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문화를 접하면 그 문화의 근간이 되는 글자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OTT)를 통한 드라마의 전파, 케이팝 그룹의 인기, 우리나라 영화인의 유명 영화제 수상 등을
통해 한류가 세계 곳곳에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금,
한글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떤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한류와 한글에 대한 전시가 개최되었고,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글 가사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호에서는 한류에서 파생된 한글에 관한 관심이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영국을 사로잡은 한류, 그리고 한글
런던 사우스켄싱턴 지하철역사 내의 벽면에는 ‘한류’라는 커다란 한글 아래 ‘HALLYU(한류)’라고 적힌 전시 포스터가 붙어있다. 역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 전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세계 최대 공예박물관이자 빅토리아 여왕 부부의 이름을 딴 영국의 대표 박물관 중 하나로, 현재 한류를 주제로 한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가 지난 9월 24일 시작해 내년 6월 25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개최 당일 진행한 시사회에는 영국의 배우인 빌 나이(러브 액츄얼리 출연), 영국의 록스타 노엘 갤러거(오아시스 멤버)의 딸이자 모델인 아나이스 갤러거 등의 유명인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 전경 (출처: 연합뉴스)
전시는 K팝,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 대중문화와 더불어 우리의 근현대사를 총망라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이 안에는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의 한 장면을 구현한 세트장, 한국 가수들의 무대 의상을 볼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한글 소설과 한글 키보드 등을 접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전시 문화 상품으로 세종대왕 그림, 한글로 디자인된 의류 등을 판매하는 중이며 많은 관람객에게 호응받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한류 전시가 처음 공개된 날에는 한화로 약 3만 1천 원의 입장권이 매진되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한류’에 대한 관심으로 박물관을 찾았지만, 직접 전시를 보니 한국의 흥미로운 역사에 흥미를 느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은 세계 관광객이 모이는 장소이기에 한류 전시의 영향은 영국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인이 사랑한 한글 가사,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탈바꿈하다
해외에서 한류와 더불어 한글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방증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2021년에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블립’(케이팝 팬을 위한 앱)과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준비한 ‘전 세계인들이 함께 뽑은 내 인생의 한글 가사’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한글 가사가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기획된 이벤트로, 2개월간 약 17만 명의 인원이 참여하며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제작된 한글 가사 (출처: 블립)
이어 올해 초에는 세계인이 응모한 한글 가사 중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를 통해 120개의 가사를 선정하고,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한글을 시각 디자인적으로 작품화한 뒤 온라인 전시를 진행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민영 작가의 이달의 소녀 ‘위성’을 비롯해 김수현 작가의 방탄소년단(BTS) ‘Outro : Wings’, 어민선, 구본혜 작가의 아이유 ‘Celebrity’, 이경태 작가의 에스파 ‘Savage’, 김수은 작가의 이무진 ‘신호등’, 김지섭 작가의 샤이니 ‘Ring Ding Dong’등 총 12개의 작품이 그 주인공이다.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전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한글 가사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한글은 한류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앞으로의 가까운 미래에는 한글 역시 한류의 탄탄한 한 축으로 이름을 떨칠 날을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