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점자』에 실린 한글 점자 설명
11월 4일은 점자의 날입니다.
한글, 영어 등 각 문자가 모양이 다르듯 문자마다 해당하는 점자도 다른데요.
우리의 한글 점자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들었답니다.
11월의 소장품 이야기에서는 점자의 날을 맞이해
박두성 선생과 그가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박두성
박두성 선생은 1888년 현재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906년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냈는데요.
1913년 시각장애인들의 학교인 조선총독부 내 제생원 맹아부에 부임하게 됐고,
그 후로 시각장애인 교육에 매진했습니다.
그는 평소 눈이 어둡다고 해서 마음조차 어두워선 안 된다며
항상 시각장애인들의 배움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훈맹정음 창제 배경
▲『한글점자』 초고
박두성은 평소 우리말을 제대로 기록할 수 있는
한글 점자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당시 평양맹아학교를 운영했던 로제타 홀(Rosetta Hall, 1865~1951)이 개발한
4점식 한글 점자는 초성과 종성의 자음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1920년부터 점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1923년 제자 8명과 함께 비밀리에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하고
한글 창제 원리를 공부하며 한글 점자 연구에 몰두했죠.
끝없는 연구와 노력 끝에, 1926년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탄생했답니다.
한글의 정체성과 알파벳의 조화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한글점자』
▲『한글점자』 육필 원고본
작자: 박두성 / 시대: 1946년 / 크기: 21.3 x 33.5cm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점자와 관련하여 『훈맹정음』, 『한글점자』,
『훈맹정음의 유래』, 『한글점자의 유래』 등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이 소장품은 송암 박두성 선생의 차녀 박정희 씨가
아버지의 점자 유물을 2014년 한글박물관에 기증한 것입니다.
그중 『한글점자』는 훈맹정음의 원리와 내용을 해설한 책의 원고입니다.
원고는 박두성이 쓴 서문 1장과 본문 13장으로 이루어졌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의 원리와 체계를 자세히 보여주죠.
훈맹정음
작자: 박두성 / 시대: 1926년 / 크기: 19.5 x 29.8cm
훈맹정음은 6개의 점을 이용한 6점식 한글 점자로,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가 있는 서로 다른 63개의 점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점자는 배우기 쉽고, 점 수효가 적으며 서로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기초해 만들어졌는데요.
훈맹정음은 한글의 원리와 같이
초성(자음 첫소리), 중성(모음), 종성(자음 받침)으로 이루어집니다.
자음 첫소리는 기본점의 원리가 사용됐고
받침의 경우, 자음의 첫소리를 좌우 또는 상하로 이동시켜 만들어졌는데,
좌우 이동이 어려운 경우는 아래로 1점씩 이동시켰죠.
그리고 모음은 대칭성을 이용했답니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점자
훈맹정음은 초성의 자음과 받침의 자음 모양을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두성은 『맹사일지』에서 “점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알기는 5분이면 족하고 읽기는 반나절에 지나지 않으며
4, 5일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쓰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소.
어서 바삐 점자를 배워야 원하는 대로 글을 읽게 되는 것이오.”라며
훈맹정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점자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한글 점자 사용 규칙
훈맹정음에서 비롯된 한글 점자는
모아쓰기가 아닌 풀어쓰기로 초성·중성·종성을 차례대로 나열합니다.
그리고 초성의 ‘o’은 생략하지만 받침에서의 ‘o’은 사용합니다.
또한, 읽는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는 규칙이 있답니다.
지금까지 박두성 선생과 그가 남긴 유물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한글만큼이나 ‘점자’가 소중할 텐데요.
점자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널리 알리고자
국립한글박물관에서도 점자를 활용한 패널과 전단을 제작하거나
점자 교육을 진행했었답니다.
점자의 날, 송암 박두성 선생의 이타적인 마음을 떠올리며
‘점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