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칭 : 말모이 원고
만든이 :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
시대 : 1910년대
수량 : 1책
크기 : 23.8×17.3cm
유물번호 : 한구 1697
우리말과 글 모으는 위대한 도전, ‘말모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말모이’ 원고(191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집필한 국어사전 원고이다.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의 주시경(周時經, 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金枓奉, 1889-?), 이규영(李奎榮, 1890-1920), 권덕규(權悳奎, 1891-1950) 등이 1911년부터 사전 편찬 작업에 몰두한 이유는 말과 글을 닦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편찬 작업은 어려운 시대 상황과 맞물려 난관을 겪었는데, 편찬 작업이 한창이던 1914년 주시경이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불과 3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이후 김두봉이 나서 말모이의 바탕이 되는 문법책인 ≪조선말본≫을 간행했으나, 3.1운동 이후 일제의 수사망을 피해 상해로 망명해야 했고 이규영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완성 단계에서 사전을 출간하지 못했다. 이후 말모이 원고는 애국계몽단체 계명구락부(啓明俱樂部)와 조선어사전편찬회의 사전 편찬사업으로 이어져 우리말 사전의 기틀이 됐다.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 ‘말모이’ 원본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과 한글문화 발전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말모이’ 원고의 원본을 소장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기획전시 <사전의 재발견>의 1부 ‘우리말 사전의 탄생’에서 전시하고 있다. 현재에는 ‘말모이’의 모든 원고가 남아있지 않고 첫째 권으로 보이는 올림말 ‘ㄱ’부터 ‘걀죽’까지의 원고가 남아 있어 사전의 체제를 짐작할 수 있다.
아쉽게도 ‘말모이’ 원고가 ‘ㄱ’부터 ‘걀죽’까지만 남아 있어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지만 한글 연구와 관련한 중요 자료이다.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전문어 등을 포함한 언어사전의 성격을 지니는 최초의 국어사전이며, 어미와 조사를 포함한 토씨를 독립된 품사로 설정하는 등 한국어 문법사 연구에 의미가 있다. 한글 표기나 한국어 어휘 변천사를 이해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우리말 사전 편찬의 역사를 기술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소장품이다.
영화에서 만나는 <말모이>
2019년 1월에 개봉한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제작진에서는 영화의 고증 과정에서 국립한글박물관을 방문해 ‘말모이’ 원고를 촬영하기도 했다.
최초의 사전 만들기 운동의 표어를 상징하는 ‘말 모아, 마음 모아. 우리말 사전. 한번 해보자구요!’라는 카피는 조선어학회 회원들과 판수가 어떻게 전국 각처의 말을 모았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일제의 혹독한 감시를 피해 전국 각처의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사투리를 모으는 감동적인 모습이 우리말 사전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고 영화에 <말모이>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다. 조선어학회는 민중의 힘을 빌려 최초의 사전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관, 그리고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전시 <사전의 재발견>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고감수 : 김민지 학예연구사, 사진출처 : 국립한글박물관, 영화 ‘말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