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10호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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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광고판에 김진평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모여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그 간판을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손을 뻗어 환호하고 있다.

소장품 이야기 광고 속 한글
서체 디자인의 선구자
김진평의 한글 활자
디자인 이야기

김진평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포함해 ‘성공을 향한 여섯 계단’, ‘설인은 살아있다’, ‘그는 과연 대통령’ 등의 문구 도안이 함께 놓여있다.

여러분은 ‘김진평’ 디자이너를 알고 계신가요?
김진평(1949~1998)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에
활발히 활동하던 교육자이자 시각 디자이너인데요.
리더스 다이제스트 예술 감독을 맡고, 합동 통신사 광고기획실에서 근무했으며,
1981년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로 부임해 한글 글꼴에 관한 연구와 교육에 집중했죠.
그는 회사 로고, 출판 매체 등의 분야에서 왕성하게 디자인 작업을 해왔는데요.
한글 디자인의 폭을 넓히고 이론을 정립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광고 글자 글자표현

광고 글자

‘설인은 살아있다’ 문구 도안들을 모아놓았다. ‘설인’은 한자로 雪人으로 적혀있다. 글자는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하게 표현됐으며 중간중간 선이 끊겨 구멍이 뚫린 것처럼 표현됐다.

김진평이 활동한 시기는 현대적 의미의 타이포그래피라는 용어가 쓰이고
한글 디자인이 본격화되는 때였습니다.
당시 한글을 사용하는 대중 매체, 출판물이 증가했지만,
서구 문화를 중시하는 시대 풍조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글을 경시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한글 타이포그래피 재료가 심각하게 빈곤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진평은 광고 글자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글의 정체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글 디자인을 체계화했습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로고 타입의 제작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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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다이제스트』

김진평 디자이너가 작업한 글자들을 모아놓았다. 글자는 ‘륙’, ‘쏘’, ‘처’이다. ▲김진평이 작업한 ‘리더스 다이제스트’ 로고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는 미국의 월간 잡지이며,
김진평이 한국 창간 때부터 3년간 디자이너로 작업했던 잡지이기도 합니다.
당시 영문자로 구성된 로고의 구조와 조형미를
한글로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디자인의 핵심이었는데요.
김진평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주요 기사 내용에 맞춰 그 제목을 디자인했습니다.
이 잡지에서 보이는 김진평의 현대적인 글자표현과 개성적인 장식 글자들은
한글의 정체성과 알파벳의 조화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로고 제작의 기초 요소 마지막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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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제작의 기초 요소

작업 중인 ‘리더스 다이제스트’ 로고이다. 모눈종이 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테두리만 작업 된 채 적혀있다. ‘리’ 글자가 가장 크며 그 옆에 ‘더스’와 ‘다이제스트’가 위아래로 적혀있다.

김진평은 로고 제작을 위한 몇 가지 기초적인 방법을 제시했는데요.
먼저 독창적인 표현이 가능한 자음 획에 굵기 혹은 기울기 변화를 주어
현대적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손 글씨의 흐름을 이용해 닿자 모양의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획을 응용하여 굵기에 차이를 두거나 질감(내부·외곽 테두리와 그림자 등)을
주어 글자의 형태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활용했는데요.
이를 통해 그는 한글 디자인의 다채로운 표현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마지막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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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표현

작업 중인 ‘하이틴’ 로고이다. 상단의 로고는 테두리만 작업 됐으며 테두리 주변으로 각종 곡선과 수치들이 함께 적혀있다. 하단의 로고는 글자의 테두리와 내부를 모두 검은색으로 채웠다.

김진평은 ‘레터링’(Lettering)을 우리말인 ‘글자표현’으로 바꿔 사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레터링’은 ‘글자를 쓰는 것’ 또는 ‘쓰인 글자’를 의미했지만,
현재는 글자를 표현하는 행위부터 표현된 글자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졌는데요.
이 때문에 김진평은 레터링의 사전적 의미인 ‘글자 쓰기’보다
실제 그 단어가 사용되는 범위에 맞도록 ‘글자표현’으로 명명한 것이죠.

‘글자표현’의 과정 『한글의 글자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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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표현’의 과정

작업 중인 ‘증발된 스파이’ 문구이다. ‘된’ 글자만 작게 표현됐다. 선이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게 표현됐다.▲글자체 성격의 계획(밑그림)

작업 중인 ‘싶은 것은’ 문구이다. 테두리만 작업 됐으며 테두리 주변으로 각종 곡선과 수치들이 함께 적혀있다.▲글자체의 설계(도면)

작업 중인 ‘스파이 두목’ 문구이다. 모눈종이 위에 테두리만 작업 됐으며 테두리가 깔끔한 선으로 처리됐다.▲글자체의 옮김(도면)

작업 된 ‘내마음속의’ 문구이다. 글자 내부를 검은색으로 채웠다.▲글자체의 옮김(원도)

『한글의 글자표현』에서는 글자표현의 과정을 4단계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먼저 글자체 성격을 계획해 스케치하는 밑그림 단계부터 시작합니다.
그다음은 글자체를 설계하는 과정인데요.
스케치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타원 자 등의 도구를 사용해 설계 도면을 완성합니다.
이후 이 글자체를 쓰임에 맞게 표현할 종이에 옮기는데요. 이 과정은 생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먹 등을 이용해 최종글자 형태를 다듬으면 됩니다.

『한글의 글자표현』 마지막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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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글자표현』

『한글의 글자표현』 표지 사진이다. 상단에 제목 ‘한글의 글자표현’이 적혀있다. 아래에는 회색빛 모눈종이가 놓여있으며 그 가운데에 기역, 니은, 이응이 겹쳐있다.▲『한글의 글자표현』

김진평은 1983년 『한글의 글자표현』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한글 활자를 글꼴 개발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한글 글꼴의 변천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또한, 당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돋움(고딕), 바탕(명조) 등 활자 구조에 대해 정의했죠.
이 밖에도 활자체를 기계적(자간, 크기 등)으로 표현하는 것 외에
글자를 쓰고 그리는 행위를 ‘손에 의한 표현’이라고 서술했는데요.
‘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당시 활자체를 제외한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자표현’의 과정 마지막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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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평, 한글의 꿈을 그리다』 표지. ‘하이틴’ 도안과 컴퍼스, 모눈종이, 도형 자 등이 놓여있다. 그 위 제목인 ‘김진평, 한글의 꿈을 그리다’가 적혀있다.▲『김진평, 한글의 꿈을 그리다』

김진평의 작업물을 통해 당시
그가 한글디자인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쏟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기증자료집 『김진평, 한글의 꿈을 그리다』에는
그의 작업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돼 있답니다.
이처럼 한글디자인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후대 디자이너들에 이어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10월 7일부터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한글디자인의 끝없는 발전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가 열립니다.
24명 작가의 약 60여 점 작품을 통해 한글의 혁신적인 모습을 만나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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