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10호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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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림 주변으로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고 있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매체 속 한글 쏙쏙 우리 말글이 사용된
‘한국 문학’
한글과 함께 세계로 나가다

K-문화의 전성시대가 열린 지금, 한국문학 역시 해외 진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를 접한 뒤 한국 문화에 빠진 해외 팬들이 한국 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해외에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은 186건으로, 2011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약 200개 작품이 각국에서 출간되었다. 이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한국 작가들이 연이어 수상하고, 한국 문학과 관련된 전시가 열리는 등
한국 문학의 저변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문학, 그 눈부신 성과

1892년 『춘향전』이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된 이래, 지난 120년 동안 한국문학은 서서히 다른 언어권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한국문학번역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 말 현재 외국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서적은 총 4,315권이다. 여기에는 같은 작품의 중복 출판이 포함되어 있으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순으로 출판이 활발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러시아어, 체코어, 폴란드어, 베트남어, 타이어,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권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한국 문학의 대표작으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이 있다. 번역된 우리 문학 작품들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 외에도 꾸준한 편이다. 2018년에는 편혜영의 『홀』이 미국의 셜리 잭슨 상을,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프랑스의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일본번역대상을, 2019년에는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이 캐나다의 그리핀 시 문학상을 각각 받았다.

두 권의 책에 진열되어 있다. 왼쪽의 책은 검은색 배경에 주황색으로 글씨가 쓰여 있고, 오른쪽 책은 주황색 배경에 검은색으로 글씨가 쓰여 있다. 두 책 모두 상단에는 ‘Han Kang’이, 오른쪽에는 커다란 쉼표가 하얀색으로 새겨져 있다. ▲ 스페인에 출간된 『채식주의자』
스페인어판(오른쪽)과 카탈루냐어판 (출처: 해외문화홍보원)

지구처럼 보이는 동그란 원을 중심으로 원 위에는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가, 원 아래에는 나뭇잎이 없이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가 그려져 있다. 원을 중심으로 제목 ‘THE HOLE’이 적혀있고 하단에는 ‘HYE-YOUNG PYUN’이 적혀있다. ▲ 미국에서 출간된 편혜영 장편소설 『홀』
(출처 : 한국문학번역원 홈페이지)

2020년에도 손원평의 『아몬드』가 일본 서점대상 번역 소설 부문에서, 김이듬의 『히스테리아』가 미국 전미번역상 시 부문에서 각각 수상작이 되었다. 또 하성란의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가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해외 독자들의 호응 역시 만만치 않다. 『채식주의자』가 전 세계에서 골고루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26개국에 소개돼 일본 21만 부를 포함해 60만 부 가까이 판매되었다. 수상 소식과 성공사례가 늘어날수록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역시 더욱더 활발해질 것이다.


한국 문학의 뿌리, 한글

한복을 입은 여성의 몸 아래 산천이 펼쳐져 있다. 그 옆에는 커다란 빨간 원이 놓여있고 원 안에 제목 ‘파친코 PACHINKO’와 작가 이름 ‘MIN JIN LEE’가 적혀있다. ▲ 영국에서 출간된 『파친코』
책 표지 (출처: 예스24)
최근에는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등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으며, 덩달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예로 애플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파친코>를 들 수 있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이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후 한국에서 출간된 것이지만, 해외에 설명하기 어려웠던 우리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복, 김치, 언니, 오빠 등 한국의 문화가 잘 드러나는 단어가 그대로 사용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영국에서 발간된 『파친코』 표지에는 영문 제목뿐만 아니라 한글로도 제목이 적혔으며, 드라마 타이틀 부분에도 한글 제목이 가장 먼저 등장해 한국 문화가 녹아든 작품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해외 기사에 실린 윤동주 시인의 흑백 사진이다. 그는 학사모를 쓰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헝가리 현지 언론에서 다룬 ‘영감의 원천-윤동주가 사랑한
한글’ 전시 (출처: Kultura.hu (04. 09))

책장이 놓여있고 책장에 여러 가지 한국 책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 한국 문학을 판매한 포일스 서점
(출처: 주영한국문화원)

이 밖에도 한국 문학과 관련된 여러 행사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과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은 지난 3월, 헝가리 한국문화원 기획전시실에서 ‘영감의 원천-윤동주가 사랑한 한글’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는 사비나미술관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 및 윤동주기념사업회와의 협업으로 윤동주의 시 124편을 빅 데이터로 분석, 윤동주가 자주 사용했던 시어 20개를 추출하고, 12명의 작가가 시어 20개를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총 27점의 다양한 매체로 구현했다. 예술과 한국의 선도적 산업(4차 산업혁명-빅 데이터)을 융합해 해외에서 개최하는 최초의 한글전시였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120년 전통의 영국 서점 ‘포일스’는 주영한국문화원과 협력해 지난 2021년 한글날 기념으로 한국어 학습 도서 및 한국 문학 코너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 웹툰, 영화, 태권도, K팝 관련 도서와 요리 잡지 등도 비치되었고 한복, 청사초롱 등 전시가 함께 열렸으며 한글 캘리그래피 행사도 진행되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권여선 작가의 소설 『레몬』이 현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상태였는데, 이는 서구권 나라에서 한국 문학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한글과 한국어에 관한 관심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한국 문학이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동시에 우리가 해외 유명 작가의 원서를 구매하듯, 한국 문학 역시 한글이 적힌 원서가 세계인에게 더 많이 읽힐 날이 오길 바란다.

*본 기사는 매체 속 한글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기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