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학이≫를 읽고
- 이규안(대상) -
궁녀 학이에게
학이야 안녕? 난 대전 와동에 사는 이규안이야
처음엔 궁녀가 궁궐 학교에서 놀고, 공부하는 학생인 줄 알았어. 양반집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지. 궁녀가 왕비를 모시는 일을 하는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상감마마만 생각해야 되는 힘든 일일 줄이야. 고통 받으며 궁녀로 살았을 너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아파.
아무 것도 모른 채 궁에 갔다가 괴롭게 살게 되다니 결혼도 못하고 말이야. 아, 이건 너무 끔찍한 것 같아. 그렇지?
궁궐 법도가 너무 엄격해 최악의 법은 여자가 남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것 같아. 여자 혼자서 외로운 데 어떻게 사니?
더 안 좋은 건 신분차별이야.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영광입니다.” 등 멀쩡한 말 놔두고 “망극하옵니다.”, “알겠사옵니다.”, “황공하옵니다.” 라고 터무니없는 소리들만 하잖아. 왜 그럴까? 왕비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일도 제대로 안 하던데 평민들과 똑같은 사람인 걸. 그리고 왕비는 왕하고 함께 한 방에서 자기까지 하면서 궁녀는 남자를 만나지도 못하게 해. 정말 나빠….
학이야. 난 네가 어떻게 그런 생활을 견뎠는지 이해가 안 돼. 나였다면 거짓말 치고서 궁궐 밖으로 뛰쳐나갔을지도 몰라. 특히 네 몸에 자자형을 새긴 장면을 보는 것은 너무 슬펐어. 팔을 바늘로 꿰매다니. 어째서 공부를 한 게 죄니?
내 생각에 궁궐은 지옥 아닌 지옥인 것 같아.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늘 감시당해야 하고, 자기 마음대로 궁궐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넌 엄청 힘들었을 거야. 남자들에겐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성균관이 있었는데 성균관은 엄격하긴 해도 마음대로 나갈 수 있거든.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든 만날 수 있고. 하지만 학이 넌 여자라서 못 갔겠네.
너의 엄마는 네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 아셨을까? 아셨으니까 널 집으로 데리고 오셨던 거겠지? 그런데 네 엄마는 널 다시 데려 올 거면서 왜 궁궐에 보내셨을까? 엄마께 한 번 꼭 여쭤 봐.
너와, 너의 가족, 만석이와 계획을 세우고 궁궐을 탈출했을 때 내가 다 기쁘더라니까.
학이야, 궁궐에서 궁녀로 사는 게 좋았던 사람이 있을까? 말녀같은 경우는 그랬을지도 몰라.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궁궐 밖으로 나가면 돌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하지만 좋아하는 남자를 만난 게 죄가 되어 감옥에 갇힌 말녀는 죽기를 원했지. 좋아하는 사람도 못 만나는 세상에서는 살기 싫다고. 양반들도 자기들만 배 부르려 한다고 미워하고 심지어 왕비조차도 말녀가 너에게 쌀쌀맞게 대했던 이유가 그거야. 네가 오기 전까지는 최 상궁이 말녀를 자기 자식 돌보듯 돌봐주었지만 네가 온 이후로 찬밥신세가 되어버렸다고 최 상궁이 너를 더 예뻐했던 이유가 뭐겠어. 네가 더 똑똑하고 양반이니까 그랬겠지. 말녀는 그게 눈꼴셨던 거야. 하지만 너는 그걸 알지 못했어. 말녀가 죽지 않았더라면 너는 말녀와 더 친해질 수 있었을거야. 최 상궁과 중전마마께 부탁드려서 말이야. 하지만 이제 늦었어. 모두가 죽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안 좋은 기억은 다 잊어버려 그리고 친척집에서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렴. 다음 생에는 결혼도 할 수 있고 차별도 심하지 않은 21세기로 오렴.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안녕~
대전에서 4학년 이규안 보냄
≪앞니가 흔들린다≫를 읽고
- 김민정(한글 버금상) -
이 빼기 겁먹은 승호에게
안녕 승호야. 나는 천안에 사는 민정이라고 해. 너와 은석, 슬기, 진우의 이야기는 너무 무섭고 재미있었어. 밤마다 들리는 비명소리에 슬기가 뿔이 난 괴물이라고 말했을 때, 나도 무서워서 바지에 오줌을 싸는 줄 알았어.
너희들이 깜깜한 밤 언덕에서 그 소리를 확인 할 때 나와 동생은 숨이 턱! 막히고 으악! 하며 뒤로 넘어졌지. 승호야 너는 이 빼기를 무서워하니? 나도 처음에 이 뺄 때 걱정스럽고 무서웠어. 그런데 이 빼기 별거 아니더라. 아빠가 내 이를 뺄 때 실을 묶고 이마를 탁! 하고 밀었더니 이가 슝하고 빠지더라.
처음에는 눈물이 쏙 빠지는 긴장감이 있었는데 빼고 나니 아무 것도 아니었어. 승호야 너도 은석이처럼 용감하게 빼. 힘내! 안녕.
2018.8.7. 이 빼기 선배 김민정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