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21호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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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과 갈색으로 만들어진 낡은 언더우드 영문 타자기가 놓여있다. 그 주위엔 복원을 담당하는 듯한 남자 두 명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왼쪽 남자는 서류를 들고 있고, 오른쪽 남자는 사다리를 타고 타자기 근처로 올라가고 있다.

소장품 이야기 언더우드 영문 타자기의
복원 과정 속으로!

미국 언더우드사의 타자기

‘탁탁탁탁 티링~’ 타자기를 보면 영화 속에서 들었던 경쾌한 소리가 생각납니다. 컴퓨터 키보드를 치면 화면에 원하는 글씨가 쓰이지만, 타자기는 종이에 바로 글씨를 만들어 냅니다. 키보드의 조상 격인 타자기는 컴퓨터 키보드처럼 틀린 부분을 지우기 위한 ‘DEL(삭제)’과 같은 버튼이 없고, 아예 종이를 새것으로 바꾸어야 했지요. 또 컴퓨터 자판은 화면에서 커서가 움직이지만, 타자기는 종이가 움직였습니다. 글쇠를 누르면 글쇠에 이어진 활자가 있는 긴 글자쇠가 종이를 때려 찍히기 때문에 지금처럼 글쇠를 살살 누르지 않고 힘껏 두드려 타닥타닥 소리가 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글자를 굵게 혹은 진하게 쓸 때, 똑같은 글자를 한 번 눌러 찍은 뒤,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다시 똑같은 위치에서 버튼을 눌러 찍히는 방법을 이용했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타자기는 미국 언더우드사에서 1917년에 제작된 것으로 흑색과 적색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언더우드사는 약 5백만 대의 타자기를 생산한 회사로, 언더우드사의 포터블 타자기를 개조해 현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송기주 네벌식 타자기를 만든 것을 비롯하여 타자기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회사입니다.

타자기의 보존처리는 이러한 역사적인 중요성을 보존하고 장기적으로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일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식, 파손 및 자연적 노화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보존처리 작업은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복구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타자기의 구조를 이해하고 사용된 재료를 분석기기로 확인하여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과 계획을 수립하여 보존 처리했습니다.

처리 전 조사

보존처리 전에 상태를 조사하고 현미경으로 세밀한 관찰을 진행하여 현재 유물의 상태를 파악하였습니다. 또한 금속, 도료, 고무 부품, 먹끈 등 다양한 재질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언더우드 타자기 보존 처리 전 기울어 있는 전면 사진이다. 타자기 왼쪽이 오른쪽보다 살짝 밑으로 기울어져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보존 처리 전 기울어 있는 후면 사진이다. 타자기 오른쪽이 왼쪽보다 살짝 밑으로 기울어져 있다.

▲ 보존처리 전 기울어 있는 타자기의 전면과 후면

타자기의 크기는 가로 28.5㎝, 세로 31㎝, 높이 24.2㎝이며 무게는 12.63㎏로 다소 무겁습니다. 타자기 아래의 오른쪽 다리 두 부분이 손상이 있어 왼쪽 다리가 타자기 전체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먼지와 이물질이 두껍게 쌓여 있었으며, 타자기 자판의 덮개와 활자는 변색되어 있었습니다. 타자기의 도료 일부가 벗겨져 금속이 노출되어 부식된 상태였습니다. 타자기 다리에 사용된 고무 부품은 오랜 세월이 흘러 딱딱하게 굳어져서 부스러지고 갈라지고 있었어요.



언더우드 타자기 세부 모습 사진이다. 아래쪽 부분에 흠집이 나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세부 모습 사진이다. 타자기 곳곳이 낡아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세부 모습 사진이다. 상부에 녹이 슬어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세부 모습 사진이다. 검은색 코팅이 벗겨져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세부 모습 사진이다. 군데군데 흠집이 나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세부 모습 사진이다. 낡아 녹이 슬어 있다.

▲ 타자기 세부 모습

현미경 조사, 과학적 분석

디지털현미경을 이용해서 타자기 표면 곳곳을 살펴보니 도금이나 합금으로 만들어진 부분에 작은 점 모양으로 부식된 곳이 관찰되었습니다. 타자기 금속 부분 성분 분석 결과 철이 95% 이상으로 확인되며 구리와 아연 등의 미량 성분이 혼합되어 있었습니다. 고무 부분, 도료, 먹끈 같은 다른 재료는 적외선 분광분석기로 성분을 분석해 도료의 성분과 먹끈의 재질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존처리

상태조사를 마친 후 '이물질 제거 → 보호 코팅 → 복원' 단계로 보존처리하였습니다.

언더우드 타자기 세척 과정 모습 사진이다. 솔로 타자기를 닦고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세척 과정 모습 사진이다. 코팅이 벗겨진 부분에 무언가를 바르고 있다.

▲ 타자기의 세척 과정

먼저 보존처리 전의 타자기의 상태를 자세하게 관찰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정보를 활용해 유물의 상태를 평가하고 기록하였습니다. 타자기 표면의 여러 가지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인 이물질 제거는 건식 및 습식 세척 방법을 사용하여 진행했습니다. 표면에 부식물이 강하게 달라붙은 경우, 다목적 방청윤활제를 사용하여 제거하고 더 이상 녹슬지 않게 방청제를 도포하였습니다.

언더우드 타자기 보존 처리 후 전면 사진이다. 이전과 달리 기울어져 있지 않고, 깨끗한 모습이다.

언더우드 타자기 보존 처리 후 후면 사진이다. 이전과 달리 기울어져 있지 않고, 깨끗한 모습이다.

▲ 보존처리 완료 후 타자기의 전면과 후면

또한 도료의 떨어짐과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강화제로 보호 코팅을 진행했습니다. 손상된 타자기의 다리는 분석결과에 따라 유사 재질의 고무부품으로 원래 상태대로 복원하였습니다.

보존처리가 완료된 타자기는 언제든 전시에 활용되고 다시 손상되지 않도록 온·습도와 빛 등의 요소를 관리하여 수장고에 잘 보관하였습니다.

보존처리를 통해 근대 초기에 제작된 타자기의 재료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이후에 만들어진 타자기의 보존과 연구에도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성자: 김미도리(전시운영과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