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박웃음 2019. 5. 제 70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메뉴열기
    메뉴닫기
    추천! 한박기자

    홈 생활 속 한글 추천! 한박기자

    인쇄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구글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추천! 한박기자

    ‘한글 광고’는 언제 처음으로 등장했을까?
    국립한글박물관 제4기 기자단 백지연

    현대인은 하루를 보내면서 수많은 광고들을 접합니다.
    TV를 볼 때, 스마트폰 영상을 볼 때, 심지어 포털 검색 사이트에도 여기저기에 광고들을 만납니다.
    ‘광고 없이 지내는 하루가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런 광고에 한글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한글은 우리말이니까요. 그렇다면 한글 광고가 언제 처음 나왔는지 알고 있나요?
    그리고 어디서 첫 한글 광고가 실렸을까요? 이번에는 한글 광고의 역사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한글 광고가 처음 나온 날과 <독립신문> 창간일이 같다!

    광고가 우리나라에 첫 발을 뗀 것은 1886년이었습니다. 주간신문인 <한성주보>에서 1886년 2월 22일자에 실렸던 광고가 우리나라 첫 신문광고였습니다. 요즘 광고와 달리 한자 24줄로 이뤄진 이 광고는 당시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 ‘세창양행’의 광고였습니다. 내용은 세창양행에서 사고파는 물품에 대해 나열한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광고라는 단어가 없어서 ‘고백(告白)’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것은 중국, 일본에서 광고 대신 쓰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계에서는 이전에도 ‘광고’라는 단어가 쓰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성주보보다 더 앞선 조선왕조실록 1883년(고종20년) 8월 30일자 기록에 인천항 개항과 관련해 ‘광고(廣告)’라는 표현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체로 개화기 때 들어온 서구 문물에 대한 광고가 시작되면서 ‘광고’라는 단어도 함께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광고’와 ‘고백’이 함께 사용되다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영향이 커지면서 ‘광고’로 정착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첫 신문광고인 ‘세창양행’ 광고가 신문지상에 한자로 빼곡이 적혀있다▲ 우리나라 첫 신문광고, <한성주보>에 실린 ‘세창양행’ 광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신문인 <독립신문>을 엮은 책▲ 우리나라 최초 한글 신문 <독립신문>

    우리나라의 첫 광고가 나온 지 10년 후, 1896년에 한글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 창간과 함께 발행한 <독립신문> 1면 첫 번째 면에 한글 광고가 실려있습니다. 즉,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 순한글 광고였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은 서재필을 필두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민중을 위해 알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독립신문>에 실린 첫 한글 광고는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독립신문> 국문판 제1권 1호에 실린 한글 광고는 신문을 홍보하고 가격을 제시한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광고’라는 한글이 처음 사용됐습니다. 이후, 1899년 11월 14일에 황성신문에서 최초 전면 광고인 ‘영국산 소다’ 광고가 실렸습니다. 이전 광고들과 다른 세련된 개화기 신문 광고가 제시됐습니다.

    좌측으로부터 ‘문신닙독’이라 적힌 독립신문의 1896년 4월 7일 인쇄본에 독립신문의 광고가 적혀 있다▲ 1896년 4월 7일자 <독립신문>에 실린 우리나라 첫 한글 광고

    ‘독립신문이 본국과 외국 사정을 자세히 기록할 터이요 정부 속과 민간 소문을 다 보고 할 터이라 정치상 일과 농사 장사 의술상 일을 얼마큼씩 이 신문상 매일 기록함
    값은 일년에 일원 삼십전 한 달에 십이 전 한 장에 동전 한 푼
    독립신문 분국이 제물포 원산 부산 파주 송도 평양 수원 강화 등지에 있더라
    신문을 달로 정하든지 일년 간으로 정하여 사 보고 싶은 이는 정동 독립신문사로 와서 돈을 미리 내고 성명과 집이 어디라고 적어 놓고 가면 하루 걸어 신문을 보내줄 터이니 신문 보고 싶은 이는 속히 성명을 보내기 바람

    물론 누구든지 물어 볼 말이 있든지 세상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이 신문사로 간단하게 귀절떼여서 편지하면 대답할 만한 말이든지 신문에 낼만한 말이면 대답할 터이요 내기도 할 터이옴 한문으로 한 편지는 당초에 상관 아니함

    경향간에 물론 누구든지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이 이 신문을 가져다가 놓고 팔고자 하거든 여기 와서 신문을 가져다가 팔면 열 장에 여덟 장만 셈하고 백장에 여든 장만 셈함’

    - 독립신문(1896년 4월 7일 화요일)의 현대문

    한글 광고의 역사를 직접 볼 수 있는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광고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는 6명의 관람객들▲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한글 광고들을 볼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첫 한글 광고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상설전시관에서 <독립신문> 광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 전면 광고, 일제강점기 시절 광고, 광복 이후 우리나라 광고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같은 한글 광고지만 개화기, 일제강점기, 현대 등 시대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시간순으로 전시됐습니다.

    심지어 광고 노래도 들을 수 있습니다. 명성소주(1953), ABC화장품(1958), 무궁화표 메리야스(1959), 판피린(1960), 샘표간장(1961) 등 1950~60년대 라디오 광고 노래를 듣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그 광고 노래를 들으면서 반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견학 온 아이들은 매우 신기해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거 완전 웃겨!”, “촌스러운데 들을만해”라며 웃었습니다. 연배가 높은 분들은 “어렸을 때 들었던 광고라서 참 정겨운 마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상설전시관에서 광고 변천사를 관람하는 8명의 관람객들▲ 우리나라 광고들의 변천사를 확인하는 가족들

    국립한글박물관 3년 전인 2016년 7월에 한국 광고의 역사에 대해 특별전시를 개최한 적 있습니다. 이 전시는 광고에 쓰인 우리말과 글의 역사를 다룬 주제로 우리나라 최초였습니다. 신문, 영상, 도면 등 광고 자료 357점과 시대별 대표적인 광고 문구 283점 등 총 600개가 넘는 자료들이 소개됐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때 자료들 중 일부가 상설전시관에서 전시중입니다.

    광고는 정확한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 말과 글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독립신문>의 첫 한글 광고는 한자를 모르는 많은 민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글 광고가 나온 지 어느덧 123년이 흘렀습니다. 무수한 광고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한글 광고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역사와 중요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