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원대학교 박중휘 교수
손끝으로 세상을 보는 창, 32년간 점자를 교육하고 연구하다
유원대학교 박중휘 교수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입니다.
박중휘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점자의 매력에 빠져들어
오랜 시간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초등학교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직접 점자를 가르쳤고,
좀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에 매진해 왔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32년간 점자 교육과 연구에 헌신해 온 박중휘 교수를 만나,
그가 점자 연구에 쏟아온 노력과 한글 점자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점자에 관한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
연구를 지속하다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원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박중휘입니다.
저는 시각장애학교(대구광명학교, 은광학교, 청주맹학교, 국립서울맹학교)에서 특수교사로 20년간 근무를 하였고 2006년도부터 현재까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교수님께서 시각장애와 점자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지속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특수교육을 공부하던 시기에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 장애, 지적장애 등 장애 유형별로 전공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당시 함께 입학한 동료 중 시각장애인이 있어 자연스럽게 시각장애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 교수이신 임안수 교수님을 전공 지도교수님으로 만나게 되어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점자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학 내 시각장애 학교가 함께 있어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하며, 점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시각장애 학교에서 20년간 초등학생을 가르치면서 점자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더욱 키워나갔습니다.
▲ 예비 교사들에게 점자 지도를 하고 있는 박중휘 교수

지금까지 해온 연구나 활동 중에서 가장 보람차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면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주로 발주기관에서 원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대부분 여러 명의 연구원이 함께하는 공동 연구로 진행합니다.
때문에 연구 결과물 자체보다 연구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온 동료 연구원들의 노고가 먼저 떠오릅니다.
연구비 규모가 큰 연구도 있었고, 비교적 적은 연구도 있었지만, 어떤 연구든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항상 뿌듯함과 안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연구 활동 중에 자랑하고 싶은 연구는 특수교사로 근무하면서 현장 연구한 세 가지 연구입니다.
1994년 전국현장연구논문대회 「시각장애아의 색채 선호도와 연상언어에 대한 연구」 1등급, 1998년 제29회 전국교육자료전 「컴퓨터를 이용한 시각장애 학생의 촉·청각 학습자료」 1등급, 2002년 제3회 특수교육용 소프트웨어공모전 「시각장애 아동의 셈하기 학습 프로그램」 1등급을 수상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들은 자비를 투자해 진행한 것이기도 하고, 대회에서 1등급을 수상한 연구들이라 더욱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2023년에는 국립국어원의 지원을 받아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점자 사용 능력 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점자 사용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 도구가 없었는데, 이 연구 사업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능력을 편리하게 검사할 수 있는 사용자 지침서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지침서를 기반으로 다양한 점자 관련 평가 도구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며, 개인의 점자 사용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점자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다른 문자의 점자 체계와 달리 한글 점자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나 가치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글 점자의 가치는 한글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한글 점자를 만드신 박두성 선생께서 시각장애인이 쉽게 점자를 익힐 수 있도록 매우 과학적으로 점자를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점역(일반 글자를 점자로 변환하는 것)과 역점역(점자를 일반 글자로 변환하는 것) 등 디지털화에 매우 적합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점자정보단말기가 많이 보급되어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효율적으로 점자를 사용하는
그날까지 계속될 연구

많은 시각장애인이 점자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수님 의견이 궁금합니다.

시각장애인의 점자 문맹률이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모집단의 불명확성 때문입니다. 저시력으로 분류되는 많은 시각장애인 중에는 점자를 익히지 않아도 확대경이나 CCTV 등과 같은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해서 문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령인의 경우 감각이 둔해져서 점자를 익히는 데 한계가 있고, 활용도가 낮습니다. 점자는 10세 이전에 익혀야 읽는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청소년기 이후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경우는 점자를 학습이나 일상생활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보조공학기기의 발전으로 음성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어 점자 사용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 한글 점자 발전 유공자로 선정된 박중휘 교수

지난 11월 4일, ‘제98돌 한글 점자의 날’ 기념식에서 32년간 점자를 교육하고 연구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한글 점자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점자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해왔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연구를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한글 점자 발전 유공자의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껏 꾸준하게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고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연구를 해 달라는 격려로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점자 규정을 만들고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을 위해 노력하신 저의 은사 임안수 교수님의 뒤를 이어 시각장애인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점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가 정자 점자로 보급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를 약자 점자로 바꿀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한글 점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을 ‘노력인’으로 만드는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점자를 읽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그 과정을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점자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능력을 무한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도구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