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광고가 처음 나온 날과 <독립신문> 창간일이 같다!
광고가 우리나라에 첫 발을 뗀 것은 1886년이었습니다. 주간신문인 <한성주보>에서 1886년 2월 22일자에 실렸던 광고가 우리나라 첫 신문광고였습니다. 요즘 광고와 달리 한자 24줄로 이뤄진 이 광고는 당시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 ‘세창양행’의 광고였습니다. 내용은 세창양행에서 사고파는 물품에 대해 나열한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광고라는 단어가 없어서 ‘고백(告白)’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것은 중국, 일본에서 광고 대신 쓰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계에서는 이전에도 ‘광고’라는 단어가 쓰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성주보보다 더 앞선 조선왕조실록 1883년(고종20년) 8월 30일자 기록에 인천항 개항과 관련해 ‘광고(廣告)’라는 표현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체로 개화기 때 들어온 서구 문물에 대한 광고가 시작되면서 ‘광고’라는 단어도 함께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광고’와 ‘고백’이 함께 사용되다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영향이 커지면서 ‘광고’로 정착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첫 광고가 나온 지 10년 후, 1896년에 한글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 창간과 함께 발행한 <독립신문> 1면 첫 번째 면에 한글 광고가 실려있습니다. 즉,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 순한글 광고였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은 서재필을 필두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민중을 위해 알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독립신문>에 실린 첫 한글 광고는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독립신문> 국문판 제1권 1호에 실린 한글 광고는 신문을 홍보하고 가격을 제시한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광고’라는 한글이 처음 사용됐습니다. 이후, 1899년 11월 14일에 황성신문에서 최초 전면 광고인 ‘영국산 소다’ 광고가 실렸습니다. 이전 광고들과 다른 세련된 개화기 신문 광고가 제시됐습니다.
한글 광고의 역사를 직접 볼 수 있는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첫 한글 광고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상설전시관에서 <독립신문> 광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 전면 광고, 일제강점기 시절 광고, 광복 이후 우리나라 광고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같은 한글 광고지만 개화기, 일제강점기, 현대 등 시대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시간순으로 전시됐습니다.
심지어 광고 노래도 들을 수 있습니다. 명성소주(1953), ABC화장품(1958), 무궁화표 메리야스(1959), 판피린(1960), 샘표간장(1961) 등 1950~60년대 라디오 광고 노래를 듣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그 광고 노래를 들으면서 반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견학 온 아이들은 매우 신기해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거 완전 웃겨!”, “촌스러운데 들을만해”라며 웃었습니다. 연배가 높은 분들은 “어렸을 때 들었던 광고라서 참 정겨운 마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3년 전인 2016년 7월에 한국 광고의 역사에 대해 특별전시를 개최한 적 있습니다. 이 전시는 광고에 쓰인 우리말과 글의 역사를 다룬 주제로 우리나라 최초였습니다. 신문, 영상, 도면 등 광고 자료 357점과 시대별 대표적인 광고 문구 283점 등 총 600개가 넘는 자료들이 소개됐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때 자료들 중 일부가 상설전시관에서 전시중입니다.
광고는 정확한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 말과 글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독립신문>의 첫 한글 광고는 한자를 모르는 많은 민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글 광고가 나온 지 어느덧 123년이 흘렀습니다. 무수한 광고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한글 광고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역사와 중요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