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호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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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책을 펼쳐 읽고 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묶었으며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아이 주변으로는 전구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다. 아이 뒤로는 분홍색 배경 위에 원고지가 펼쳐져 있으며, 그 위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 무언가 관찰하는 아이, 연필 위에 앉아 컵을 귀에 대고 있는 아이, 책 위에 앉아 망원경을 보고 있는 아이 등이 그려져 있다.

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색연필만큼이나 많은 색깔을 가진 마음에게

2022년 수상작(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대상): 윤준겸 어린이

색연필만큼이나 많은 색깔을 가진 마음에게. 봄이 오고 나서 새 학년이 되어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학교에 가는 걸 그만두었어. 나는 늘 형과 함께 학교에 갔는데, 어느 날 아침 형은 혼자 학교에 갔고, 나는 집에 있었어. 그것이 내가 학교에 가지 않게 된 시작이었어. 학교에 안 가는 건 보통은 무슨 일이 생겨서 그렇잖아. 몸살감기로 열이 나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려는 걸 손으로 짚었다가 뼈에 금이 간다거나, 앞을 보고 간다고 한 것이 실수로 간판에 부딪히거나 해서 다쳤을 때처럼,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움직이기 힘들 때 외출을 할 수 없게 돼. 열은 뜨겁던 얼굴이 식으면 되고, 금이 간 뼈는 다시 붙으면 되고, 다친 건 딱지가 앉기만 하면 움직일 수 있잖아. 눈에 보이는 것들은 언제 어떻게 나아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좀 달랐단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아무것도 없었거든. 엄마가 매일 아침 나에게 학교에 가자고 하셨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어. 그렇게 학교에 안 가기를 하루, 이틀, 사흘 하다가 일주일을 넘기자 나는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가서 종합심리검사를 받았어. 임상심리사 선생님과 함께 여러 가지를 해보는 건데, 전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 2주가 지나고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어.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 나도 잘 이해는 안 돼.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흰색과 하늘색이 섞인 작은 알갱이 약을 조금씩 매일 먹고 있어. 위클래스 선생님, 놀이치료사 선생님, 임상심리사 선생님, 학습클리닉 선생님을 만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해.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너, ‘마음’이야. 엄마와 많은 어른들이 나에게 교실에 들어가기 힘든 이유가 뭐냐고 물으시는데, 나는 그냥 무서워. 교실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 그랬더니 교실에 나를 무섭게 하는 뭔가가 있냐고 하시는 거야. 교실엔 선생님이 계시고,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교실에 있는 게 무서워. 무서워서 갈 수가 없어. 내가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그런데 네가 들려준 42가지 마음의 색깔을 보면서 마음이 어느 한 가지 모습만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 알게 됐어. 내가 조금 알겠다고 하는 이유는 너도 알지? 많은 색깔의 마음들이 있는데, 그 많은 마음들을 아직 전부 다 이해하는 건 아니거든. 위클래스 선생님과 만날 때마다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 선생님은 늘 그날의 내 기분이 어떤지 물으셔. 처음엔 대답도 하지 못했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선생님이 마음 카드를 한 장, 한 장 보여주시며 여러 가지 마음 중에 한두 가지 내 마음과 닮아 있는 것이 있을 거라며 짚어보라고 하셨어.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찬찬히 마음을 살펴보게 됐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것 같은 마음이 있어 짚으면 은근히 반갑기도 했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도 답답했었는데, 마음 카드가 도와주니까 말이야. 그렇게 내 마음 카드 공부가 시작되었어. 고맙다, 기대되다, 기쁘다, 만족스럽다, 뿌듯하다, 사랑스럽다... 가 무엇을 표현한 건지 알아? 이것들이 다 기쁨의 표현이래. 마음 아프다, 막막하다, 미안하다, 비참하다, 서럽다, 섭섭하다, 속상하다... 는 슬픔의 표현이래. 정말 많지? 나는 교실에 가려고 하면 친구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고 긴장돼. 친구들에게 인사라도 할라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친구가 나에게 인사해오면 어색하고 당황스러워.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게 두렵고 불안해서 교실에 들어서기가 망설여져. 맞아, 나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두려워. 친구들은 모두 씩씩하게 등교하지만 나는 두려워서 그게 안돼. 부모님과 여러 선생님들은 내가 내 마음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주고 계셔. 학교 가기가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그런 느낌을 갖기까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거지. 네가 알려준 마음만 해도 42가지나 되는 만큼, 앞으로 나는 이 마음들을 잘 이해하고 익숙해져 가야 해. 내가 나를 잘 이해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있대. 너를 통해 나를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니? 얼마나 더 학교 대신 위클래스와 치료센터, 학습기관에만 다니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이 안정되고 용기가 생기면 다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때까지 나는 너에게 끊임없이 ‘이건 무슨 마음이지?’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거지?’하고 물을 거야. 그때마다 나에게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겠니? 너와 내가 친해지고, 나와 내 친구들이 친해질 수 있도록 우리 끝까지 함께 가보자. 마음이 파이팅! 나도 파이팅! 우리 모두 파이팅! 2022.8.9.

봄이 오고 나서 새 학년이 되어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학교에 가는 걸 그만두었어. 나는 늘 형과 함께 학교에 갔는데, 어느 날 아침 형은 혼자 학교에 갔고, 나는 집에 있었어. 그것이 내가 학교에 가지 않게 된 시작이었어.

학교에 안 가는 건 보통은 무슨 일이 생겨서 그렇잖아. 몸살감기로 열이 나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려는 걸 손으로 짚었다가 뼈에 금이 간다거나, 앞을 보고 간다고 한 것이 실수로 간판에 부딪히거나 해서 다쳤을 때처럼,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움직이기 힘들 때 외출을 할 수 없게 돼. 열은 뜨겁던 얼굴이 식으면 되고, 금이 간 뼈는 다시 붙으면 되고, 다친 건 딱지가 앉기만 하면 움직일 수 있잖아. 눈에 보이는 것들은 언제 어떻게 나아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좀 달랐단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아무것도 없었거든. 엄마가 매일 아침 나에게 학교에 가자고 하셨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어. 그렇게 학교에 안 가기를 하루, 이틀, 사흘 하다가 일주일을 넘기자 나는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가서 종합심리검사를 받았어. 임상심리사 선생님과 함께 여러 가지를 해보는 건데, 전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

2주가 지나고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어.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 나도 잘 이해는 안 돼.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흰색과 하늘색이 섞인 작은 알갱이 약을 조금씩 매일 먹고 있어. 위클래스 선생님, 놀이치료사 선생님, 임상심리사 선생님, 학습클리닉 선생님을 만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해.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너, ‘마음’이야.

엄마와 많은 어른들이 나에게 교실에 들어가기 힘든 이유가 뭐냐고 물으시는데, 나는 그냥 무서워. 교실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 그랬더니 교실에 나를 무섭게 하는 뭔가가 있냐고 하시는 거야. 교실엔 선생님이 계시고,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교실에 있는 게 무서워. 무서워서 갈 수가 없어. 내가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그런데 네가 들려준 42가지 마음의 색깔을 보면서 마음이 어느 한 가지 모습만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 알게 됐어. 내가 조금 알겠다고 하는 이유는 너도 알지? 많은 색깔의 마음들이 있는데, 그 많은 마음들을 아직 전부 다 이해하는 건 아니거든.

위클래스 선생님과 만날 때마다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 선생님은 늘 그날의 내 기분이 어떤지 물으셔. 처음엔 대답도 하지 못했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선생님이 마음 카드를 한 장, 한 장 보여주시며 여러 가지 마음 중에 한두 가지 내 마음과 닮아 있는 것이 있을 거라며 짚어보라고 하셨어.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찬찬히 마음을 살펴보게 됐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것 같은 마음이 있어 짚으면 은근히 반갑기도 했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도 답답했었는데, 마음 카드가 도와주니까 말이야.

그렇게 내 마음 카드 공부가 시작되었어. 고맙다, 기대되다, 기쁘다, 만족스럽다, 뿌듯하다, 사랑스럽다... 가 무엇을 표현한 건지 알아? 이것들이 다 기쁨의 표현이래. 마음 아프다, 막막하다, 미안하다, 비참하다, 서럽다, 섭섭하다, 속상하다... 는 슬픔의 표현이래. 정말 많지?

나는 교실에 가려고 하면 친구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고 긴장돼. 친구들에게 인사라도 할라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친구가 나에게 인사해오면 어색하고 당황스러워.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게 두렵고 불안해서 교실에 들어서기가 망설여져. 맞아, 나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두려워. 친구들은 모두 씩씩하게 등교하지만 나는 두려워서 그게 안돼.

부모님과 여러 선생님들은 내가 내 마음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주고 계셔. 학교 가기가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그런 느낌을 갖기까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거지. 네가 알려준 마음만 해도 42가지나 되는 만큼, 앞으로 나는 이 마음들을 잘 이해하고 익숙해져 가야 해. 내가 나를 잘 이해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있대. 너를 통해 나를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니?

얼마나 더 학교 대신 위클래스와 치료센터, 학습기관에만 다니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이 안정되고 용기가 생기면 다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때까지 나는 너에게 끊임없이 ‘이건 무슨 마음이지?’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거지?’하고 물을 거야. 그때마다 나에게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겠니? 너와 내가 친해지고, 나와 내 친구들이 친해질 수 있도록 우리 끝까지 함께 가보자.
마음이 파이팅! 나도 파이팅! 우리 모두 파이팅!

2022. 8. 9.

『42가지 마음의 색깔』

도서 『42가지 마음의 색깔』의 표지. 목화솜 위에 큰 양과 작은 양이 있다. 큰 양은 목화솜 우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작은 양은 큰 양이 뜨고 있는 목도리를 몸에 두른 채 목화솜 위에 누워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평소 감정을 4~5가지밖에 사용하지 않는 어른들을 보고 자라나기 때문이다. 『42가지 마음의 색깔』은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포근함’, ‘사랑’, ‘미움’ 등 42가지 감정의 이름과 각 감정에 대한 설명글, 그리고 감정을 표현한 42점의 그림 작품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이들이 감정을 실제 생활에서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통해 감정을 나누고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아이는 관계의 토대를 쌓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