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5월 13일부터 2021년 기획특별전
‘친구들아, 잘 있었니?-교과서 한글 동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속담처럼 전시 공간을 만든 의도를 알고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훨씬 더 풍성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전시 공간디자인과 멀티미디어 작업을 담당한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
이서영 선생님에게 전시 공간에 담긴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친구들아, 잘 있었니?-교과서 한글 동화’는 부모들이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 속 동화를 통해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속을 거닐며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이번 기획전의 특징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기획됐다는 점이다.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고 ‘교과서 속 옛이야기’라는 주제를 쉽게 풀어낸 이 전시는 전시자료 외에도 공간 속에 다양한 디자인 요소와 영상, 체험물을 통해 방문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의 1부는 ‘이야기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책(교과서)의 모습을 그대로 연출하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인국으로 간 ‘걸리버 여행기’처럼 거대한 책들로 이루어진 비일상적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공부를 위한 교과서가 아닌 ‘경험으로서의 교과서’를 공간으로 연출한 것이죠. 2부는 ‘이야기 속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환상적인 색감의 영상과 곡선형 구조를 활용한 ‘숲 속 이야기 세상’을 만들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습니다.”
1부 전시는 책 속 이야기를 만나는 공간으로, 전시 패널 또한 책 속 페이지처럼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그림에 영상을 입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전시가 돋보인다. 이서영 선생님은 “그림에 영상을 입혀 만든 벽면은 교과서 속 ‘삽화’를 차용한 것이며,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관계의 교훈을 어린이의 관점으로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러스트 위에 캐릭터들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대사와 간단한 움직임을 영상으로 연출하여 어린이들이 관계에 대한 교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시장의 색상, 문구들을 보면 방문객을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선생님은 “초등 교과서 속 여러 옛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므로 ‘어린이’와 이야기의 ‘다양성’이 시각적으로 드러나기 위한 전반적인 색상을 계획했는데요. 특히 다양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전시임을 표현하기 위해 전시장내 책 구조들을 알록달록한 색과 문장으로 연출하여 다양성을 표현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책등 위에 연출한 문장은 초등 국어 교과서에서 발견한 ‘더불어 살기’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글귀”라며 “옛이야기가 던지는 주제와 전시장에 연출된 문장들을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라고 관람 팁을 밝혔다.
전시를 돌아보면 왠지 딱딱할 것 같은 한글 정서법 관련 부분까지도 회전 맞춤판을 맞춰보는 재미를 더한 것을 알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관람뿐만 아니라 직접 무언가를 만지며 조작해 보는, 어린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구축에 중점을 둔 것이다. 전시 연출 단계에서는 체험 요소와 거대한 책 구조의 합을 위해 ‘팝업북’의 요소들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덮개를 열어보거나 주머니 속에서 카드를 꺼내 보고, 그림판을 돌리거나 밀어보는 아날로그적 행동을 통해 숨겨진 문장을 찾아냄으로써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각 체험들은 재미 요소이기도 하지만 교과서 속 이야기 뒤에 제시되는 질문들처럼 주어진 내용을 잘 이해하였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2부 전시는 세 개의 면을 가득 채우는 화면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이서영 선생님은 “호랑이, 토끼, 산신령, 도깨비 등 교과서 속 주인공들에 대한 성격과 특징을 살펴보는 곳으로, 동화 세상으로 들어와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도록 했으며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대형 3면 영상을 연출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로 구조와 사인물 그리고 공간 곳곳에 담긴 문장들을 찾아보면 주인공들에 대해 더욱 흥미롭게 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서영 선생님은 이번 전시 외에 또 다른 전시를 기대하는 독자들을 위해 앞으로의 전시 일정도 소개했다. 그는 “국립
한글박물관은 이번 기획특별전 외에 7월 부평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 9월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한글실험프로젝트 ‘형태의 전환’, 11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는 ‘내방가사(가제)’ 등 다양한 기획전과 지역순회전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