가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더 이상 풀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끝까지 매머드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어요. 아저씨라면 어려운 문제도 계속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저씨는 하나 남은 그늘 자리를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내주어요? 저희 집에는 5살 동생 승우가 있는데, 양보할 때 가끔 힘들어요. 승우는 정말 끝도 없이 떼를 쓴다니까요!

게다가 동생과 싸우고 엄마에게 혼이 날 땐 너무 속상해요. 아저씨가 상냥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겠어요? 앗, 어쩌면 아저씨 산타할아버지예요? 맞아요? 만약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때 마스크를 벗고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어요. 눈썹 아저씨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2020년 8월 2일 박소연 올림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
도서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의 표지. 초록색 동그란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땅 위에 갈색 매머드가 있다. 그 위에는 덥수룩하게 머리와 수염을 기른 채, 동물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매머드는 코를 치켜들고 있으며 남자는 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고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남자의 뒤로는 까만 밤하늘이 펼쳐져 있으며, 왼쪽 위엔 노란 초승달이, 밤하늘 전체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공룡이랑 매머드랑 사람이 뒤죽박죽 모여 살던 시대, 어떤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예요. 바로 동물의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창을 들고 다니는, 하나로 딱 붙은 눈썹이 인상적인 눈썹 아저씨지요. 아저씨는 말도 행동도 별나고 엉뚱합니다. 아저씨는 보통의 어른들과는 달라요. 친구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개의치 않아요. 흔히 이런 사람을 ‘괴짜’라고 하는데요, 아저씨가 하는 말은 힘이 세지고 세져서 때로 상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도대체 그 말이 어떻기에 말할수록 힘이 세질까요?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가진 힘

프테라노돈을 타고 달까지 간다는 말에 친구들은 아저씨를 비웃어요. 하지만 아저씨의 손자의 손자, 또 손자의 손자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다녀왔어요. 아저씨가 말한 대로였지요. 그건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자신에 대한 믿음 덕분이에요. 어떤 어른들은 ‘쓸데없는 소리 마라’, ‘그게 되겠냐’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데요, 누구든 그런 말을 들으면 기운이 쭉 빠지고 말아요. 우리가 가진 능력을 믿어 주고, 노력을 인정해 주며, 단점을 꾸짖기보다 장점을 칭찬해 줄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눈썹 아저씨가 하는 말이 말하면 말할수록 힘이 점점 세지는 것처럼요.

출처 : 출판사 책속물고기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 서평 중 발췌

일기 감추는 날을 읽고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버금상): 이소민 어린이

언니, 안녕? 난 성사초등학교 6학년 이예빈이야.
요즘 장마철이어서 비가 많이 오네. 오늘도 비가 왔다가 안 왔다가를 몇 번 반복했는지 몰라. 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우리의 불쾌지수가 올라가잖아. 날씨도 여름이면 불쾌지수가 올라가서 자기 멋대로 비를 내렸다가 안 내렸다가 변덕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어. 요즘엔 변덕이 심하네. 언니가 운영하는 ‘산책을 듣는 시간’은 잘되고 있어? 비가 와서 사람들이 산책을 잘 안 할 수도 있겠다. 난 비 오는 날이 좋아. 비 오는 풍경, 빗소리, 물웅덩이……. 이 모든 것들이 좋아. 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빗소리야. 밤에 잘 때 침대에 누워서 듣는 빗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줘. 어른들께서 비 오는 날을 좋아하면 어른이 된 거라고 하시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와 몸뿐만 아니라 생각과 마음도 어른이 돼야 하는 것 같아.

그런데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크는 것 같아.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7년 정도 남았으니까 그동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키워야겠어. 언니는 아직 어른이 아니지만 언니의 단단함은 어른 못지않은 것 같아. 언니의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엄마는 바다 너머로 떠나보낸 슬픔을 견뎌냈잖아. 게다가 이미 오래전부터 아빠께선 어디 계신지 모르겠는데도 아픔을 견뎌낸 게 대단해. 아마 언니가 사랑하는 사람인 한민 오빠와 아픔을 나누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행복을 함께하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하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맞나봐. 한민 오빠는 언니에게 없어선 안 되는 존재인 것 같아. 나에게 가족을 잃는 상황이 온다면 난 견뎌내지 못할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아주 큰 슬픔을 안는 건데 난 내게 안긴 슬픔을 잘 다독이지 못하고 무작정 떼어내려고만 할지도 몰라. 하지만 언니는 슬픔을 잘 다독이고 함께 나누었지.

언니가 지금 끼고 있는 헤드폰은 노래를 듣기 위해 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난 알아. 사람들은 언니가 헤드폰을 끼고 있으니 당연히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못 들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끼고 있는 거잖아. 언니가 청각장애인인 것은 숨길 필요가 없어. 내가 언니를 알기 전에 난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언니가 불편함 대신 고요함을 느끼는 것을 보며 언니가 건청인을 보며 ‘너무 시끄럽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난 언니가 청각장애인이니 수어로 대화할 줄 알았어. 그런데 언니는 수어를 안 배우고 구어를 배워서 대화하네. 

난 요즘 경기 꿈의 학교 수어 런닝맨 수업을 들으며 수어를 배워. 수어는 언니와 같은 청각장애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배우게 됐어. 수어를 배우는 건 재미 있진 않아. 하지만 수어를 배우고 나서 가족들에게 내가 배운 수어 몇 가지를 알려줄 때 가족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볼 땐 ‘수어 배우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뿌듯함을 느껴. 또 수어를 배우며 내가 아는 동요를 수어로 해보기도 해. 그러다가 모르는 수어는 검색을 해서 배워. 유치원 재롱잔치 때 한 곡을 수어로 표현해서 다 같이 발표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배웠던 수어였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자발적으로 수어를 배우니 수어 한 동작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어. 수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언니를 만나 수어를 알려주고 싶어진다. 난 초보이지만 언니에게 좋은 수어 선생님이 돼줄게. 언니가 수어를 잘하게 되면 같이 대화하자.

내가 언니에게 첫 번째로 알려주고 싶은 수어는 ‘산책을 듣는 시간’이야.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 긴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다고 했지. 그리고 더 긴 여행의 시작으로 한민 오빠와 ‘산책을 듣는 시간’이라는 사업을 시작했잖아. 신청자의 사연을 묻지 않고 오직 그들의 산책을 들어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해. 난 나의 산책을 들려주고 싶어. 내가 매일 걸었던 길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주일에 한 번 걷는 길을 산책 장소로 정해. 나의 평범했던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생각해보며 나의 산책을 들려줄게. 내가 어떻게 나의 산책을 들려주든 언니는 들어줄 테니까. 산책할 때 보자. 나의 산책을 들려줄게.

2020년 8월 7일
-예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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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에게
동민아 안녕? 난 5학년 소민이야.
봄에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일기를 매일 써서 지겨워하는 너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방학인 요즘! 난 너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우리 반 방학 숙제가 일주일에 일기 5편인 거야. 물론 주말에는 안 써도 되지만 싫어하는 학원에 매일 가는 기분이라서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어!

너는 방학인데 뭐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코로나19와 7월부터 시작된 장마 때문에 밖에 못 나가니까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라서 일기 쓸거리가 없어. 이젠 내 마음이 이해가 되지?

동민아, 나는 너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알게 되었어. 너는 어른들이 왜 남의 일기를 확인하는지 궁금하고 확인하면 화가 난다고 했지?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특히 엄마가 일기 검사를 하고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긴장이 돼. 그래서 가끔은 나도 일기를 안 쓰고 싶지만 숙제는 선생님과의 약속이니 할 수밖에 없어. 그런데 너는 용감하게 일기장에 당분간 일기를 못 쓴다고 선생님께 편지를 썼잖아. 그래서 선생님께서 가끔은 일기 대신 편지를 써도 된다고 하셨지? 그때 기분이 어땠니? 만약 편지 쓰는 것도 싫다면 선생님께 일기 면제권을 만들어 달라고 해봐. 내가 일기 면제권을 얻는 방법도 알려줄게. 학생이 칭찬을 들을 때마다 선생님이 스티커 1개씩을 주는 거야. 총 5개나 10개를 모으면 면제권을 받는 거지! 내가 2학년 때 그런 식으로 일기 면제권을 받았는데 면제권을 받을 때마다 칭찬을 많이 받았다는 뿌듯함과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

동민아! 지금 나는 숙제라서 억지로 일기를 쓰지만 가끔은 너처럼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너와 내가 만나게 된다면 서로의 일기장을 공유해 보는 건 어때? 나도 너의 일기장을 보고 너도 나의 일기장을 봄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거지.

마지막으로 일기 쓰기를 너무 싫어하는 너에게 일기를 좋아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알려줄게. 첫째, 자신이 마음을 솔직하게 적으며 낯선 일기와의 마음의 거리를 당기는 거야. 둘째, 어른들은 눈이 침침하니까 못 읽게 글씨를 깨알처럼 작게 쓰는 거야. 셋째, 친구들과 일기를 공유하며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 봐. 그러면 일기가 더 친한 친구를 만들어주는 돌다리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꼭 나의 비법을 실천해서 네가 일기를 최고의 친구로 만들었으면 해.

동민아, 나는 너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친구처럼 여기니까 내가 응원해줄게.
그럼 안녕!

2020년 8월 16일 일요일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 소민이가.

<일기 감추는 날>
도서 《일기 감추는 날》의 표지. 교실을 배경으로 왼쪽에 커다란 덩치의 여자 선생님이 앉아있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코에 걸치고, 빨간색 가디건과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으며 손을 뻗어 앞에 서 있는 남자아이의 어깨를 감싸 쥐고 있다. 선생님 앞에 선 아이는 선생님의 허리춤에 올 만큼 작다. 안경을 쓴 아이는 일기장을 뒤로 숨긴 채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런 아이의 머리 위로 초록색 배경에 제목 ‘일기 감추는 날’이 크게 적혀있다.

동민이는 등굣길에 같은 반 친구 경수가 울타리를 몰래 넘다가 고꾸라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경수 얘기를 일기에 썼는지,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은 경수는 그때부터 동민이를 의심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동민이에게 일기 쓰기 힘든 일이 생긴다.

황선미 씨는 “난 일기장을 감춘 적이 있어. 보일러실에도 감춰 보았고, 벽에 감추고 벽지를 바른 적도 있어. 또 정원에 파묻은 적도 있다.”라고 고백하는 어느 아이의 말을 듣고부터 언젠가 일기를 소재로 꼭 동화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늘 강조한다. 일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며, 그래서 솔직해야 한다고. 그러나 엄마와 선생님이 빤히 들여다보는 거울로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을까. 적당한 고백과 반성으로 거짓 글을 쓰는 건 아닌지 한 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출처 : 출판사 웅진주니어 <일기 감추는 날> 서평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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