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의 성장이 두각을 보이는 중이다.
사회 곳곳에 인공지능이 적용되며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가운데,
이큐포올 이인구 대표는 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농인들의 새로운 의사소통 창구를 열었다.
9월호 ‘반갑습니다’에서 농인들과 세상을 좀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콥(B-corp) 인증 소셜벤처 기업 ‘이큐포올’의 대표 이인구입니다. 저희 이큐포올은 ‘기술을 활용하여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2017년 말 설립한 회사로,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수어 번역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수어 번역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청각장애인의 수어 접근성을 증대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수어 아바타를 만드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청각장애인, 특히 수어를 제1의 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은 생애주기에 걸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다양한 기회의 불평등을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90% 이상의 청각장애 아동이 비장애인 가정에서 태어나며,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게 되는 가족과 소통의 기회부터 같은 교육을 받을 기회, 사회 참여의 기회, 동등한 사회시스템을 누릴 기회, 행복 추구의 기회가 그것이죠. 인공지능 수어 아바타를 통해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작할 때는 해외 사례를 많이 참조했고요.
이큐포올 이인구 대표 (출처 : 이큐포올)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다른 언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다른 걸까요?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독립된 언어입니다. 즉 한국수어가 한국어 기반이 아니라는 말이죠. 문법, 어휘 체계 등이 전혀 다른 언어입니다. 미국 수어와 영국 수어가 전혀 소통되지 않는 언어라 말씀드리면 가장 쉽게 이해하시더라고요.
한글과 한국어를 수어로 나타낼 때 다른 문자, 언어와의 차이점이나 큰 특징이 있나요? 있다면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하실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하셨나요?
한국어와 비교하면 수어는 다층 언어입니다. 단순하게 표제어 하나당 하나의 손동작이 있는 언어가 아니라 다양한 비수지 요소(몸짓, 표정, 입 모양, 동작의 방향, 속도 등)와 함께 표현합니다. 한국어를 잘 분석해야 정밀한 표현이 가능하겠죠. 인공지능 번역을 위한 학습데이터를 만드는 과정도 다른 언어를 번역하는 것과 아주 다릅니다. 한영 번역기를 만든다면 학습데이터는 하나의 한국어 문장과 같은 뜻의 영어 문장 하나(이를 병렬 말뭉치라고 부름)로 학습데이터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수어는 다르죠. 한국어 문장과 이에 맞는 수어 영상 그리고 그 영상에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어떤 표제어를 구사하는지, 입 모양과 고개를 끄덕였는지 등 매우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큰 노력에 비해 적은 수량의 학습데이터만 구축하게 됩니다.
수어 기반 유·아동 교육 서비스 ‘수어통에듀’ (출처 : 이큐포올)
저희는 적은 수량의 학습데이터로 높은 품질의 자동 번역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번역기의 완성’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번역기에는 ‘완성’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현재 11억 개 이상의 병렬 말뭉치를 활용했다고 알려진 구글 한영 번역기도 완벽하지 않죠. 그래서 저희는 농인분들이 후보정을 쉽게 하실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고, 고객사의 번역 요청에 자동 번역 후 편집(감수)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수어 아바타의 활용 범위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청각장애인에게 발생하는 기회 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청각장애 아동과 가족이 함께 수어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을 앱으로 만들어 출시했고, 이를 통해 가족의 소통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통수단 내의 안내방송은 청각장애인에게 접근이 어려운 정보이지만, 안전에 관련한 내용은 반드시 전달돼야 하는데요. 이러한 정보를 아바타 수어와 자막으로 전달하는 서비스를 SRT 전체 열차와 역사, 그리고 서울 지하철 신규 차량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어통’ 앱 내 SRT 안내방송 및 자막 안내(출처 : 이큐포올)
박물관의 경우 전시물 혹은 관람 정보를 안내하는 키오스크에 저희 플랫폼을 탑재해 문화 향유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정보 획득의 수단인 웹이 텍스트로만 제공되는 경향이 있어, 이를 수어로 읽어주는 솔루션 또한 과기정통부의 디지털 집현전 사업에 포함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키오스크 인공지능 아바타 수어(출처 : 이큐포올)
인공지능 수어 아바타를 만드시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일화라기보단 가장 뿌듯할 때가 있는데요. 저희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청각장애 자녀를 교육하시는 부모님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이 농인들에게 더 관심을 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의 제정을 통해 한국수어는 다른 70개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공용어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 학생이 제2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처럼 한국수어를 배울 수 있게 한다면, 청각장애와 비장애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