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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모저모 사진. 서예 연습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왼쪽엔 붉은색 니트를 입고 있는 여성이 붓을 들고 글씨를 쓰고 있다. 오른쪽에는 하늘색 한복을 입은 남성이 탁자를 손으로 짚고 여성이 쓰고 있는 글씨를 들여다보고 있다. 탁자에는 먹물통과 벼루, 붓 등 서예 도구가 놓여 있다. 왼쪽 하단에는 주황색 박스 안에 ‘한글 이모저모’ 문구가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기사의 제목인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한글서예, 기록 수단을 넘어 문화예술적 가치 인정’이라고 적혀있다.
한글 이모저모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한글서예」
기록 수단을 넘어 문자예술적 가치 인정
한글 이모저모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한글서예」
기록 수단을 넘어 문자예술적 가치 인정

지난 1월, 우리의 한글을 담은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반포된 이후,
한글서예는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에는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조형예술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한글서예와 한글 서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글서예」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다

실내 공간에서 한글 서예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진이다. 밝은 조명이 켜진 교실 같은 실내에는 초록색 천이 덮인 테이블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여러 명의 사람이 각자 자리에 앉아 한글 서예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사진 중앙에는 두 명의 여성이 함께 서예 작품을 보고 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성은 회색 정장을 입고 안경을 썼으며, 오른손에 붓을 들고 정성스럽게 붓글씨를 쓰고 있다. 왼쪽에는 검은 모자를 쓴 또 다른 여성이 옆에서 한글 서예를 지도하는 듯한 모습이다. ▲ 출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지난 1월 23일,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번에 지정된 한글서예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먹과 붓을 사용하여 글로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지식’을 모두 포괄합니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반포된 15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이에 국한하지 않고 금석(金石), 섬유 등 다양한 재질의 매체에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또한, 한글서예는 문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조형예술로서 다양한 서예 작품을 통해 시대별로 변화하는 미적 감각과 사회상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한글서예의 예술적 의미와 기능은 최근 들어 문자 디자인의 요소가 강조된 멋글씨 예술(캘리그래피) 분야로도 그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가 ▲ 한글 창제 시기부터 현재까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 ▲ 다양한 기록물(문학작품, 일상생활 실용서, 서간문)에 사용되어 민속사, 국어사, 음식사, 문화사, 서체사 분야의 연구에 기여한다는 점, ▲ 우리의 고유 문자인 한글을 사용하여 이웃나라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필법과 정제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 ▲ 현재에도 다양한 교육기관을 통해 전승되는 한편, 여러 예술 분야(캘리그래피, 미디어작품, 공연 등)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다양한 교육기관이나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현재에도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고, 온 국민이 향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하였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전통 한글 서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처럼 다양한 가치를 지닌 한글서예는 한국인의 삶을 담은 중요한 기록 수단으로 전해져왔습니다.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한글로 쓴 문학작품의 필사본이나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편지글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었으며, 전통적인 판본체, 궁체 외에 개인화된 필체인 민체를 통해 다양한 서체와 필법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앞서 선보인 2017년 기획 전시 <한중일 서체 특별전> 속 소장품을 통해 한글 서체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17년 기획 전시 '한중일 서체 특별전' 설명이 적힌 사진이다.  한글의 서체는 한글 창제 이후로 그 시작점이 분명하다. 1446년 한글의 제자 원리와 음운체계 등을 해설한 해례본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로 한글은 왕실과 사대부, 민간에서 활발하게 사용하게 되었고 현대에 이르고 있다. 한글의 서체는 창제 이후 500여 년의 조선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판본의 한글 고체가
                            변형을 거듭하고 다시 필사본을 통해 한글 고체, 궁체, 민체가 자유롭게 창작되고 정착되었다.
                            고체는 판에 새긴 판본체와 비슷한 모양으로,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자형이 사각형에 가까우며 좌우 대칭의 자형을 이룬다.
                            궁체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시작되어 발전해 온 한글 서체로 정자와 흘림으로 구분된다. 정자체는 단정하고 섬세하며, 흘림체는 강약과 속도에 따라 뛰어난 시각미를 갖추고 있다. 민체는 한글이 반포된 이후 서민들이 사용했던 글씨체로, 격식을 따르지 않은 자유분방한 모습과 어수룩하면서도 풍부한 표정과 리듬감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한글 서체들은 이후 근현대시기 납활자, 사진식자, 컴퓨터식자라는 격변하는 인쇄환경을 통하여 현대적 활자체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17년 기획전시 <한중일 서체 특별전> 중

조선 왕조의 번영을 기원하는 노랫말 모음집 『용비어천가』

용비어천가 사진이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 한자와 한글이 세로로 적혀있다. 글씨체는 근엄하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한글 창제 당시의 정사각형 서체와 좌우 대칭의 구조를 가지며, 붓끝을 가운데 모으는 필획에서 약간의 필사가 가미된 훈민정음체이다. 일부 가로획에 기울기를 주거나 마지막에 붓을 거두는 획을 강하게 눌러서 약간의 굵기 변화가 엿보인다. 전반적으로 자형이 넉넉하고 근엄하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선악에 따른 행동 기준을 분류한 책 『공과격서』

공과격서 사진이다. 오래된 종이 특유의 바랜 느낌이 있으며, 한글로 적힌 문장이 세로쓰기 형식으로 쓰여있다. 테두리엔 전통 문양처럼 구불구불한 선들로 장식되어 있다.
한글 정자의 기본적인 틀을 갖춘 서체로, 세로획은 비교적 굵은 데다 시작 부분의 꺾임이 뚜렷하고 끝부분도 가급적 붓끝을 모아 뾰족하게 마무리했다. 초성 ‘ㅇ’의 시작 부위에 꼭지가 생겨난 점이 특징이며, 필획이 전반적으로 빼어나고 윤택하다. 세로획을 기준으로 자형과 짜임새가 정형적으로 늘어서 있고, 대부분의 가로획이 일정한 우상향을 유지하여 비교적 조화와 통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효의왕후가 직접 글씨를 써서 친정으로 보낸 소설책 『곤전어필』

곤전어필 사진이다. 종이가 약간 누렇게 바랬으며, 한글로 적힌 문장이 세로쓰기 형식으로 쓰여있다.
궁서의 흘림 중에서도 자폭이 넓고 필획이 강건하다. 특히 세로획은 시작 부분의 꺾임이 적지만 행필 부분을 굵고 강하게 누른 데다 우하향으로 마무리하여 강건하고 역동적인 붓의 기세를 취했다. 가로획은 대체로 수평을 유지하여 자형이 화평한 가운데 궁서의 기초적인 자형 위에 거칠고 강렬한 필획과 빠른 붓의 속도를 가미하였다.

한글 소설 『옥낭자전』

옥낭자전 사진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종이가 검게 바래있다. 굵고 힘 있는 붓글씨로 쓰인 글자가 오른쪽 페이지에 적혀있다.
우상향의 가파른 기울기와 일관된 자형을 띠는 흘림체로, 중간 중간에 좌 하향의 글자들을 뒤섞어 통일된 가운데 변화를 주었다. 세로획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눌러서 굵어지는 특징이 있으며, 필획의 재빠름, 마르고 축축함을 적절하게 운용하고 자·모음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변용시켰다. 전반적으로 직선 위주의 강건한 필세와 질박한 맛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