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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5. 제 70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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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 일제로부터 지켜내고자 한옥을 세우다 건축왕 정세권의 혼 담긴 곳, 북촌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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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일제로부터 지켜내고자 한옥을 세우다
    건축왕 정세권의 혼 담긴 곳, 북촌 한옥마을

    팔각지붕 기와로 가득 찬 북촌 한옥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가옥 관광지다.
    최근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북촌 한옥마을이 언제, 누구에 의해 조성된 것인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건축가 정세권은 자신이 번 돈으로 조선 사람들을 위한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조선어학회가 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할 건물까지 기증했던 독립운동가다.

    내가 번 돈 모두 대한독립 위하여, 기농(基農) 정세권

    1888년 경남 고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기농(基農) 정세권은 1930년 조선물산장려회, 신간회 활동에 참여했다. 1919년 경성으로 올라와 최초의 근대식 부동산 개발 종합건축사 ‘건양사’를 설립하면서 건축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한 해에 300여 채의 신규 한옥을 공급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한복을 입은 독립운동가 기농 정세권의 흑백 사진▲ 독립운동가 기농(基農) 정세권1920년대 들어 일제는 의도적으로 북촌 진출을 시도하면서 조선인들의 주거 공간을 빼앗으려 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정세권은 북촌 일대를 차지하던 기존 가옥을 부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작은 평수의 한옥을 대량 공급했다. 북촌에 한옥지구를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인의 주거 공간을 지켜낸 것이다. 그가 지은 113동의 한옥 중 90여 동은 지금도 남아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더불어 건축 사업을 통해 얻은 막대한 재산을 신간회 등에 후원하며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그는 독립운동에 있어서 우리말과 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 작업을 돕고자 화동의 32평 대지를 구입해 2층 양옥을 짓고 조선어학회에 기증했다. 그러나 조선어학회를 지원했던 일이 문제가 돼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이 벌어지자 일제에 의해 모진 고문을 받고 재산까지 빼앗기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골목골목 옛 정취 가득한 북촌 한옥마을

    지금은 수많은 한옥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지만, 과거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의 사이에 위치해 있어 왕족이나 고위 관직의 양반이 거주하던 양반촌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아직 보존되고 있는 몇몇 고택들은 아직 당시의 명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기존에 지어져 있던 한옥과 정세권이 지은 아기자기한 한옥들, 그리고 옛 모습 그대로 남은 가지 모양 골목길이 조화를 이뤄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정세권은 당시 대규모로 한옥을 지으며 새로운 건축양식을 도입해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유리나 타일 등의 재료를 사용했다. 또한 구조 또한 평면도로 봤을 때 ‘ㄷ’이나 ‘ㅁ’모양으로 된 도시형 한옥구조로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전통한옥에 비해 작은 규모에 칸 수를 많이 나누었고 외부에서 마당이 노출된 전통 한옥과 달리 높은 대문과 담장으로 내부를 막아 집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북촌문화센터의 정문 앞 모습▲ 북촌의 정보가 가득한 북촌문화센터

    검은 기와를 올린 한옥 좌측으로 현대식 빌라가 서 있고 5명의 관람객이 한옥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식 건물과 조화를 이룬 북촌의 한옥 건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5분 거리에 북촌 문화센터가 자리해 있으니 첫 방문이라면 센터에서 북촌 지도를 받아 코스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골목길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곳이기에 본인이 선택한 루트에 따라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이 크게 차이난다. 그럼에도 북촌 내 한옥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다는 ‘북촌 8경’은 꼭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북촌 한옥마을 가이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과 ‘세종 이야기’ 둘러보자

    북촌 관광을 마친 뒤에는 동쪽의 창경궁이나 서쪽의 경복궁을 돌아보는 것이 기본적인 순서일 것이나, 북촌부터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목엔 꼭 한 번쯤은 방문해야 할 ‘핫플레이스’가 운영 중이다. 경복궁 내의 국립민속박물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 햇빛을 피하며 우리의 문화를 배워볼 수 있는 곳들이 가득하다. 특히, 역사박물관에서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 ‘대한독립 그날이 오면’을 9월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왕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향했으니 뉴스에서 자주 보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인증사진도 꼭 찍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세종대왕 동상 밑에는 ‘세종이야기’와 ‘충무공이야기’라는 비밀 전시관이 숨어 있으니 꼭 둘러보도록 하자. 세종대왕의 덕치(德治)와 한글문화가 가득찬 세종이야기는 ▲ 인간, 세종 ▲ 민본사상 ▲ 한글창제 ▲ 과학과 예술 ▲ 군사정책 ▲ 한글갤러리 ▲ 한글도서관 등 총 7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옛 것의 정취와 한글 이야기를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곳, 올 봄이 다 가기 전 북촌 일대를 탐방해보는 건 어떨까.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거대한 세종대왕 동상 위로 하늘이 파랗게 펼쳐진다

    한복을 차려입고 국립민속박물관 건물 앞에서 박물관 사진을 찍는 2명의 관람객▲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세종의 어진이 걸려있는 세종이야기의 전경▲ 세종대왕의 모든 것 담은 세종이야기

    여·행·가·이·드

    북촌 한옥마을

    서울 종로구 계동길 37 북촌문화센터 일대

    • · 민영 주차장 곳곳에 운영 중이나 주차 혼잡

    국립민속박물관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 · 운영시간 : 09:00 ~ 18:00
    • · 관람료 무료
    • · 주차장 혼잡 극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 운영시간 : 10:00 ~ 18:00
    • · 주차 가능
    • · 통합관람권 4,000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98

    • · 운영시간 : 10:00 ~ 18:00
    • · 관람료 무료
    • · 주차 시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세종이야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 · 운영시간 : 10:30 ~ 19:30
    • · 매주 월요일 휴관
    • · 관람료 무료
    • · 주차 시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