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은 국립세종도서관과 함께
오는 5월 30일까지 세종시에서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순회전을 개최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된 특별 순회전, 그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전시 담당자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전시 속 숨은 이야기를 알아보자.
지난 3월 23일부터 국립세종도서관 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세종지역 순회전’은 작년 상반기 세종지역, 하반기 부산지역에서 개최된 이후 두 번째로 진행되는 순회 전시다. 이번 순회 전시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 <낙화유수>(1929)를 비롯한 대중가요 관련 노랫말과 보조자료 등 총 100여 점이 준비되어 있다.
전시 기획 초기부터 부산 순회전을 거쳐 이번 세종지역 순회전까지 참여하고 있는 이정연 학예사는 전시에 대해 “그동안 대중가요 전시들이 음반이나 가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전시는 192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대중가요 노랫말 자체를 조명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말인 ‘노랫말’의 언어 요소에 주목해 노랫말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여기에 담긴 우리말과 글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이번 세종지역 순회 전시의 특징에 대해서 그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표현했다. 전시 공간 자체가 원래 전시의 1/5 수준이라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시장 배경 자체를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시대를 대표하는 4장 ‘열린 세상, 열린 노랫말’로 구성했으며 그 안에 1, 2, 3, 5장을 배치해두었다고 설명했다. 각 장은 시대순으로 나뉘었으며 1장은 최초의 대중가요가 등장한 일제강점기, 2장은 해방부터 한국전쟁기(1945~1950년대), 3장은 경제개발과 민주화 운동기(1960~1980년대)로 구분된다. 마지막 5장 ‘삶의 노랫말, 노랫말의 삶’은 *지명길, **이호섭 등 작사가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이정연 학예사는 “각각의 장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노랫말만 남겨 노랫말의 여정을 짧고 굵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지명길: 최진희 <사랑의 미로>(1984), 혜은이 <파란나라>(1985), 이지연 <난 사랑을 아직 몰라>(1987) 등 다수 작사
**이호섭: 박남정 <사랑의 불시착>(1988), 주현미 <짝사랑>(1989), <잠깐만>(1990) 등 다수 작사
한편, 세종지역 순회전이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보이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 이정연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유난히 공간 조성에 있어 변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시장 전체 벽면에 배너를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현장에 도착해 확인하니 배너에 출력된 색상이 예상보다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현장에서 공간 디자이너가 급하게 재작업을 요청했지만, 시트 수급이 어려워 곤지암에서 세종까지 퀵 배달을 해야 했으며, 결국 현장에서 디자이너와 함께 그래픽 시트 작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일이 있었다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이정연 학예사는 “현장 상황에 따라 수정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정해진 일정과 수정에 필요한 시간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 헤맨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감회를 전했다.
이정연 학예사는 그밖에 전시장을 방문하기 전에 알고 가면 더욱더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들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이른바 모듈형 조감장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종지역 순회전은 전시장 내부를 노랫말로 가득 채웠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초창기 대중가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노랫말들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는데, 각 시대의 특징을 반영해 모듈 형태로 구성함으로써 전시를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세대별로, 관심 주제별로 원하는 전시 구역을 찾아 당시 시대상을 생생하게 느끼며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김광석의 노랫말이다. 방문객들이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하기 전에 김광석의 노랫말을 인용한 구절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코너를 거쳐 가게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이정연 학예사는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질문을 크게 던져 놓았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미디어 아트 체험이다. 이정연 학예사는 따로 마련된 ‘노랫말로 쓰는 사랑의 여정’ 공간에서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랫말로 미디어 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랑’이야말로 시대를 불문하고 대중에게 사랑받은 주제이기 때문에 많은 관람객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연 학예사는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예전과 달리 우리 일상이 얼어붙듯 정지된 것 같고, 이제는 그 정적인 일상에조차 적응해버린 것 같은 요즘, 관람객들이 전시 속 노래 한 소절로 지친 마음을 충전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 우리네 삶을 녹여낸 대중가요 노랫말들이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넬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노랫말의 힘’을 강조하며 “최근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트로트 열풍 역시 그런 ‘노랫말의 힘’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간 이동이나 교류에 어렵기에 이런 순회전을 통해 우리말 노랫말의 맛을 느낄 기회를 다양한 지역민들에게 전해드리고 싶다.”며 “흥의 민족답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2021년 하반기에도 순회 전시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숨 가쁜 일상에 치여 지쳐있다면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세종지역 순회전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