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사랑이 넘치는 잎싹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2022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장은빈 어린이
음성안내
잎싹이에게
잎싹아, 안녕? 매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여름방학에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은빈이라고 해. 나는 학교에서 만화를 통해서도 너를 만났지만, 책을 읽으며 너를 만날 때가 더욱 반가워. 그래서 너를 만나고 싶을 때면 책장을 넘기며 너의 이름을 불러본단다.
잎싹이 네가 닭장에 갇혀 있을 때 내 마음이 무척 아팠어. 마당에서 병아리를 돌보는 암탉을 부러워할 때 내가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가서 너를 구출해주고 싶었어. 누군가 나를 방에 가두고 행동을 구속한다면 답답해서 울음을 터뜨렸을 거야. 그런데 잎싹이 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알을 부화시키겠다는 꿈을 꾸더라. 나는 그 장면에서 깜짝 놀랐단다. 너의 긍정적인 태도가 멋있으면서 나도 항상 밝은 마음을 가지면서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했어.
잎싹아, 너는 결국 초록이를 사랑으로 키워냈지. 대단해. 잎싹아! 초록이가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 기분이 어땠니? 내가 엄마께 사랑한다고 말하면, 우리 엄마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셔. 잎싹이 너도 많이 행복했니? 나는 솔직히 말하면 잎싹이 네가 친엄마가 아닌데 초록머리를 족제비로부터 지켜내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키웠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우리 엄마는 나를 키우시면서 가끔 “아이고 힘들어.”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 그런데 너는 친자식이 아닌 입양한 것과 같은 초록머리를 키우면서도 한 번도 싫다는 소리를 안 하더라. 너의 가슴에는 항상 사랑으로 가득 찬 것 같아. 나도 너처럼 웃음이 많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잎싹아! 너의 곁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
나도 용기가 필요할 때 너를 떠올리며 힘을 낼게. 그럼 안녕!
2022년 8월 3일 수요일
은빈이가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이 자기와 다르게 생긴 아기 오리를 지극한 사랑으로 키운 뒤 놓아 보내 주고 제 목숨을 족제비에게 내어주기까지의 삶과 죽음,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소망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실현해나가는 삶을 아름답게 그린 장편동화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잎싹이 소망을 굳게 간직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독특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의 다양한 삶을 통해 오늘의 어린이들로 하여금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다소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박진감 넘치는 탄탄한 구성과 풍부한 상징성, 독특한 등장인물의 창조, 산뜻하고 감성적인 문체 등 고도의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작품의 깊이는 물론 진한 감동과 문학의 참맛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출처 : 출판사 사계절 『마당을 나온 암탉』 서평 중 발췌
윤서에게
2022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김승예 어린이
음성안내
안녕 윤서야? 난 김승예라고 해. 너의 당당한 모습을 본받고 싶어서 방법을 물어보려고 이렇게 편지를 써. 할머니께서 암 진단을 받고 너의 집에 지내실 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집에서도 잘 지내는 네가 정말 멋져 보였어. 어떻게 그 힘든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 수 있어? 여러 가지 어려운 고비도 많았을 텐데?
그리고 또 할머니께서 돌아오는 생일에 생전 첫 장례식을 한다니 그 말이 더욱 마음에 걸렸을 텐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윤서야, 내가 이렇게 많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나도 너처럼 힘든 상황에 내 기분과 감정을 내색하지 않고 지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잘 대체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서야. 갑자기 질문을 많이 해서 당황스러웠지? 미안해~. 그리고 난 잔치 같은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을 하는 장면을 보는데 그때 정말 감동적이었어. 할머니를 위해 영상편지도 만들고, 특히 윤서 네가 마이크를 들고 할머니께 말을 하는데 그때 네가 그때 네가 눈물을 흘렸잖아. 근데 그때 나도 눈물을 흘릴 뻔했어.
어린 나이에 힘든 일이 많았는데 참았을 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지? 그리고 또 나를 소중하게 엄마처럼 챙겨주셨던 할머니를 보내야하는 생각에 더욱 울컥했지? 괜찮아! 힘을 내봐~ 할머니께서 매일 매일 하늘에서 보고 계실 텐데 윤서 너의 속상한 얼굴을 보시면 할머니께서도 덩달아 속상해지실 거야~ 그러니깐 우리 같이 힘을 내보자! 그리고 만약에 네가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꼭 방법을 알려줘~
그때까지 내가 곁에서 널 응원할 게.
2022년 8월 10일 윤서를 본받고 싶은 승예가
‘“죽은 뒤에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살다가 죽음을 맞게 된다. 저마다 인생관과 세계관, 종교관 등에 따라 죽음에 대한 입장을 달리 갖지만,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인생의 마무리인 것이다. 《모두 웃는 장례식》에서는 암에 걸려 곧 죽음을 맞게 될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례식은 사후에 치러지는 고인과의 이별식인데, 죽지도 않은 사람의 장례식을 치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나 생소한 일이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죽은 뒤에 장례식을 치르기보다는 살아 있을 때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죽고 나서 만난들 반기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 못 나누는 장례식은 당사자인 할머니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을뿐더러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고인과 아무런 교류를 나눌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라 생각한다.
할머니의 뜻에 따라 생전 장례식을 준비해야 하는 가족들은 모두들 정신이 없다. 그날 할머니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살면서 할머니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생전 장례식을 의미 깊게 치를 준비를 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마침내 잔치 같은 생전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생전 장례식이 진행되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들 웃고 울며 할머니와 보내는 마지막을 뜨거운 마음으로 나눈다. 또한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모래알 같은 삶을 살아가던 가족들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다시금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잔치처럼 떠들썩한 생전 장례식은 그곳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축복과도 같은 선물이 된 것이다.
출처 : 출판사 별숲 『모두 웃는 장례식』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