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기는 대중적인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그중 <아만자>, <콩벌레 이야기>, <D.P 개의 날> 등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김보통 작가는
최초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의 내용을 판타지 웹툰
<보름달 식당>으로
제작해 현대인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웹툰뿐만 아니라 수필,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화가이자 수필가이고, 시나리오 작가면서 회사를 운영 중인 김보통입니다. 저는 원래 육 개월 정도만 만화를 그려서 등록금을 번 뒤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대학원은 낙방하고 어쩌다 보니 만화를 9년째 그리게 됐네요.(웃음) 김보통이라는 필명도 처음 만화를 시작할 때 사용하기 시작한 건데, 아직 계속 쓰고 있습니다.
최초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과 여중군자 ‘장계향’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가 모르는 위인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도 저처럼 ‘장계향’에 대해서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죠. 이런 사람들에게 ‘장계향’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어요. 회사 직원들과 회의를 한 끝에 판타지를 가미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도출했고, ‘도깨비’ 등을 출현시켜 만들게 되었습니다.
<보름달 식당> 내용 중에 굶주린 모녀에게 밥을 차려주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 이야기는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내용이에요. 현실에서는 모자가 굶어 죽은 사건이었는데요. 엄마와 아들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왔는데, 지원도 끊기고 일자리도 없어서 결국 굶어 죽은 일이 있었어요. 모자는 사망한 지 두 달 뒤에나 발견되었고, 당시 냉장고에 있던 것은 고춧가루 한 병뿐이었다고 해요. 특히 아이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고,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장계향은 과거에 사람들이 굶주릴 때 자신의 곳간을 열어 먹을 걸 만들어줬다고 해요. 그래서 이 사건과 연결해 장계향이 모녀에게 밥을 차려주는 내용을 그렸죠. ‘장계향이 지금 살아있다면 그렇게 굶어 죽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렸어요.
저는 대중들이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싶을 때 웹툰 같은 매체를 소비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때문에 현실의 문제를 외면할 수 있는 내용이 대중적으로는 인기를 얻겠지만,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 거예요. 저는 조금이라도 사회가 변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이야기를 자꾸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대신 저는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해요. 이런 주제는 보통 비장한 분위기로 다루게 되는데요. 그것만으로는 독자들에게 내용이 전달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보통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쓴 약은 먹고 싶지 않죠. 그래서 쓴 약을 먹을 만하도록 달게 만드는 약을 ‘당의정’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웹툰이 이 당의정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고,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거죠. 대중들이 웹툰을 보고 난 뒤에 ‘나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라는 마음을 갖도록 하고 싶어서 늘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으려 해요.
예전에는 서체에 대한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대중들도 작가들도 서체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하지만 요즘에는 서체 종류도 다양해졌고, 저작권 문제없이 웹툰에 사용할 수 있는 서체들이 많아졌어요.
저희는 작품마다 어울리는 서체를 사용하기 위해 여러 서체를 찾아봐요. 특히 제가 맨 처음 그렸던 <아만자> 속 한글 서체에 대한 호응이 높았어요. 작품 내용이 서정적이기 때문에 일부러 손글씨 느낌이 나는 서체를 사용했거든요.
반면에 최근에 브랜드 웹툰을 그릴 때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가능한 한 꾸밈이 덜하고, 적은 공간에 많은 대사를 넣을 수 있는 서체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나눔바른펜’ 서체가 상대적으로 글자의 가로 폭이 좁고 가독성도 좋아서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사를 원고로 작성할 때는 잘 못 느끼지만, 막상 그 대사를 만화 위에 얹으려면 줄 바꿈도 고려해야 해요. 말풍선 공간에 따라 대사가 예쁘지 않게 끊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따라서 대사를 그대로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말풍선 모양에 어울리도록 내용을 다듬고 있습니다.
올해는 성남문화재단이 진행하는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재단에서 제게 의뢰하셨을 때 일정상 맡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드렸지만, ‘한용운 시인’을 맡아달라는 말에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한용은 시인은 꼭 한번 다뤄보고 싶은 인물이었거든요.
이외에도 저는 드라마 네 편, 영화 세 편을 작업 중이고 기업들과 함께 고유 콘텐츠를 만드는 아이피(IP) 개발 작업도 하고 있어요. 또한, 어린이 대상 그림책 프로젝트로 헌법 관련 만화도 준비하고 있는데, 출판사가 원한다면 한글 관련 작품도 만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만화를 계속 그리긴 하겠지만, 조금 더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분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