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20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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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책을 펼쳐 읽고 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묶었으며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아이 주변으로는 전구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다. 아이 뒤로는 분홍색 배경 위에 원고지가 펼쳐져 있으며, 그 위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 무언가 관찰하는 아이, 연필 위에 앉아 컵을 귀에 대고 있는 아이, 책 위에 앉아 망원경을 보고 있는 아이 등이 그려져 있다.

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연두에게

2022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이지환 어린이

알록달록한 배경 화면 속 왼쪽에 남자 어린이가 앉아서 웃고 있고, 오른쪽 여자 어린이는 책을 보면서 앉아있는 그림이다.

음성안내

연두야 안녕? 나는 도시에 살고 있어. 그래서 자연에 대해서 잘 몰랐어. 그런데 얼마 전 반딧불이 체험을 하였는데 깜깜한 곳에서 반딧불이를 보니 우주에서 100개의 별을 보는 것 같았어. 너는 아빠와 반딧불이를 보았을 때 어땠어? 나는 곤충을 좋아해. 그래서 장수풍뎅이를 키웠는데 처음에는 귀여웠지만 나중에는 좁은 곳에서 사는 것이 안쓰러웠어. 너는 자연에서 동물과 곤충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겠다. 나는 네가 봤던 동물, 식물 중에서 며느리배꼽, 물총새, 수리부엉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 혹시 네가 나를 초대해 줄 수 있니? 나도 직접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반디라는 이름이 순우리말이래. 정말 예쁜 것 같아. 반딧불이를 처음 보았을 때 친구들에게 반딧불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아름다운 모습이 사진에 다 나오지 않더라. 옛날에는 길에서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다던데 지금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어. 그래서 우리 함께 노력해서 환경이 깨끗해진다면 공원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반딧불이를 볼 수 있겠지? 또 신기한 동물, 식물을 보게 된다면 알려줘. 건강하게 잘 지내. 안녕. 2022년 8월 4일 지환이가.

연두야 안녕? 나는 도시에 살고 있어. 그래서 자연에 대해서 잘 몰랐어. 그런데 얼마 전 반딧불이 체험을 하였는데 깜깜한 곳에서 반딧불이를 보니 우주에서 100개의 별을 보는 것 같았어. 너는 아빠와 반딧불이를 보았을 때 어땠어?



나는 곤충을 좋아해. 그래서 장수풍뎅이를 키웠는데 처음에는 귀여웠지만 나중에는 좁은 곳에서 사는 것이 안쓰러웠어. 너는 자연에서 동물과 곤충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겠다. 나는 네가 봤던 동물, 식물 중에서 며느리배꼽, 물총새, 수리부엉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 혹시 네가 나를 초대해 줄 수 있니? 나도 직접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반디라는 이름이 순우리말이래. 정말 예쁜 것 같아. 반딧불이를 처음 보았을 때 친구들에게 반딧불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아름다운 모습이 사진에 다 나오지 않더라. 옛날에는 길에서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다던데 지금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어. 그래서 우리 함께 노력해서 환경이 깨끗해진다면 공원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반딧불이를 볼 수 있겠지?



또 신기한 동물, 식물을 보게 된다면 알려줘. 건강하게 잘 지내. 안녕.

2022년 8월 4일
지환이가

『아빠하고 나하고 반딧불이 보러가요』

도서 『아빠하고 나하고 반딧불이 보러 가요』의 표지. 청록색 책 표지엔 아빠와 딸이 밤에 반딧불이 반짝이는 숲에 서 있는 그림이 있다. 그림의 딸은 반딧불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화가 양상용 선생님이 딸과 함께 집 둘레 강과 산, 둠벙 들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관찰하며 만난 동식물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은 그림책이에요. 살랑살랑 봄바람에 올망졸망 새싹이 돋아나는 봄날에 길가에 피어난 봄꽃이랑 풀들을 관찰하고, 꽃 내음 향긋한 강가에서 물고기도 잡아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마을 자연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져 둘레 자연과 그곳에 사는 생명들을 살펴보고 싶어질 거예요.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출처 : 출판사 보리 『아빠하고 나하고 반딧불이 보러가요』 서평 중 발췌

윤봉길 의사님께

2022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김은율 어린이

알록달록한 배경 화면 속 왼쪽에 남자 어린이가 앉아서 웃고 있고, 오른쪽 여자 어린이는 책을 보면서 앉아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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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님, 반갑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요즘 누나와 박물관에 다니느라 좀 바빠요. 양재 시민의 숲 <윤봉길 의사님 기념관>에도 다녀왔어요. 가기 전에 의사님 책도 읽고 역사 공부도 하고 갔어요. 「한인애국단」에 들어가셔서 사진 찍으신 것처럼 저도 기념관에서 목에는 선서문을 걸고 손에는 수류탄과 권총을 들고 사진을 찍었어요. 기분이 마치 의사님과 중국 홍커우 공원에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요, 의거 전에 김구 선생님과 시계 바꾸시는 장면이 제일 슬펐어요. 의사님께 남은 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니 의사님의 새 시계와 바꾸자고 하시는 말씀이 의사님의 소중한 목숨과 시간을 우리나라에 선물하시는 것 같았어요. 폭탄이 터지고 붙잡혀 가시는 장면에서 겁이 났어요. 그 의거로 신문에도 나오고 전 세계에 우리나라가 일본에게서 독립하기 원한다는 것을 알리셨어요. 윤봉길 의사님 같은 독립운동가분들 덕분에 나라를 되찾고 대한민국에서 살게 되어 너무 고맙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

윤봉길 의사님, 반갑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요즘 누나와 박물관에 다니느라 좀 바빠요. 양재 시민의 숲 <윤봉길 의사님 기념관>에도 다녀왔어요. 가기 전에 의사님 책도 읽고 역사 공부도 하고 갔어요. 「한인애국단」에 들어가셔서 사진 찍으신 것처럼 저도 기념관에서 목에는 선서문을 걸고 손에는 수류탄과 권총을 들고 사진을 찍었어요. 기분이 마치 의사님과 중국 홍커우 공원에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요, 의거 전에 김구 선생님과 시계 바꾸시는 장면이 제일 슬펐어요. 의사님께 남은 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니 의사님의 새 시계와 바꾸자고 하시는 말씀이 의사님의 소중한 목숨과 시간을 우리나라에 선물하시는 것 같았어요.



폭탄이 터지고 붙잡혀 가시는 장면에서 겁이 났어요. 그 의거로 신문에도 나오고 전 세계에 우리나라가 일본에게서 독립하기 원한다는 것을 알리셨어요. 윤봉길 의사님 같은 독립운동가분들 덕분에 나라를 되찾고 대한민국에서 살게 되어 너무 고맙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

『윤봉길』

도서 『윤봉길』의 표지. 갈색 책 표지엔 파란색 코트를 입은 윤봉길 의사와 왼쪽에 수류탄 2개가 있는 그림이 있다.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일생을 다룬 책입니다. 윤봉길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우리말 대신 일본말을 강제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매곡 훈장님으로부터 충신과 열사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후 장성하여 독립운동을 위해 스물다섯의 나이로 일본 천황을 향해 도시락 폭탄을 던집니다. 『윤봉길』은 윤봉길 의사의 일생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출처 : 출판사 한국차일드아카데미 『윤봉길』 서평

혼자서 초원을 거닐고 있을 노든에게

2022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이주찬 어린이

알록달록한 배경 화면 속 왼쪽에 남자 어린이가 앉아서 웃고 있고, 오른쪽 여자 어린이는 책을 보면서 앉아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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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노든?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10살 어린이야. 나는 코뿔소를 참 좋아해. 그런 네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 처음에 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모험을 하는 내용인 줄 알았어. 그런데 사람들이 너의 아내와 아이를 죽인 것이 나도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어. 동물원에 가서도 너의 친구, 앙가부가 뿔이 잘려있는 채로 죽어 있는 것을 본 네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이 안 갔어. 가족이 죽은 것을 본 충격이 남아있는데 마음을 나눈 친구까지 그런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을 보게 되어 시름시름 앓지 않을까 몹시 걱정되었어. 그런데 알 바구니를 물고 있는 치쿠를 만나고 떠돌아다니는 게 왠지 재미있어 보였어. 이후, 치쿠와 함께 초원을 떠돌아다니면서 너희가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장면을 보고 나는 너희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어. 그런데 치쿠마저 잃고 너는 혼자서 알을 지키면서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앞길이 막막했을 것 같아. 슬퍼하는 너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어. 며칠 후, 알이 부화하고 거기에서 나온 펭귄이랑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네가 외롭지 않도록 치쿠가 새 가족을 만들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마지막에 알에서 나온 펭귄과 얼굴을 맞대고 헤어질 때 어떤 기분이 들었니? 나는 기분이 찡하고 섭섭하기도 했어. 이제는 왜 책제목이 긴긴밤인지도 알 것 같아. 슬프거나 심심할 때 시간이 길게 느껴지거든. 훗날 너와 알에서 나온 펭귄이 다시 만났을 때는 긴긴밤을 그동안 서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는 즐거운 밤으로 만들길 바라. 그리고 알에서 나온 펭귄에게 멋진 이름이 생겼기를.... 그럼 안녕! 2022. 8. 9. 노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10살 어린이가

안녕, 노든?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10살 어린이야.

나는 코뿔소를 참 좋아해. 그런 네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 처음에 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모험을 하는 내용인 줄 알았어. 그런데 사람들이 너의 아내와 아이를 죽인 것이 나도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어. 동물원에 가서도 너의 친구, 앙가부가 뿔이 잘려있는 채로 죽어 있는 것을 본 네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이 안 갔어. 가족이 죽은 것을 본 충격이 남아있는데 마음을 나눈 친구까지 그런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을 보게 되어 시름시름 앓지 않을까 몹시 걱정되었어.



그런데 알 바구니를 물고 있는 치쿠를 만나고 떠돌아다니는 게 왠지 재미있어 보였어. 이후, 치쿠와 함께 초원을 떠돌아다니면서 너희가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장면을 보고 나는 너희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어. 그런데 치쿠마저 잃고 너는 혼자서 알을 지키면서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앞길이 막막했을 것 같아. 슬퍼하는 너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어. 며칠 후, 알이 부화하고 거기에서 나온 펭귄이랑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네가 외롭지 않도록 치쿠가 새 가족을 만들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마지막에 알에서 나온 펭귄과 얼굴을 맞대고 헤어질 때 어떤 기분이 들었니? 나는 기분이 찡하고 섭섭하기도 했어.



이제는 왜 책제목이 긴긴밤인지도 알 것 같아. 슬프거나 심심할 때 시간이 길게 느껴지거든. 훗날 너와 알에서 나온 펭귄이 다시 만났을 때는 긴긴밤을 그동안 서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는 즐거운 밤으로 만들길 바라. 그리고 알에서 나온 펭귄에게 멋진 이름이 생겼기를.... 그럼 안녕!

2022. 8. 9.
노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10살 어린이가

『긴긴밤』

도서 『긴긴밤』의 표지. 주황색 하늘을 배경으로 녹색 잔디밭에 코뿔소와 펭귄이 서 있다. 큰 뿔이 부러진 코뿔소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펭귄 방향으로 향해있으며 펭귄은 뒷모습만 보인다.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가 된다면,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마지막 하나 남은 존재’의 무게를 온 영혼으로 감당해야 한다면 어떠할까?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 생명이 마땅히 있어야 할 안전한 곳을 찾아 주기 위해 본 적도 없는 바다를 향해 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같은 의지이고, 사랑이고, 연대일 것입니다.

출처 : 문학동네 『긴긴밤』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