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해 여러 지역에 안타까운 피해를 입혔습니다.
카눈은 올해 제6호 태풍으로 태국의 한 열대 과일에서 그 이름을 가져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직전 발생한 제5호 태풍이 한글로 이름 지어진 ‘독수리’였던 것을 알고 계시나요?
한글 공감 9월호에서는 태풍 이름의 선정 방식과 한글 이름을 가진 태풍에 관해 소개해 드립니다.
태풍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
태풍 카눈은 2005년, 2012년, 2017년에 이어 네 번째로 등장한 태풍으로 올해가 처음은 아닌데요. 이미 존재하는 태풍의 이름을 돌려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 이전까지는 호주, 미국에서 정한 태풍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민의 태풍에 관한 관심과 경계를 높이기 위해서 각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출한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지난 8월 당시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던 태풍 카눈의 위성 사진 (출처 : 국가기상위성센터)
태풍위원회에는 대한민국, 일본, 미국 등 태풍의 영향을 받는 14개의 국가가 소속돼 있습니다.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28개씩 5개 조로 구성해 차례대로 사용하고,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하는데요. 연간 발생하는 태풍의 수는 평균 25개로 전체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5~6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정해진 태풍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원국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경우, 태풍위원회에서 해당 태풍 이름을 퇴출하고 새로운 이름을 선정하기도 합니다. 그 예로 2002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는 ‘누리’로 수정됐고, 작년 가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었던 태풍 ‘힌남노’가 새로운 이름으로 대체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글 이름을 가진 태풍은 총 20개!
태풍위원회 회원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발음하기 쉽고, 부정적인 의미가 없으며, 2~3음절로 되어있는 동·식물의 이름을 주로 제출해 왔습니다.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개나리’, ‘메기’, ‘독수리’ 총 10개인데요. 올해 발생한 한글 이름 태풍의 경우 ‘카눈’ 직전에 필리핀 일대에 나타난 ‘독수리’입니다.
한국 | 개미 | 나리 | 장미 | 미리내 | 노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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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MI | NARI | JANGMI | MIRINAE | NORU | |
제비 | 너구리 | 개나리 | 메기 | 독수리 | |
JEBI | NEOGURI | GAENARI | MEGI | DOKSURI |
그럼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은 10개뿐인데, 한글 이름을 가진 태풍이 어떻게 20개일 수 있는 걸까요? 바로 같은 회원국인 북한이 10개의 태풍 이름을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태풍위원회에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수리개’, ‘메아리’, ‘종다리’,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 등의 태풍 이름을 제출했고, 그 결과 총 20개의 한글 이름을 가진 태풍이 존재하게 됐습니다.
북한 | 기러기 | 도라지 | 갈매기 | 수리개 | 메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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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OGI | TORAJI | KALMAEGI | SURIGAE | MEARI | |
종다리 | 버들 | 노을 | 민들레 | 날개 | |
JONGDARI | PODUL | NOUL | MINDULLE | NALGAE |
앞서 회원국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경우 태풍 이름을 바꾼다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지은 태풍 이름의 경우 2004년 미크로네시아에 큰 피해를 준 태풍 ‘수달’과 2005년 일본을 강타한 ‘나비’는 각각 ‘미리내’와 ‘독수리’로, 2020년 필리핀을 관통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낸 태풍 ‘고니’는 ‘개나리’로 변경됐습니다.
지난 7월 기상청에서는 2022년 필리핀에 큰 피해를 준 ‘메기’와 ‘노루’를 대체할 ‘우리말 태풍 이름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공모전 선정 결과는 10월 31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우리 마음이 잘 담겨있는 이름이 선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