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2022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김하영 어린이
음성안내
윤서에게
안녕? 나는 13살 여학생 김하영이라고 해.
『모두 웃는 장례식』이라는 책을 통해 네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 죽음이란 정말 두려운 것 같아. 사랑하는 가족, 소중한 친구들, 그리고 평생을 살아왔던 이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해야 하잖아.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죽음이란 슬픔과 두려움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나는 너의 할머니께서 생전 장례식을 하시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 살아 있는데 장례식을 하다니, 처음에는 이해조차 하기 힘들었지. 하지만 너의 이야기를 계속 읽다 보니 생전 장례식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나는 ‘내가 죽으면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슬퍼해 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 네 친구 혜원이도 말했듯이, 죽고 난 후 장례식을 치른다면 누가 왔는지 모르잖아. 살아 있을 때 한 명 한 명 얼굴을 보고 아직 못했던 말들을 주고받으며 진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몰라.
윤서야, 끝까지 죽지 않을 것 같았던,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았던 소중한 사람들이 떠난다는 건 어떤 기분이니? 나는 슬프고, 미안하고, 고마웠고…… 수많은 감정이 서로 뒤엉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런 기분일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이런 일을 직접 겪었던 너는 정말로 슬펐겠다. 그래도 나는 네가 할머니의 죽음을 잘 이겨내었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했지만 결국엔 할머니를 위한 영상편지를 만들었으니까. 할머니께서 영상편지를 보셨을 때 정말 감동하셨을 거야.
나도 언젠간 가족들과 친구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오겠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았던 사람들의 죽음은 상상이 안 가. 지금 내가 생각하는 슬픔보다 훨씬 큰 슬픔일 것 같아. 그때 나도 너처럼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 앞으로는 네게 밝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어.
그럼 안녕!
2022년 7월 30일
하영이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살다가 죽음을 맞게 된다. 저마다 인생관과 세계관, 종교관 등에 따라 죽음에 대한 입장을 달리 갖지만,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인생의 마무리인 것이다. 《모두 웃는 장례식》에서는 암에 걸려 곧 죽음을 맞게 될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례식은 사후에 치러지는 고인과의 이별식인데, 죽지도 않은 사람의 장례식을 치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나 생소한 일이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죽은 뒤에 장례식을 치르기보다는 살아 있을 때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죽고 나서 만난들 반기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 못 나누는 장례식은 당사자인 할머니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을뿐더러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고인과 아무런 교류를 나눌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라 생각한다.
할머니의 뜻에 따라 생전 장례식을 준비해야 하는 가족들은 모두들 정신이 없다. 그날 할머니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살면서 할머니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생전 장례식을 의미 깊게 치를 준비를 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마침내 잔치 같은 생전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생전 장례식이 진행되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들 웃고 울며 할머니와 보내는 마지막을 뜨거운 마음으로 나눈다. 또한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모래알 같은 삶을 살아가던 가족들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다시금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잔치처럼 떠들썩한 생전 장례식은 그곳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축복과도 같은 선물이 된 것이다.
출처 : 출판사 별숲 『모두 웃는 장례식』 서평 중 발췌
2022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배소은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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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오빠에게
선우 오빠! 안녕하세요? 저는 거제에 사는 5학년 배소은이라고 해요.
오빠가 학교에서 범호 패거리한테 괴롭힘을 당한다고 들었어요. 학교 폭력은 정말 나쁜데 오빠가 학교 폭력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었고 뒤늦게라도 범호 패거리에게 돈을 줄 수가 없다고 말해 오빠가 자랑스러웠어요. 범호 패거리도 그 후로 더 이상 오빠를 괴롭히지 않아 다행이에요.
하지만 오빠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저는 좀 답답했어요. 제가 오빠였다면 범호 패거리들에게 바로 싫다고 말했을 거예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빠가 판타지아에 더 빠져들었고 결국에는 원지 언니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요.
원지 언니의 용감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오빠를 구해주었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 오빠가 용기를 내어 범호 패거리한테 맞서게 되었지요. 또한 판타지아에서 범호 패거리를 원지 언니가 물리쳐 주기도 했지요. 정말 통쾌했어요. 그리고 정말 부러웠어요. 이렇게 오빠를 위해 도와주는 찐친구가 있구나. 저도 친구들에게 마음을 다해 대한다면 저도 친구들의 찐친구가 될 수 있겠죠? 그러면 그 친구들도 저에게 찐친구가 되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원지 언니가 가상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저도 많이 놀랐어요. 오빠가 판타지아에서 원지 언니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열심히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였어도 소중한 친구를 위해 오빠처럼 도와주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판타지아를 폭파할 생각을 했어요? 원지 언니를 위해 돕는 오빠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판타지아가 폭파한 뒤에 후회도 될 것 같았어요. 더 이상 원지 언니를 볼 수 없으니까요. 제가 오빠였어도 소중한 친구가 영원히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어요. 원지 언니의 아빠이신 하이드의 하상민 대표를 믿고 게임 속에서 원지 언니와 영원히 살 수도 있었겠지만 원지 언니의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 폭파를 결심했다는 것에 결연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마치 내 일이 된 것처럼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어요.
범호 패거리는 오빠에게서 돈을 빼았지 못해 재우 오빠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판타지아가 폭파한 뒤에 용기를 얻은 오빠는 원지 언니가 오빠를 도와주었던 것처럼 재우 오빠를 도와주었을 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판타지아에서 원지 언니와 함께한 시간 때문에 오빠가 더 큰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원지와 만난 세계는 가짜였지만, 원지와 만난 기억은, 원지와 함께한 경험은 진짜라는 것을. 원지가 남겨준 빛은 자기 안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고 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오빠가 깨달은 이 말이 가장 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마지막 레벨 업』을 읽고 난 뒤에 이런 생각을 해요. 실제로 책에서 일어난 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라고요. 만약에 그렇다면 정말 위험하고, 힘들고, 슬픈 일일 거예요. 그걸 이겨내는 오빠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였다면 슬프고 무서워서 못 했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안전하게 잘 끝내서 다행이에요. 저는 오빠 덕분에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친구와 학교 폭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오빠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 감사해요. 안녕!
2022년 8월 11일
배소은 드림
열세 살 수영부 아이들의 꿈과 사랑이 그려진, 반짝이는 물빛을 띠는 동화
강나루, 열세 살, 주 종목은 자유형. 전국소년체전에서 메달을 척척 따내는, 명실상부한 한강초 수영부의 에이스다. 라이벌 김초희의 등장으로 ‘2등’을 상징하는 ‘5번 레인’이라는 자리에 서게 되고부터, 나루의 마음속엔 의심과 불안, 걱정과 고민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게다가 수영을 왜 하는지 생각해 보라는 코치님의 말은 알쏭달쏭하기만 한데. 이렇게 어지러운 마음으로 올여름 전국 수영대회를 잘 치를 수 있을까?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세 살 수영부 아이들의 고락을 그린 『5번 레인』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서 드문 스포츠물이라는 점, 그 수영이라는 소재로 ‘몸과 마음의 성장’이라는 주제 의식을 훌륭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은 심사위원 전원이 특히 한목소리로 찬사를 보낸 지점이었다.
수영에 대한 자신감과 야망을 숨기지 않고 제 마음속 어둠까지도 독자에게 가감 없이 내비치는 주인공 나루는 전에 없이 입체적인 인물상이다. 이처럼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아동을 만나 볼 수 있게 한다는 데서 이 작품의 의의와 성취를 또 한 번 발견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연애를 진지한 시선으로 균형감 있게 다루는 작가의 솜씨 또한 탁월하다. 아무도 없는 학교 수영장의 투명한 물이나 무더운 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맑게 그려진 첫사랑의 순간들은 읽는 이마저 설레게 한다.
“초등학생 시절 반드시 경험했으면 하는 멋진 이야기들의 종합 선물 세트”라는 심사평은 그러므로 정확하다. 열세 살 아이들의 고민과 선택, 좌절과 성장, 그리고 우정과 사랑이 고루 담긴 이 반짝이는 물빛을 띤 동화는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출처 : 출판사 문학동네 『5번 레인』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