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싯그룹은 2008년 가재발(본명 이진원)과 장재호가 만나 결성한 그룹으로,
소리, 미디어아트, 퍼포먼스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결합한 ‘오디오비주얼 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태싯그룹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면 한글이 들리고, 음악이 보인다.
시각과 청각을 활용한 공감각적인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태싯그룹의 작품 속에는 한글이 돋보인다.
태싯그룹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한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저희는 2008년부터 오디오비주얼 공연과 전시를 펼쳐온 태싯그룹입니다. 한글, 특히 한글의 창제원리를 이용한 작품을 다수 발표해 왔고, 이것이 인연이 돼 <한박웃음> 독자분들께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태싯그룹이 추구하고 있는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태싯그룹은 우리의 생활과 문화 속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발견하고 이를 사운드와 비주얼로 작품화하는 그룹입니다. 문자, 생명, 게임, 수학 등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대상 속에는 알게 모르게 시스템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를 포착해 소리와 비주얼을 구동하는 원리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한글에 내재한 시스템을 통해서 <Hun-min-jeong-ak(훈민정악)>을, 테트리스 게임의 원리를 이용해서 <Game Over>를, 유전학의 원리를 활용해 <LOSS(Life of Sounds)>를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Game Over>
▲태싯그룹의 기존 작품들을 기반으로 하는
<ㅋㅋproject(ㅋㅋ프로젝트)>
다채로운 작업 중 한글을 활용한 <Morse ㅋung ㅋung(모르스 쿵쿵)>, <Hun-min-jeong-ak(훈민정악)> 등이 특히 눈에 띕니다. 각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룹 결성 이래 지금까지 한글을 이용한 작품을 지속해서 발표해 왔습니다. <Hun-min-jeong-ak(훈민정악)>은 그중 첫 작품인데요.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에 착안했습니다. 초성·중성·종성이 합쳐지는 한글의 글자 체계는 소리가 생성돼 끝나기까지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Hun-min-jeong-ak(훈민정악)>은 이 체계를 그대로 가져오되, 원래 우리말의 소리를 컴퓨터에서 만들어진 완전히 새로운 소리로 대체했습니다. 즉, 연주자는 무대 위에서 한글을 타이핑하고, 컴퓨터는 타이핑된 한글을 새로운 소리로 바꾸는 것입니다.
<Morse ㅋung ㅋung(모르스 쿵쿵)>은 한글과 모스 부호의 특성을 결합해 만든 작품입니다. 한글이 점·선·면의 단순한 기하학적 기호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모스 부호가 짧은소리, 긴소리, 침묵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특성을 이용했습니다. 한글의 획 구조를 모스 부호에 대치시킴으로써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작품 <Morse ㅋung ㅋung(모르스 쿵쿵)>은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국립한글박물관의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에서도 공연됐는데요. 작업을 함께 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대한 관객의 반응 등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Morse ㅋung ㅋung(모르스 쿵쿵)>을 공연작품으로 만들었고 추후 전시작품으로 변형해, 예술의 전장 서예박물관의 <ㄱ의 순간> 전에 최초로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은 한글에 대한 새로운 예술적 시각을 선보인 작품으로 평가받아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그 결과 프랑스 유네스코 본사를 시작으로 홍콩, 러시아, 미국에서도 전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Morse ㅋung ㅋung(모르스 쿵쿵)> 전시작품
소리를 나타내기 위한 시각적 기호로 많은 문자 중 한글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소리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글자가 바로 한글이기 때문입니다. 초성은 소리의 기본 파형에 해당하고, 중성은 그 기본 파형을 변형시키는 역할을 하며, 종성은 소리의 끝맺음을 담당합니다. 이것은 소리가 하나의 유기체이며 생명이라는 것에 기반한 태싯그룹의 작품 세계에 매우 많은 영감을 줍니다.
앞으로 계획 중인 한글 관련 작업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관객이 입력한 문자를 실시간으로 작품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11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선보일 작품으로, 한글이 해체되고 다시 합쳐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길이가 75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미디어월과 에스컬레이터 천장에 설치된 LED 스크린을 통해 전시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태싯그룹에게 ‘한글’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태싯그룹의 작품 세계 속에서 한글은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가 아닙니다. 매우 체계적이고 디지털적이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감성을 지닌 작품의 원료 같은 존재입니다.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