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17호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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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립한글박물관 <화요 한글문화 강좌> 제1회차 강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김호 교수의 ‘K-방역의 원조, 조선 왕조의 방역 정책’ 영상 장면이다. 김호 교수가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이야기하고 있고, 왼쪽엔 조선시대의 감염병 대책이라고 적혀있다.

한박 튜브 화요 한글문화 강좌 1회차 갈무리 역병아 물러가라!
<K-방역의 원조,
조선 왕조의 방역 정책>

국립한글박물관 유튜브에는 기획전시, 화요 한글문화 강좌, 어린이 학습 영상 등
다양한 동영상들이 매달 새롭게 게재됩니다. ‘한박튜브’ 코너에서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주요 영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5월호에서는 2023년 국립한글박물관 <화요 한글문화 강좌>
제1회차 강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김호 교수님의 ‘K-방역의 원조, 조선 왕조의 방역 정책’
영상을 압축했습니다.


#01

『간이벽온방언해』(1524년)가 어두운 배경으로 있는 가운데, ‘K-방역의 원조, 조선 왕조의 방역 정책’, ‘조선시대 역병과 한글 의학서의 간행’이라고 적혀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역병에 대처하여 조선 왕실이 펼친 지혜로운 방역 정책을 다양한 측면에서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한문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한문 의학서를 한글로 번역하여 보급한 노력은 가장 중요한
방역 정책 중 하나인데요.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인 『간이벽온방언해』(1524년)를 중심으로
조선 시대 방역 정책에서 한글 의학서의 역할과 그 가치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02

오른쪽에 김호 교수가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엔 한 성인 여자가 양옆에 여자아이 둘을 데리고 있는 「호구마마」 그림 사진이 있고, 아래엔 ‘여자아이 두 명과 함께 다니는 특징’이라고 적혀있다.

조선 시대에는 크고 작은 역병이 많아 다양한 감염병 대책이 마련되었습니다.
그중 ‘여제(厲祭-나라에 역질이 돌 때 죽은 여귀를 위로하는 제사), 천연두를 퍼뜨리는
귀신을 달래기 위한 굿’ 등이 대표적인데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조선왕실에서는
의서 간행과 약재 보급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구급간이방언해』(1489)를 각 도에 보급해
부녀자와 아동이라도 쉽게 치료법을 알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03

오른쪽에 김호 교수가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엔 낡은 『창진방촬요언해』(1517년) 사진이 있다.

당시에는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관들도 방역 정책에 큰 힘을 썼습니다.
『창진방촬요언해』(1517년)는 천연두와 홍역을 치료하는 핵심 내용을 한글로 풀이한 의서인데요,
이 의서는 경상도 관찰사 김안국이 출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간이벽온방언해』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요?

#04

오른쪽에 김호 교수가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엔 낡은 『간이벽온방언해』 사진이 있다.

1524년(중종19년) 가을과 겨울, 관서 지방에 역병이 크게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중종은 김순몽, 유영정 등 의학에 밝은 지식인들을 모아 의학 편찬서를 제작하였습니다.
중국의 의서들을 통해 온역(온몸에서 열이 나는 역병) 치료법을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요.
『간이벽온방언해』에서 ‘간이’란 ‘간편하다’, ‘벽온방’은 ‘온역을 물리치는 방법’을 뜻하는 것이죠.
중종은 백성을 살피는 마음을 담아 이 의학서와 약재를 전국에 배포했습니다.

#05

『간이벽온방언해』 내용이 담긴 사진이다. ‘기운이 조화롭지 못하거나, 여름에 춥고 겨울에 따뜻하거나, 기상이변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이런 역병이 생긴다.’라고 적혀있다.

『간이벽온방언해』에서는 역병이 생기는 원인을 자연 현상의 부조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궁창이 더럽거나 시체 매장을 잘못했을 때,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백성들의 원망이 커지면
역병이 생긴다고도 말합니다. 즉 자연환경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 것이죠.
의학서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법으로 ‘병이 전염되어 한 가문이 없어지고 나서야
다른 사람에게 퍼지므로 미리 약을 먹고, 온갖 방법을 써서 예방하라’고 전합니다.

#06

『간이벽온방언해』 내용이 담긴 사진이다. ‘향부자, 볶아서 털 없게 넉 냥 감초, 구워서 한냥 진피, 흰 것을 제거하지 말고 두 냥’이라고 적혀있다.

의학서에서는 역병에 특히 좋은 약으로 ‘향소산’을 꼽았으며 그 재료로는
‘향부자, 감초, 자소엽, 진피, 창출’이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원문에는 약을 제조하는 과정이 복잡하여
언해본에는 백성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처방을 구성했습니다. 초기에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역병의 기운을 막아주는 방법에 치중한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07

『언해두창집요』(1601년) 내용이 담긴 사진이다. ‘오래된 풍속에서 약 쓰는 것을 제일의 금기로 여겨 혹 역병이 유행하거나 독역이 치성할 경우 연이어 마을마다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니 우리 조선의 백성 수가 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이후 조선 후기로 갈수록 약으로 역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명의 허준은 역병의 원인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고 천연두를 치료하는 의학서
『언해두창집요』(1601년)를 발간했습니다. 또한 임진왜란 이후인 1612년에는 온역이 크게 유행해
조선 초기 온역 치료책을 모아 『신찬벽온방』 등을 새로 편찬했습니다.

#08

김호 교수가 오른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엔 경북 영주시 제민루 사진이 가운데 놓여있다.

한편, 조선에는 지역민들을 치료하고 약재를 처방한 유의(유학자이면서 의학 지식에 밝은 사람)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석간은 벼슬을 사임하고 고향 영주에서 지역민을 치료하는데 여생을 바쳤습니다.

18세기에는 역병 대책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확장했습니다. 정조는 재난 상황에서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펼쳤고, 이와 더불어 정약용은 근본적으로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처럼 조선은
역병을 예방하기 위해 의서 제작, 한글 번역, 약재 제공 등의 방안을 제시했고, 재난 대책과 예방 대책
연구를 지원했습니다. 『간이벽온방언해』 뒤에 숨어 있는 이러한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화요 한글문화 강좌]
1회차_K-방역의 원조, 조선 왕조의 방역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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