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과 한류 드라마 등의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문화의 근본이 되는 한글과 한글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립한글박물관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 캘리그래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몇 년간은 비대면 교육이나 영상 및 교구재 지원을 중심으로 진행하였으나
최근 일상 회복이 추진되며 본격적으로 대면 교육을 확대하게 되었다.
특히 수강생들이 한글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기 주도적 체험 활동을 강화하였다.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텍사스주립대학교 재학생들과 함께한 ‘손으로 꽃피우는 한글’ 교육 현장으로 떠나 보자.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 글씨로 풀어내는 한글 사랑
햇살이 쏟아지던 5월의 어느 날,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재학생들이 한국 방문의 주요 일정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다. 이들이 참여한 교육 프로그램은 <손으로 꽃피우는 한글>로, 한글 서체의 변천 과정과 현대적 캘리그래피를 활용한 다양한 표현 방법을 익힐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한글의 전통 서체에 대해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
수업은 한글의 다양한 서체와 전통 한글 서체의 변천 과정을 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이 시간에는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사각형에 가까운 판본체, 조선시대 궁중에서 쓰기 시작하여 발전해 온 궁체, 궁궐 밖 백성들이 편히 사용한 민체 등 세 가지 한글 전통 서체를 살펴보았다. 특히 궁체에 대해 알아볼 때 “박보검이 주인공으로 나온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본 것 같다”고 말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그 이후에는 한글 캘리그래피의 개념과 현대적 활용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한글 캘리그래피를 활용해 상품 디자인을 한 유명 제품이 소개됐을 때는 “한인 마트에 갔을 때 본 적이 있다”면서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전시 관람과 한글 캘리그래피 체험 활동으로 즐기는 한글문화
전통 한글 서체와 한글 캘리그래피에 대해 배운 후에는 상설 전시로 이동하여 서체와 관련된 유물을 관람했다. 수강생들은 전시 해설을 들으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한글을 소재로 한 미디어 작품을 감상할 때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으며, 세종대왕이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자음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자음을 직접 발음해 보는 수강생도 있었다. 이어 조선시대 왕과 노비가 남긴 한글 편지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신분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한글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 상설 전시를 관람하는 수강생들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는 붓 펜과 활동지를 이용한 한글 캘리그래피 체험이었다. 강사진은 붓 펜을 처음 사용해 보는 수강생들을 위해 간단한 선 그리기와 자음과 모음 쓰기를 시연하고, 곁에서 수강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글씨를 이미지화하거나 선의 두께를 조절하며 쓰는 방법도 설명해 주었다. 이어 ‘사랑해요’, ‘넌 최고야’ 등의 문구를 적은 엽서를 만들어 보고,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나만의 한글 배지도 제작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수강생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한글 배지를 가방에 달거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오늘의 경험을 각자의 방식으로 간직하며 돌아갔다.
▲ 한글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한글 배지를 제작해 보는 수강생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한 국립한글박물관 김규린 연구원은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교육은 온라인으로 설명을 들으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했지만, 이번 현장 교육은 참여자들이 직접 한글문화에 관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면서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감성적 체험 활동을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글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 활동을 직접 해 보고, 유물을 보면서 한글 서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 활동과 상설 전시실 탐방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글 배지 제작 체험을 통해 글씨체에 따라 각기 다르게 완성된 작품들을 보면서 한글 서체의 매력을 느끼는 한편, 일상에서 한글 캘리그래피를 좀 더 눈여겨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밝혔다.
미니 인터뷰
“한글의 매력을 알고, 느끼고, 체험해 본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 (왼)아브릴 세패다, (오)소피아 하이메
“가장 재미있던 것은 단연 엽서 제작이었어요. 붓 펜 사용이 낯설었지
만 많은 연습 끝에 ‘사랑해요’라고 적을 수 있었죠. 가족과 친구에게 늘 ‘아이 러브 유’라고 말하며 마음을 전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사랑해요’
라고 말해보려고 해요.”
-아브릴 세패다-
“즐겨 보던 만화 캐릭터 중 한 명이 한국인이어서 처음 한국을 알게 되었는데, 이후 BTS를 통해 K-콘텐츠에 관심을 두게 되며 한글과 한국어를 배웠어요. 오늘 전시를 관람하면서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유물에 적힌 한글을 읽는 것 자체는 아주 쉬웠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꼈어요.”
-소피아 하이메-
▲ (왼)알렉사 알바레스, (오)수닐다 솔리스
“상설 전시를 관람하며 많은 걸 알게 됐어요. 특히 고유 문자가 없어 중국의 한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글자를 모르는 백성이 많았다는 것, 그런 백성을 가엽게 여겨 세종대왕이 오랜 연구 끝에 한글을 창제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 나라의 문자를 탄생시킨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답니다.”
-알렉사 알바레스-
“제게 한글을 처음 알려준 분은 단골 식당의 한국인 사장님이었어요. 문씨 성을 가진 분이었는데, 본인은 달(Moon)이고 저에게는 별이라는 별칭을 붙여주셨죠. 그 이후 저도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게 됐고 이렇게 한국에도 오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어요. 오늘 한글 엽서는 그리운 그 분을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수닐다 솔리스-
▲ (왼)델 피에로 올레이시, (오)알랠리 몬드레곤
“알파벳과는 달리 한글에는 자음과 모음이 따로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더군다나 한글의 전통 서체를 발전시켜 일상에서 사용할 뿐 아니라 기업의 상품에도 활용된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또 붓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은 어려웠지만 마음이 차분해져서 명상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어요.”
-델 피에로 올레이시-
“국립한글박물관에서의 모든 순간이 좋았지만 특히 한글 배지 만들기 시간이 기억에 남네요. ‘행복하세요’라는 단어를 적었는데, 이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이 퍼질 것 같아요.”
-알랠리 몬드레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