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은 마가리타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를 탔다.
유학 준비를 빠듯하게 했기에 한국과 한글에 대해 충분한 예습을 하지 못해 걱정이 앞섰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차츰 외국어로 하는 소통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어느덧 한국에 온 지 4년째가 되었다는 마가리타.
먼 나라에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외로워지기도 하지만,
“화이팅!”을 외치며 마음을 다잡는다는 그녀를 만나보았다.
▲ 마가리타
즈드라베이떼!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저는 불가리아에서 온 마가리타라고 합니다. ‘즈드라베이떼’는 불가리아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랍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움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저는 대학 공부를 마친 뒤 고국에서 한국학 학사 과정을 밟았어요. 그러던 중 4학년 때 한국과 관련한 언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인연이 이어져 좋은 기회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산하의 대학원에 입학하며 한국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동아시아 전반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학을 공부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와 현지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유학 준비 기간이 짧은 것이 아쉬웠어요. 한글이나 한국어, 맞춤법 등을 더 익히고 싶기도 했거든요. 사실 한국은 유학하기 굉장히 좋은 나라 중 한 곳이에요. 예를 들면 장학금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고, 한국어학당 비용이나 생활비를 지원해주기도 하죠. 저에게 온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하고 싶었죠.
행운의 여신이 함께한 것인지, 한국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친절했어요. 저의 한국어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와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나갔죠. 현실에서 마주한 한글은 교과서 배운 것과는 많이 달랐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글, 그리고 한국어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죠. 모두가 알겠지만, 한글의 장점은 소리가 나는 대로 글자를 적을 수 있다는 것이기에, 한글 쓰기를 배우는 것은 비교적 쉬운 편이죠. 특히 모음과 자음이 합쳐져 하나의 글자를 이룬다는 것이 굉장히 독특해 보였어요. 대부분의 글자는 하나의 글자를 나열해서 단어를 만들기 때문에 그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 볼 때 한글은 비슷하게 생긴 글자가 많고, 그 발음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익히기 힘든 문자 중 하나였거든요. 예를 들어 그, 거, 고, 구 모두 하나의 발음처럼 들리기 일쑤였기에 쓰기와 듣기 연습에 매진했어요. 어느덧 한국에서 산 지 4년이 되었기에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제가 하는 일은 연구 분야라 앞으로도 실력을 늘리기 위해 매진할 계획이에요.
제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의 지인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굉장히 즐거워요. 그러나 늘 불가리아에 있는 가족이 그립기도 해요. 특히 요즘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국경을 넘어 왕래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혼자 ‘화이팅!’을 외쳐요. 일명 콩글리쉬(한국어식 영어)라고 하지만, 이 단어 안에는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영어의 ‘파이팅’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야말로 한국적인 단어랄까요.
앞으로도 저는 한글로 논문을 쓰고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금은 사전과 번역기의 도움을 받지만, 오직 제힘으로 논문을 써보는 것이 목표랍니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루빨리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싶어요. 전통적인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보고 리스트업하고 있답니다. 저는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편이고, 또 제 에너지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런 달콤한 상상을 하며, 제 인터뷰를 보는 모든 분들도 ‘화이팅’하며 오늘을 살아가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