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화) 오후 3시 한꺼번에 26개가 ‘대박’인 이유

옥스퍼드 사전의 초판이 완성된 것은 1928년이었다. 41만 개 이상의 표제어를 자랑하는 사전의 초판에 한국어 기원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그럼, 1989년 간행된 옥스퍼드 사전 2판에는 어땠을까? 15개의 표제어가 전부였다. 그 후 매우 간헐적으로 몇 개의 한국어 기원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됐지만 2021년 9월 갱신 전까지 그 수는 총 24개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옥스퍼드 사전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래 142년간 등재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한국어 기원 표제어가 2021년 9월 갱신을 통해 한꺼번에 등재된 것이다.

언어는 문화를 타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한국어 기원 표제어가 한꺼번에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수 있었을까? 물론 한류의 영향이다. 2021년 9월 등재된 단어들을 보면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언어는 문화를 타고 들어가는구나’를 실감하게 한다. ‘Korean wave’와 ‘한류’가 동시에 등재어가 된 것도 흥미롭다. 한편, 케이팝의 아이돌 문화는 ‘언니, 오빠, 누나’는 물론 ‘애교’라는 단어까지 세계 공통어가 되게 했다. 한국의 영상 꾸림 정보는 ‘K-drama’와 ‘먹방’, ‘트로트’를, 웹툰의 인기는 2015년 이미 등재된 ‘웹툰’과는 별도로 ‘만화’도 영어가 되게 했다.

한국 음식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도 확인된다. ‘반찬, 불고기, 치맥, 동치미, 갈비, 잡채, 김밥, 삼겹살’이 영어가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콩글리시라고 업신여김을 당하던 ‘파이팅’과 ‘스킨십’도 이제는 당당히 영어가 되었다. 심지어 ‘콩글리시’도 영어가 되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2021년 9월에 등재된 단어들은 그 이전 최소 15년~20년 이상 꾸준히 사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류의 영향력은 그간 훨씬 더 커졌고 강해졌다. 또, 국제적인 미디어 소통망을 통해 세계인의 귀에 한국어가 더 많이, 더 자주 들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2021년 9월 옥스퍼드가 발표한 26개 한국어 기원 등재어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다.

신지영(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근거지로 흥미진진한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언어탐험가. 옥스퍼드 사전 자문위원, 대검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말소리 연구로 시작하여 언어의 다양한 측면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방송과 강연을 통해 시민 사회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2020년에는 국가로부터 대통령 표창과 한국아나운서협회로부터 장기범상을, 2021년에는 어문기자협회로부터 어문기자상(출판부문)을 받았다. 대중서로는 『언어의 높이뛰기』(2021), 『언어의 줄다리기』(2018), 『한국어 문법 여행』(2015) 등을, 학술서로는 『말소리의 이해』, 『한국어의 말소리』, 『The Sounds of Korean』(공저)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