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루나에게
2022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으뜸상): 김소율 어린이
루나야, 안녕? 난 너의 친구가 되고 싶은 소율이라고 해~
너에게 찾아온 사춘기 때문에 요즘 많이 힘들지? 내가 그렇거든.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변화나 내가 의도하지 않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들을 보면 사춘기인 것이 분명한 것 같아. 근데 내 주위 친구들은 아직 사춘기가 아닌가 봐. 나에게는 심각한 고민인 것 같은데 친구들은 아직 별로 관심이 없어.
이번에 책을 통해 너를 알게 되고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어서 너무 좋아. 왜냐면 너와 내가 나이가 같다는 것, 엄마 나이가 많아서 친구 중 우리 엄마 나이가 최고라는 것, 또 외동이라는 것 등 공통점이 많지만, 특히 네가 느끼는 감정들을 내가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어. 이 정도면 우리는 너무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지 않아?
루나야. 너도 너의 마음을 잘 모르겠지? 나도 그래. 아침에 엄마가 깨우면 어떤 날은 기분이 좋다가 어떤 날은 막 짜증이 나. 아침밥으로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빵을 준비한 엄마에게 맛없다는 이유로 화를 낸 적도 있어. 심지어 집 현관에서 엄마가 나를 배웅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는데 현관문을 열었을 때 엘리베이터 버튼에 불이 안 들어와 있는 것도 엄마 때문인 것 같아서 “늦으면 엄마 때문이야”라고 하며 학교 간 적도 있어. 지금 생각하면 진짜 아무 일도 아닌데 말이지. 루나 너도 공감하지? 솔직히 내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살짝 부끄럽기도 한데 너는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아마 이런 우리 행동들이 사춘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너에게만 하는 말이지만 우리 엄마도 얼마 전까지는 천사였어. 내가 예의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아무리 투정 부리고 떼써도 다 받아주고. 급식을 잘 먹지 않는 내가 학교 갔다 오면 배고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간식을 준비해두고…. 내 친구들은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너희 엄마는 올 때마다 맛있는 거 많이 해주셔서 좋겠다. 매일매일 놀러 오고 싶어.”라고 할 정도로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친절한 엄마였어. 그런데 요즘은 엄마가 좀 변한 것 같아. 그 부지런하던 엄마가 내가 집에 오면 침대에 누워있는 경우도 있고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 아침에 일어나면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엄마였는데 내가 세수하고 나올 때까지 누워있는 경우도 있어. 나도 처음에는 루나 너처럼 ‘엄마가 이제 나에게 관심도 없고 게을러지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 우리가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엄마도 갱년기라서 그렇다고 해.
갱년기? 너도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랐지? 나도 너처럼 의아했는데 아빠 말로 갱년기는 어른들이 겪는 사춘기래. 엄마의 몸에 변화가 오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는 등 감정의 변화가 크다고 해. 부모들이 사춘기를 이해해 주어야 하는 것처럼, 나도 엄마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대. 처음에 나도 “엄마는 어른이잖아. 사춘기가 또 오는 게 어딨어?”라고 반문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 루나 너도 이제 알지? 루나야! 사춘기를 겪는 우리와 갱년기를 겪는 우리 엄마들에게는 이해와 소통이 필요한 것 같아. 엄마는 몰라라는 우리의 편견을 버리고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우리 엄마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너도 나도 이 사춘기를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도 언젠가는 갱년기를 맞이할 테니까….
우리들의 사춘기와 엄마들의 갱년기를 응원하는 너의 친구가
『사춘기 대 갱년기』는 사춘기와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모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모든 일을 엄마 탓으로 돌리는 ‘사춘기 법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딸 루나와 갱년기라는 새로운 인색 굴곡을 만난 엄마의 이야기를 각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풀어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기를 감동적으로 그립니다.
최근 여성의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엄마의 갱년기와 자녀의 사춘기가 겹치는 가정이 예전보다 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시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가족 모두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 책을 쓴 제성은 작가는 사춘기 딸을 두고 있습니다. 갱년기를 앞두고 있기도 하지요. 작가는 사춘기 딸과 대화를 하다 자신도 모르게 ‘너 사춘기니?’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이 사춘기 때 가장 듣기 싫어하던 말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딸에게 내뱉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는 사춘기 딸을 좀 더 이해해 보고자 이 책을 쓰기 시작했지요.
출처 : 출판사 개암나무 『사춘기 대 갱년기』 서평 중 발췌
안네에게
2022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으뜸상): 구나현 어린이
안녕? 내 친구가 읽고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어 네 책을 읽게 되었어.
처음 본 네 책은 너무 두꺼워서 좀 부담스러웠지만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 네가 무사히 발각되지 않고 살아남았는지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자러 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니까. 나랑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네가 그렇게도 전문 작가처럼 글을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쓰다니 신기했어. 또, 네 일기잖아. 남의 일기를 본다는 느낌이 재미있었고,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짜릿했어.
옷을 3벌이나 껴입고, 집을 떠나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짠했어. 네가 피신했던 장소의 문이 책장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더라. 완전 비밀의 문 같이 감쪽같았어. 네 책을 통해 독일군이 유대인을 노란 별표 표시를 하게 해 탄압했다는 사실을 알았어. 그 당시 우리나라도 일본의 탄압을 받고 있었어. 지구 반대편인 우리와 너희의 역사가 비슷하다는 것이 놀라웠어. 그래도 네 주변에 너희 가족을 돕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독일인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유대인 친구를 도와 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어.
널 도와준 사람들, 정말 멋지더라. 내가 유대인이라면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까르르 웃던 친구들이 나를 멀리한다는 사실에 너무 원망스럽고 속상할 것 같아 상상하기도 싫어. 넌 이런 상황들을 꿋꿋이 이겨 내다니, 네 강한 마음을 본받고 싶어. 네가 몇 년에 걸쳐서 쓴 일기 덕분에 그때 당시의 상황을 나와 같은 또래의 눈높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어. 나도 일기를 더 잘 써봐야겠어.
네게 편지를 쓰다 보니 지금 우리 상황인 코로나19가 생각났어. 난 3개월 정도만 집에 머물러 있어도 답답하던데 어떻게 넌 3년이나 조용히 숨어 지냈니? 내 생각으로는 네가 책이 있었고, 일기를 썼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김구는 백범일지를,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을, 너는 안네의 일기를 썼잖아. 나도 나만의 일기를 써 보고 싶어. 그럼 안녕!
2022. 7. 31. 일요일
고학년 어린이가 반드시 읽어야 할 유익한 세계 명작들만 엄선하여 새로 펴낸 책입니다.
독일군의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 지내야 했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안네는 전쟁의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안네가 은신처에서 써 내려간 일기를 통해 순수하고 아름답게 피어났던 한 소녀의 꿈과 사랑 그리고 용기를 만나 보세요.
출처: 출판사 지경사 『안네의 일기』 서평 중 발췌
지은이에게
2022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으뜸상): 김경희 어린이
지은아 안녕? 난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솔직히 너의 이 이야기는 좀 뜬금없었어. 시작부터 고양이 부부가 나타나서 평범한 가정의 너를 데려간다고? 그리고 고양이 부부를 선택한 네가 솔직히 이해가 안 됐어. 그런데 읽다 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
너의 엄마는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시고, 너의 아빠는 너와 엄마에게 관심이 없으시고…. 하지만 고양이 부부는 둘 다 관대하고 느긋하고 잔소리도 안 하겠지. 딱 네가 좋아할 만하더라. 근데 아무리 딱 네가 좋아할 만한 부모님을 만났다고 해도 그렇게 고민도 없이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을 그냥 그렇게 인사도 안 하고 떠난다는 게 정말 올바른 선택일까? 그래도 너의 부모님께서는 너를 정말 사랑하셨을 거야. 그리고 네가 그렇게 떠나버리면 너의 부모님은 뭐가 되니? 심지어 널 힘들게 낳아주신 분도 너의 엄마·아빠잖아.
유전자 검사도 안 해보고 고양이 부부가 너의 친부모님이라고 믿는 거야?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지금까지 널 키워주신 부모님을 버리고,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낯선 고양이 부부에게로 떠나버린다고? 지은아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해. 고양이들의 생활은 자유로워 보여도 정말 힘들 거야. 집도 없이 밖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난 네가 너무 걱정돼. 엄마·아빠도 네가 떠나버리면 너무너무 슬퍼하실 거야. 나도 공부하는 게 힘들어. 네 맘도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라면 엄마·아빠를 떠나진 않을 거야. 제발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 하루빨리….
2022년 8월 10일
길에서 살겠다는 너를 걱정하며
고양이 부부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내가 그들의 딸이라며._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김장이 한창인 날, 고양이 부부가 지은이네 집으로 찾아온다. 고양이 부부는 지은이가 그들의 딸 아비가일이라며, 더이상 사람의 손에 자라게 내버려 둘 수 없으니 데려가겠다고 요구한다(미지근한 차 한잔과 함께). ‘지금 당장’ ‘시키는 대로’란 잔소리로 다그치는 엄마와 달리 고양이 부부는 서두를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길에서 살아가는 게 익숙지 않아도 당장 담장을 뛰어오르지 못해도 때가 되면 알아지는 거라는 고양이 부부의 말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묘한 안도감을 준다. 작가는 아이답게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인간 부모보다 자유롭고 느긋한 고양이 부모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단숨에 이 글을 써 내려갔다. 자유로운 고양이들의 몸놀림처럼 아이들이 저마다의 본성대로 살아가길 응원하는 이 동화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천연덕스러운 위트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며 정말 재미난 이야기란 무엇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출처: 출판사 문학동네 『돌 씹어 먹는 아이』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