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제 97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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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코너 기사 그림. 알록달록한 땅 위에 여러 명의 여성이 동그랗게 모여 손을 잡은 채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여성들은 모두 한복을 입었으며 머리를 하나로 땋아 내렸다. 주변은 어둑하게 어둠이 내려앉았으며 오른쪽 밤하늘에는 동그란 보름달이 떠 있다. 여성들 주변으로 구름과 낙엽이 그려져 있다. 그림 아래에는 기사 제목인 ‘한가위와 놀이에 담긴 한글을 알아봐요’가 적혀있다.

기획 기사

한가위와 놀이에 담긴 ‘한글’을 알아봐요

민족의 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 하지만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이 특별히 준비했던 추석맞이 문화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고 말았다.
아쉽긴 해도 모두의 안전이 중요한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 추석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건강하게 보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다가올 추석의 순우리말 ‘한가위’의 유래와
명절날 함께 즐기는 놀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음력 8월 15일 추석은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절 등으로 불린다. 이중 추석의 순우리말인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을 의미한다. 또한, ‘가위’라는 말은 신라 유리왕 때 부녀자들이 즐겨한 길쌈놀이에서 유래됐다는 기록을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리이사금 9년(32)] 왕이 이미 6부를 정하고 나서 이를 반씩 둘로 나누어 왕의 딸 2명으로 하여금
각각 부(部) 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무리를 나누어 편을 짜서 가을 7월 16일부터 매일 아침 일찍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서 길쌈을 하도록 하여 밤 10시 무렵에 마쳤는데,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따져 진 쪽은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쪽에게 사례하였다.
여기에서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歌舞百戲)가 모두 벌어졌으니, 그것을 일러 가배(嘉俳)라고 하였다.

- 『삼국사기』권 1, 「신라본기」 제1 유리 이사금 /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

길쌈놀이를 하는 그림. 누렇게 바랜 종이에 베를 짜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복을 입은 여인들이 베 짜는 기계에 앉아 베를 짜고 있으며 그 뒤로 어린아이를 업은 늙은 여인과 어린이가 같이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길쌈, 《단원 풍속도첩》
출처 : e뮤지엄 국립중앙박물관
넓은 운동장에서 길쌈놀이를 하고 있다. 하얀색 소복을 입은 여인들이 베 짜는 기계 주변을 돌고 있다. 한 여인은 베 짜는 기계 앞에 앉아있다. 하얀색 한복을 은 남성은 그 곁에 서서 기다란 나무장대를 들고 서 있다. 길쌈놀이를 하는 이들 뒤로 화려한 깃대가 보인다. ▲ 서천저산길쌈놀이
출처 : 문화재청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라 길쌈놀이에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나 놀이로 갚았다는 ‘가배’가 ‘가위’로 변한 데는 다양한 추론이 존재한다. 그 중 신라, 통일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경상도의 방언에서 ‘ㅂ’이 ‘ㅜ’로 바뀌는 변과를 거친 변형(더버→더워)이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흔히들 신라시대 길쌈놀이를 8월 15일이 놀이의 마지막으로 보고 추석의 기원으로 삼지만, 각지에서 가을의 한가운데 날 추수하며 즐긴 축제와 만나 ‘한가위’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추석 때 가장 많이 쓰는 덕담 중 하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다. 여기에는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사이의 쾌청한 가을 날씨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더불어 벼가 무르익고 먹거리가 풍성해진 이때에 즐거운 놀이로 밤낮을 지내므로, 이날처럼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고자 하는 바람도 담겨 있다.

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누리소통망 게시글. ‘On behalf of Jill and our entire family, I want to wish the Korea-American community a happy Chuseok. May your celebrations be filled with laughter, joy, and plenty of good food.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가 적혀있다.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지난해 추석 미국 내 한인들에게
누리소통망를 통해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라고 한글 인사말을 전했다.

한가위 대표적인 놀이

한가위의 대표적인 놀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강강술래(중요유형문화재 제8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다. 강강술래는 한가위 밤에 호남지역에서 여성들이 즐겨 하던 집단놀이로 이를 통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과거에는 농촌의 젊은 여성들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밤에 외출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놀이 방법은 서로 손을 마주잡고 동그랗게 원을 지어 노랫가락에 맞춰 돌아가며 춤을 춘다. 처음에는 느린 가락인 진양조에 맞춰 추다가 점점 도는 속도를 빨리해 춤을 춘다. 특히 앞소리꾼이 노래를 부르면 놀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강강술래’하며 뒷소리를 받아친다.

성님성님 사촌성님, 강강술래, 시집살이 어떱디까,
강강술래, 고초장초 맵다해도, 강강술래, 시집살이 더맵더라, 강강술래.

- 강강술래 노래 /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

강강술래는 전승 현장에 따라 ‘강강수월래’, ‘광광술래’, ‘광광수월래’ 등으로 불렸는데 이 중 강강수월래는 시대적으로 강한 오랑캐가 물을 건너온다는 뜻으로 한자음으로 풀이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한자어 계열의 낱말인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가 용도를 잃고 순우리말 ‘강강술래’가 널리 쓰이면서 이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 한가위 놀이에는 멍석을 쓰고 소나 거북이 모양으로 가장해 집마다 찾아다니며 즐겁게 놀아주고 음식을 나눠 먹던 ‘소놀이’와 ‘거북놀이’가 있다. 또한 훈장이 차례를 지내기 위해 고향으로 가면 그때를 틈타 서당의 학생들이 나무로 가마를 만들어 먼저 부서지는 것으로 승부를 내던 ‘가마싸움과 원놀이’, 마을에서 힘이 센 소를 뽑은 ‘소싸움’ 등 다양하다.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을 찍은 흑백 사진이다. 오래되어 보이는 기와집 앞마당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동그랗게 모여 손을 잡은 채 강강술래 놀이를 하고 있다. ▲ 전남 진도 강강술래
출처 : e뮤지엄 국립중앙박물관
소싸움 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으로 누렇게 바래있다. 뒤로 산이 보이는 널찍한 평야에서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 앞에선 소 두 마리가 서로 머리를 들이받으며 싸우고 있다. 그 곁에서 소의 주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 진주 명물 소싸움
출처 : e뮤지엄 수원광교박물관

돌아오는 추석 명절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 친지들이 원활하게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서로 조심하지 않으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긴장감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이처럼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추석을 맞아 마음마저 멀어지지 않도록 가족 친지 또는 지인들에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응원의 인사말을 건네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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