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15호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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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개량 한복을 입은 이호신 화가가 앉아있다. 그의 작품 <한글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별>이 배경으로 있는데, 노란색 달 주위로 짙은 파란색 배경에 한글과 별이 군데군데 그려져 있다.

반갑습니다 “한글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별”
화가 이호신

한글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림과 어우러진 한글은 어떤 모습일까?
‘한글 뜻그림’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펼쳐내고 있는 화가가 있다.
한글을 사랑하는 화가, 검돌 이호신 화백의 한글 이야기를 들어본다.


Q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짙은 회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이호신 화가가 대나무 숲에서 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이호신 제공)

안녕하세요? 이호신입니다. 지금은 귀촌(2010년)하여 지리산골 산청(남사예담촌)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화가로 어려서부터 붓글씨를 써 왔고 그 영향으로 수묵화 중심의 작품을 발표해왔습니다. 그동안 25회의 개인 작품전을 열고 24권의 화문집을 냈는데요. 주로 사생(寫生)을 통한 ‘생활 산수화’를 그립니다. 또한 약 30년이 넘게 한글의 아름다움과 조형, 그리고 시대성에 관한 내용도 그리고 있는데요. 이처럼 한글을 바탕으로 한 작업은 ‘한글 뜻그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작업을 여러분께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매우 기쁩니다.



Q

화백님께서는 한글에 담긴 내용을 이미지로 극대화하고 시각적 공감을 자아내는 작업을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한글을 소재로 작업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그림의 소재로 한글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우리말과 한글은 우리 삶의 공기이자, 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신과 문화의 상징인 한글을 사랑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어떻게 하면 한글을 통한 나눔의 장(場)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시와 문구, 표지 제목, 간판 등의 글씨를 꾸준히 쓰며 서체의 변화를 스스로 만끽했습니다. 나아가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을 접목해 독립적인 장르를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한글 뜻그림’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호신 화가의 작품 <바람>. 옅은 회색 배경에 한글로 크게 ‘바람’이라 그려져 있고, 나뭇잎들이 휘날리고 있다.

이호신 화가의 작품 <술>. 옅은 주황색 배경에 한글로 크게 ‘술’이라 그려져 있고, 글자 중간중간에 술잔이 놓여있다. 오른쪽엔 작은 글씨로 ‘그대에게 권하노니 한잔술로 슬픔을 비우고 두잔술로 자신을 잊으라’라고 적혀있다.

이호신 화백의 (왼)<바람>, (오)<술>
(출처 : 이호신 제공)

Q

‘한글 뜻그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한글 뜻그림’은 한마디로 ‘글씨에 뜻을 새기고 얼을 심으며, 생명을 불어넣는 작품’입니다. 풀어서 말씀드리면 ‘표음문자인 한글의 이미지를 글씨와 그림의 행복한 만남으로 구성하는 일’입니다. 작업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주제를 정하고, 알맞은 서체와 그림을 구상합니다. 이에 더해 우리 전통 한지의 우수한 질감과 염색기법을 바탕지로 사용하지요. 이 방법을 통해 다양한 시각적 변주와 감동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 가지 재료(크레파스, 아크릴물감, 탁본 기법 등)를 사용해 새로운 한글의 조형과 아름다움을 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호신 화가의 작품 <산다는 것은 꽃소식을 듣는 일>. 하늘색 배경에 크게 ‘산다는 것은 꽃소식을 듣는 일’이라고 그려져 있고, 배경으로 겨울 나뭇가지들이 그려져 있다.

이호신 화가의 작품 <소리의 숲>. 노란색과 초록색, 빨간색 배경에 크게 ‘소리의 숲’이라 그려져 있다.

이호신 화백의 (왼)<산다는 것은 꽃소식을 듣는 일>,
(오)<소리의 숲>
(출처 : 이호신 제공)

Q

지난해 10월엔 한글날을 맞아 『화가의 한글사랑』이란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A

저의 ‘한글 뜻그림’을 체계화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해 여러 전문가를 모시고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추천의 글을 주셨기에 출판을 기획하게 됐고 30여 년간 제작한 작품을 선보일 『화가의 한글사랑』(2022년, 뜨란 출판사)을 출간했습니다. 책은 작품과 함께 제작 당시의 단상을 넣어 시(詩), 서(書), 화(畵)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여 꾸몄습니다. 자문위원으로 이동국(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 김양동(계명대 석좌교수, 미술학 박사), 조수현(서예가, 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정현숙(미술사가, 서예 이론),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님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Q

‘한글 뜻그림’ 중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나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실까요?

A

사실은 어떤 작품에나 제작 당시의 마음과 붓 길이 오롯이 서려 있지요. 그중에서도 우연사출(偶然寫出)이라고, 감흥이 솟아오를 때 붓을 든 작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비평가들의 안목과 평가 또한 빌려서, <꽃>, <불>, <물>, <술>, <바람>, <소리의 숲>, <산다는 것은 꽃소식을 듣는 일>, <오늘> 등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이호신 화가의 작품 <꽃>. 옅은 회색 배경에 크게 ‘꽃’이라는 꽃 모양과 비슷한 글자가 그려져 있다. 그 주위로 빨간색, 노란색 꽃이 있으며 곤충들이 ‘꽃’ 글자 주위에 모여있다. 상단엔 작게 ‘너의 향기 세상의 입맞춤’이라 적혀있다.

이호신 화가의 작품 <불>. 옅은 주황색과 빨간색 배경에 크게 ‘불’이라는 불 모양과 비슷한 글자가 그려져 있다. 왼쪽엔 ‘생명의 불씨 죽음의 불길’이라 적혀있다.

이호신 화백의 (왼)<꽃>, (오)<불>
(출처 : 이호신 제공)
Q

최근엔 한글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태주 시인과 협업해 『함께 가자 먼 길』이란 책을 선보이셨는데요. 두 분 사이에 ‘한글 사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평소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해 시인이 쓰신 시 ‘다시 천년을 넘어-백제금동대향로’로 작품을 제작한 것이 만남의 계기가 됐습니다. 그 후 시인께서 자신의 시와 저의 글씨, 그림으로 함께 시화집 출간을 제안하셔서 이루어진 결과물이 『함께 가자 먼 길』 (나태주 시, 이호신 그림, 출판사 푸른길)입니다. 시인께서 보내 주신 많은 시집 중에서 그림 소재로 의미를 둔 77편을 골라 제작했습니다. 시인의 특별한 배려와 화가의 만남이 시, 서, 화로 새롭게 선보인 책입니다.

『함께 가자 먼 길』 속 작품 <화염>. 상아색 배경에 분홍색 꽃 모양이 그려져 있고, 나태주 시인의 <화염> 시구가 쓰여 있다. 꽃 주변엔 벌과 나비들이 그려져 있다.

『함께 가자 먼 길』 속 작품 <눈물 찬 讚>. 하늘색 배경에 파란색 큰 물방울이 그려져 있고, 주위에 작은 물방울들과 꽃들이 둘러 있다. 큰 물방울엔 나태주 시인의 <눈물 찬 讚> 시구가 쓰여 있다.

『함께 가자 먼 길』 속 작품들
(출처 : 이호신 제공)


나태주 시인께서 “시는 음미의 시간과 해석이 필요하지만, 글씨와 그림은 단박에 내용의 본질을 꿰뚫게 해준다. 즉 시에 날개를 달아주는 형식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해 주셨습니다. 이 작업 또한 한글을 널리 사랑하는 ‘한글 뜻그림’의 형식에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화백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앞으로도 한글 창제의 본질, 즉 ‘훈민정음’이 지닌 큰 뜻을 살펴서 작업할 것입니다. 세종대왕의 애민 사상이 우리는 물론 세상에 민들레 꽃씨처럼 번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한글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별’이라고 여기며 한글의 고마움을 나누려고 합니다. 한류의 시대를 맞이하여 시각예술의 또 다른 면목을 ‘한글 뜻그림’으로 전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나아가 한글이 세계 속에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이 일에 동참하는 작가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 백악미술관에서 3월 2일부터 8일까지 ‘한글사랑 한글 뜻그림’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 좋은 인연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호신 화가의 작품 <한글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별>. 우주를 연상케 하는 짙은 남색 배경에 노란색 달이 그려져 있다. 그 안에는 ‘한글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별’이라고 크게 그려져 있다. 배경 군데군데에는 한글과 별이 그려져 있다. 이호신 화백의 <한글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별>
(출처 : 이호신 제공)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