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17호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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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배경 안에 지구 모양의 형상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는 보라색 옷을 입은 에누마코리아의 김은파 기획자가 태블릿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양옆엔 에누마코리아와 하트를 든 사람들이 김은파 기획자를 감싸고 있다.

반갑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한글 길잡이
에누마코리아 김은파

5월 20일은 ‘세계인의 날’로 다양한 민족·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이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다문화 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 한글 교육은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이 있다.
‘반갑습니다’를 통해 에누마코리아의 김은파 기획자를 만나본다.


Q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에누마코리아의 김은파입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국어 교육을, 대학원에서 글로벌 교육 협력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이집트에서 한국어 교사로 근무했으며, 개발도상국의 교육 발전을 위한 일을 하다가 5년 전 에누마코리아에 입사해 한글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에누마코리아가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A

먼저 에누마코리아는 재미 한인 기업 에누마의 한국 법인입니다. 저희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요. 처음엔 수학 교육 애플리케이션인 ‘토도수학’을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토도영어’를 거쳐 지금은 ‘토도한글’로 이름을 바꾼 ‘에누마 글방’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난민촌, 혹은 국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와 연계해 교육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에누마코리아의 김은파 기획자가 태블릿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Q

‘토도한글’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A

‘토도한글’은 아이들이 한글 문해력을 쉽고 재미있게 키울 수 있는 학습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평범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이유로 한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취약한 학습 환경에 놓인 아이들, 장애가 있는 아이들 등을 모두 포함해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요. 이 애플리케이션에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별 책, 한글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탑재돼 있습니다. ‘토도한글’은 우리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도한글’ 내 한글 게임 화면이다. 둘이라는 글자가 쓰여있고, ‘ㄷ’, ‘ㅜ’, ‘ㄹ’이 차례로 맞춰져 있다.

‘토도한글’ 내 한글 게임 화면이다. ‘집 ㅁ에 마트가 있어요.’라고 쓰여있고, 아래엔 ‘여페’, ‘에’, ‘옆’이라는 글자가 놓여있다.

‘토도한글’ 내 한글 게임 화면 (출처 : 에누마코리아)
Q

다른 한글 교육 프로그램과 달리 ‘토도한글’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가장 큰 특징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기능입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그 연령대의 아이들이 알고 있는 기초적인 상식, 역사 및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것들을 책으로 담아 학습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중국, 필리핀, 태국 등 나라의 전래동화나 현대 생활 동화 등을 한글뿐만 아니라 각각의 언어로 볼 수 있는 책들도 탑재했는데요. 그 이유는 다른 문화에서 살다 온 부모님들이 이 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아이들은 그 내용을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소개하며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도한글’ 내 화면이다. 다양한 국가와 관련된 글이 나열돼 있다.

‘토도한글’ 내 화면이다. 4월13일부터 15일까지인 태국의 설 ‘송끄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Q

‘토도한글’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희는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요. 이전에 만들었던 프로그램을 거쳐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한글을 읽고 쓰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는데요. 한글 교육에 가장 큰 벽을 느끼고 있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제일 처음 떠올랐고, 그 벽을 허물어 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토도한글’ 내 화면이다. 다양한 한글 게임들이 나열돼 있다.

글자와 언어를 익히는 것은 비슷하지만 다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일상에서 대화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자를 쓰거나 읽는 실력이 떨어져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친구들보다 한글을 몰라 점점 소극적으로 되는 다문화 아이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토도한글’ 내 다양한 인종의 그림이 들어간 화면이다.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토도한글’ 내 다양한 인종의 그림이 들어간 화면이다.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주먹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토도한글’ 내 다양한 인종의 그림이 들어간 장면 (출처 : 에누마코리아)
Q

다문화 가정 인식 개선을 위한 내용도 함께 담았다고 들었습니다.

A

맞습니다. 프로그램에 글뿐만 아니라 그림이 들어가는데요. 특히 사람들이 그려진 그림의 경우 피부색 같은 신체적인 특징이나 가족 구성원 등을 다양하게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이나 특징을 가진 아이들이 그림을 봤을 때 소외되는 느낌을 최대한 없앨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여러 인종의 그림을 넣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다문화 가정의 수가 더 늘어나고, 많아질 전망인데요. 다문화 가정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 아이들도 차별 없이 상대를 존중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갖추는 등 세계화의 흐름에 맞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다문화 가정에 대해 대중들이 관심을 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다문화 사회 자체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국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한글을 배워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문화 사회가 당연해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더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에누마코리아 김은파 기획자가 팔짱을 끼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Q

개발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일이 있으셨나요?

A

‘토도한글’을 만든 이후에 개선하는 과정의 연속이 기억에 남습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아이들과 저희의 수준 차이를 가늠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역시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포함해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더욱더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