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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3. 제 68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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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품 이야기 / 부모님의 부모님이 배우던 교과서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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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품 이야기

    부모님의 부모님이 배우던
    교과서는 어떤 모습일까?

    옛 교과서 ‘독본’ 궁금하다면 국립한글박물관으로

    독본은 특정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르치고자 지은 입문서를 뜻하는 말로 오늘날의 교과서와 같다. 가령 한글을 익히는 책은 ‘한글 독본’이라 하고, 의학을 배우는 책은 ‘의학 독본’이라 불렀다. 국립한글박물관에는 ≪소학독본≫, ≪노동야학독본≫,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 등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독본이나 ≪국문독본≫, ≪부인 한글 독본≫ 등 광복 이후 미군정기까지 발행되었던 독본과 같이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저술된 다양한 독본이 소장되어 있다.

    ≪소학독본≫은 1895년 학부(學部) 편집국에서 목활자로 발행한 개화기 국어교과서로,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5과(입지(立志), 근성(勤誠), 무실(務實), 수덕(修德), 응세(應世))를 국내외 위인을 예로 들어 풀이했다. ‘是故(시고)로 幼詩(유시)에 學習(학습)은 愛親(애친)과 敬兄(경형)에 지남이 업고 …’와 같이 한문투가 짙게 남아 있는 국한문 혼용체를 사용하여 개화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특징적인 문체를 잘 보여 준다.

    한글박물관 소장자료 ≪소학독본≫ 자세히 보기

    ≪고등소학독본≫, ≪노동야학독본≫,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은 각각 1907년, 1908년, 1909년에 연달아 발행된 독본들이다. ≪고등소학독본≫은 사립학교인 휘문의숙에서 자체 제작해 중학교용 국어 교재로 사용했고, ≪노동야학독본≫은 ≪서유견문≫을 쓴 한말의 개화 사상가 유길준이 노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국한문으로 정리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은 초등교육기관 보통학교에서 활용한 국어 교과서다. 이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널리 활용한 각종 독본들을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의 ‘소장 자료’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글박물관 소장자료 ≪고등소학독본≫ 자세히 보기 한글박물관 소장자료 ≪노동야학독본≫ 자세히 보기 한글박물관 소장자료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 자세히 보기

    ‘아버지’의 ‘아’, ‘어머니’의 ‘어’ -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한글 독본

    국립한글박물에 소장된 다양한 독본 가운데 지난 2015년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된 ≪국문독본≫은 1950년 한국 전쟁 후 문맹 퇴치 운동의 일환으로 문교부에서 발행한 50쪽의 공민학교 성인반용 교과서다. 독본의 전반부인 35쪽까지는 <한글 첫걸음>이라 하여 한글을 깨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 실려 있다. ‘(아) 아버지 아기’, ‘(어) 어머니 어항’, ‘(오) 오이 오리’, ‘(우) 우산 우유’와 같이 각 음절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의 예와 삽화를 함께 제시하여 쉽고 재미있게 한글을 배울 수 있었다. 독본의 후반부인 36쪽부터 50쪽까지는 앞서 익힌 한글로 읽기 연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짤막한 이야기들을 수록하였다. ‘우리 나라’, ‘속담’, ‘수수께끼’, ‘국기’, ‘우리들의 것’, ‘선거와 투표’, ‘우리의 맹세’, ‘애국가’, ‘시조’, ‘숫자’ 등 총 10개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명칭 : 국문독본(공민학교 성인반용)
    만든이 : 문교부
    시대 : 1950년대
    수량 : 1책
    크기 : 14.6(가로)×20.5(세로)cm
    유물번호 : 국립2-국립한글박물관-한기5955

    한글박물관 소장자료 ≪국문독본≫

    쓸모 있는 곳에서 알맞게 활용되길, 따뜻한 기증의 마음

    기증자 유일준·최희연▲ 기증자 유일준·최희연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에는 기증자 유일준 씨가 ≪국어독본≫과 함께 기증한 총 50권의 도서가 보관되어 있다. 14건의 귀중본은 수장고에 보관 중이고, 그 외 36건의 자료는 한글도서관에 비치되어 관람객들이 직접 열람해 볼 수 있다.

    기증자 유일준 씨는 지난 1995년에 작고한 유병석 교수의 장남이며,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던 아버지의 책을 물려받아 소장하고 있던 중 유품을 알맞은 곳에 기증하기로 마음먹고 국립한글박물관에 그 뜻을 밝혔다. 기증자의 애틋한 사연과 아름다운 뜻을 지키기 위해 국립한글박물관은 기증된 물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일준) 저희 부친께서 1995년에 돌아가셨어요. 국어교육과 교수셨는데 (가지고 계시던) 수천 권은 이미 한양대에 기증을 했어요. 그거는 거의 1960~1970년대 이후에 출판된 서적들이나 잡지들이고, 비평이나 논평과 관련한 책들이에요.

    그중에 그래도 좀 오래되거나 귀중본 같은 거는 따로 집에 놔뒀거든요. 그런데 또 2012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까지 아버님 유품을 그대로 가지고 계셨는데 두 분이서 오래 사시던 집이니까 짐도 많고 정리할 것도 많았죠. 저희도 애를 키우고 그러는데 그걸 다 보관할 수도 없고, 정확한 가치는 모르지만 광복 전후의 아주 오래된 판본들이고 하니 나름 가치가 있을 거 같아서 좀 알아봤어요.

    그런데 제 집사람이 최희연인데,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거든요. 학교 가서 상의를 했더니 보성고등학교의 오영식 선생님이라고 국어선생님이신데, 이런 데 조예가 깊으신 분을 소개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분한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그랬더니, 그때 한글박물관이 개관한 지 얼마 안 됐다며 같이 정리해 주시고 기증 업무까지 오영식 선생님이 해주셨습니다.

    - 기증자료집 『한글, 함께 걷다』(국립한글박물관, 2017) p.90 -

    한글박물관 소장자료 기증자료집 자세히 보기

    원고감수: 연구고육과 김미미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