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린 시절, 설 명절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모여 윷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한데요. 조선시대에 윷놀이 말고도 설 명절에 즐기던 말판놀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승경도’라는 말판놀이입니다. 정월에 ‘승경도’ 놀이로 일 년의 운세를 점치기도 했다고 하는데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승경도’라는 이름이 생소합니다.
‘승경도’는 어떤 놀이인가요?
‘승경도(陞卿圖)’는 ‘벼슬살이 하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종이에 벼슬의 품계를 적어 말판을 만든 후 윤목(오늘날의 주사위)을 굴려 나온 수만큼 오르내리는 놀이입니다. 종경도(從卿圖), 승정도(陞政圖), 종정도(從政圖)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성현의 ≪용재총화≫에 의하면 ‘승경도’는 조선 초기 태종의 책사였던 하륜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고려와 달라진 조선의 관직 제도를 알려야 했기 때문에 실제 관직 이름을 적어 쉽고 재미있게 외우도록 고안한 학습용 놀이인 셈입니다. 본래 한자로 놀이판을 만들었으나 조선 후기에는 한글로 제작했습니다.
▲ 한자로 쓴 승경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한글로 쓴 승경도(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어떤 사람들이 주로 ‘승경도’ 놀이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양반집 아이들이 즐겨 놀이했는데 이는 어려서부터 관직에 대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놀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성종실록≫에는 홍문관 관리들이 이 놀이로 밤을 샜다는 기록이 있으며 ≪난중일기≫에 이순신 장군이 비가 오는 날이면 장수들과 승경도 놀이를 한 기록이 있을 만큼 어른들도 즐겨했던 놀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승경도’ 놀이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참여자는 4~8명이 적당하고 두 패로 갈라서 놀이를 합니다. 준비물로는 승경도 놀이판, 1~5까지 쓰인 윤목(오늘날의 주사위), 윤목을 굴려 나오는 수대로 움직이는 말이 필요합니다.
놀이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윤목을 굴려 각자 출발점을 정합니다. 출발점은 출신으로 나누어 문과출신, 무과출신, 산야에 숨어서 공부만 하다가 나라의 부름을 받아 벼슬길에 오른 은일(隱逸)출신, 과거에 붙지 못한 채 벼슬을 사는 남행(南行)출신, 군졸출신이 있습니다. 각자의 출발점이 정해지면 윤목을 굴려 나온 수에 따라 움직여 누가 가장 빨리 높은 자리에 올라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됩니다. 순탄하게 봉조하(퇴직 후 내려지는 명예직)까지 올라가면 게임을 마치게 되지만 유배가 나오면 다음 나온 수에 따라 방면되거나 복직하기도 하며 사약이 나오는 경우 놀이에서 탈락합니다. 즉, 말을 진행시켜 출발점에서 시작한 말이 말판을 돌아 최종 목적지에 먼저 이르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로 오늘날의 보드게임과 유사합니다.
조선시대 관직 이름을 놀이로 만들었다는 게 재밌습니다.
혹시 ‘승경도’ 이외에 또 다른 말판놀이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명승지를 유람하는 말판놀이인 ‘승람도’가 있고 불교수행을 목적으로 만든 말판놀이인 ‘성불도’가 있습니다.
‘한글 승경도’를 직접 보고 싶은데
한글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을까요?
네. 국립한글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서 ‘한글 승경도’ 유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국립한글박물관, <놀이와 한글>, ≪한글이 걸어온 길≫, 국립한글박물관, 2014
서해경, ≪들썩들썩 우리놀이 한마당≫, 현암사, 2012
김광언, ≪동아시아의 놀이≫, 민속원, 2004
향토문화전자대전, <승경도 놀이>, 네이버 지식백과, 2019.1.17.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승경도놀이>, 네이버 지식백과, 2019.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