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제 97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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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물결 배경에 다섯 명의 운동선수 그림이 합성되어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활을 겨누고 있는 양궁 선수, 배트를 들고 있는 야구선수, 발차기하는 태권도 선수, 리본을 휘두르고 있는 리듬체조 선수, 공을 차려고 하는 축구선수이다.

매체 속 한글 쏙쏙

올림픽 속 한글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환희와 눈물, 열정과 노력이 가득했던 2020년 도쿄올림픽이 지난 8월 8일에 막을 내렸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각국의 언어가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룬 가운데,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한글이 유독 눈에 띄었다.
치열한 경쟁의 순간에서 꿈과 희망을 전한 한글을 살펴본다.

태권도 띠에 선명하게 새겨진 한글

빨간색 태권도 보호장비를 착용한 아드리아나 선수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격하게 환호하고 있다. 그녀는 보호장비 아래 하얀색 태권도복에 검은색 띠를 착용했으며, 그녀의 검은 띠에는 ‘기차 하드, 꿈 큰’이라는 한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진 중 한글 문구 부분만 따로 확대되어 강조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경기 중인 아드리아나 선수와 한글이 적힌 검은띠
(출처: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 인스타그램)

스페인 출신 태권도 선수인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Adriana Cerezo Iglesias)의 검은 띠에 적힌 한글 ‘기차 하드, 꿈 큰’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유난히 주목을 받았다. 얼핏 보기에 이해하기 힘든 이 문장은 사실 ‘Train hard, Dream big(열심히 훈련하고, 크게 꿈꿔라)’를 번역한 것으로, 번역이 잘못되는 바람에 엉뚱한 문장이 되었다. 비록 잘못 번역된 문장이지만, 반듯하게 새겨진 한글 덕분에 그녀의 꿈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흰색 태권도 도복에 검은 띠를 착용한 키미아 선수가 연습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파란색 매트 위에 앉은 그녀는 긴 머리를 하나로 땋았으며, 한쪽 다리를 쭉 뻗은 채 발끝을 향해 손을 뻗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그녀가 착용한 검은 띠에는 ‘태권도’라고 한글이 적혀있다. 한글 문구 부분만 따로 확대되어 강조되고 있다.▲ 몸을 풀고 있는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 선수와 한글이 새겨진 검은 띠
(출처: IOC 홈페이지 영상 캡처)

한편 난민 대표팀의 태권도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한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Kimia Alizadeh Zenoorin)의 띠에는 ‘태권도’가 한글로 적혀있었다. 그는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이란 대표선수로 출전해 이란 여성 최초로 하계올림픽 메달을 땄었다. 하지만 키미아는 지난 2020년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를 떠나겠다고 선포했으며, 독일에서 난민의 신분을 인정받아 도쿄올림픽에 난민 대표팀으로 참가했다.

비록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하며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히잡을 벗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었다. 자신이 힘들 때 태권도로 희망을 얻었다고 말하는 키미아는 태권도 띠에 자신에게 희망을 준 ‘태권도’를 새겨넣었다. 이처럼 선수들의 희망을 담은 한글이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다.

꿈을 위해 귀화한 선수들의 한글 이름

머리를 반듯하게 올려묶은 전지희 선수가 경기장에서 찍은 셀카이다. 그녀는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있으며, 운동복 가슴께에는 태극마크가 새겨져 있다. 그녀는 무선 이어폰을 꽂고 있으며 카메라를 향해 살짝 미소짓고 있다.▲ 전지희 선수
(출처: 전지희 선수 인스타그램)
경기장 밖에서 오주한 선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파란색 바람막이를 입고 있으며 뒷짐을 진 채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 카메라맨은 커다란 카메라를 어깨에 이고 오주한 선수를 촬영하고 있다.▲ 인터뷰 중인 오주한 선수
(출처: 청양군청 홈페이지)

올림픽에서 꿈을 찾아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 출신의 여자 탁구 대표팀 전지희 선수는 본명 ‘티엔민웨이’ 대신 한국 이름 ‘전지희’를 선택했다. 또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마라톤 대표로 처음 출전한 케냐 출신의 오주한 선수도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에서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이 담긴 ‘오주한’으로 개명했다. 이외에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또 다른 여자 탁구 대표선수 최효주 등 여러 선수가 한글을 사용한 한국어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 선수들은 자신의 꿈인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국으로 귀화했다. 자신의 원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 개명을 한 선수들의 이름에서 그들의 간절한 꿈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터키에서 날아온 한글 감사 편지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 누리소통망에 올라온 한글 편지. 사진에는 커다랗게 ‘감사합니다’가 적혀있으며 그 아래로 ‘한국의 친애하는 친구 여러분, 생명의 원천인 삼림이, 터키와 세계 여러 곳에서 일주일 동안 불타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서서 수천 그루의 묘목을 아낌없이 기부함으로써 당신의 지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여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맡겨주신 묘목을 오랜 우정처럼 지켜주고 가꾸고자 합니다. 고객님의 친절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가 적혀있다. 뒤에는 나뭇잎이 달린 나무뿌리가 연하게 그려져 있다. 그 아래에는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의 약자인 ‘CEKUD’와 마크가 삽입되어있다.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
누리소통망에 올라온 한글 편지
(출처: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 인스타그램)

한글은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도 돋보였다. 여자 배구 8강전 경기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에게 패배한 터키 여자 배구 대표팀은 경기 후 유난히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대규모 산불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본 자국에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좌절됐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알게 된 한국 배구 팬과 대중들은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CEKUD)에 묘목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해당 단체의 누리집에서는 배구 선수 ‘김연경’의 영문 이름 혹은 ‘Team Korea(팀 코리아)’로 묘목을 기부하거나 자신의 한글 이름으로 기부한 사람들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터키를 도우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도 엿볼 수 있다.

이에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는 자신의 누리소통망 계정에 한글로 쓰인 편지를 게재했다. 편지에는 묘목을 기부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가 적혀있었다. 단순히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화합을 도모하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이 한글 편지 속에 담겨 있었다.

도쿄올림픽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글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역시 올림픽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져 세계 각국에 퍼지길 기원한다.

*본 기사는 매체 속 한글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기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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