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은 2023년 2월부터 초‧중‧고 특수학급을 대상으로 한글과 한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애인 친화형 교육을 진행하며, 모든 이들이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박물관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특히 특수학급 교육 과정과 상설전시를 연계해
박물관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교육적 포용성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수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문화 체험 교육 <세종의 친구, 한글 지킴이> 시범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특수학급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오감 만족의 시간
▲ <세종의 친구, 한글 지킴이> 시범 교육 현장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11월 17일 초등학교 특수학급을 대상으로 <세종의 친구, 한글 지킴이> 시범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서울 구일초등학교 특수학급 학생 10여 명의 뺨은 기대감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수업은 국립한글박물관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다. 교육을 진행한 박세희 강사는 “국립한글박물관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옛 물건들을 통해 알려주는 곳입니다.”라고 설명하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 내용을 안내했다. 수업은 백성을 위한 세종의 마음이 담긴 유물을 탐색하고 한글의 조형미를 표현해 보면서 한글문화를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강사진은 학생들에게 ‘한글 지킴이’라는 역할을 부여하고 이번 교육 활동을 ‘임무’라고 소개하였으며, 임무를 마치면 ‘지킴이 임명장’을 수여하며 집중력을 높였다.
먼저 강사들은 어부와 세종대왕으로 분장한 채 등장해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조선시대 백성들이 쓰던 언어와 나라의 글자였던 한자가 달라, 고통을 받았던 모습을 연극으로 재현했다. ‘禁漁令(금어령: 고기잡이를 금지하는 명령)’이 내려왔는데도 글자(한자)를 읽지 못해 고기를 잡다가 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 어부의 모습과 이런 상황에 놓인 백성을 안타까워하면서,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나랏말’과 동일한 ‘글자(한글)’를 만들기로 결심한 세종대왕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이렇게 연극을 통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를 소개한 뒤, 전시실에서 지켜야 하는 예절 사항을 반복해 언급하고 학생들과 함께 전시실 입구로 향했다.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 특수학급 학생들의 한글 만남의 장이 되다
▲ 상설전시와 연계 교육 활동 모습
본격적인 전시 탐방 전, 강사진은 특수학급 고학년과 저학년을 나누어 팀을 꾸린 후 전시실이 어둡다는 점, 미디어 아트로 인해 강한 빛이 보인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네! 선생님!’이라고 우렁차게 답한 학생들도 있었고, 낮은 조명에 몸을 움츠린 학생도 있었지만 한글과 관련된 흥미로운 전시물 덕분에 관람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어서 ‘훈민정음 33장 전시물’을 활용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반시옷(ㅿ)을 찾는 활동’이 시작됐다. 이번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돋보기로 반시옷, 즉 세모 모양의 한글을 찾아보며 마치 놀이처럼 한글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백성을 위한 세종의 마음이 담긴 유물, 훈민정음 해례본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진은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로, 이 해례본은 세종대왕이 직접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떤 소리가 나는지 설명한 책이에요.”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복사본 책을 직접 만지고 소리 내어 읽기도 하며, 한글 유물과 친밀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또한 ‘한글 28자 전시물’ 앞으로 이동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글자를 찾아보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세모 모양의 반시옷, 선 밑으로 동그라미가 함께 있는 여린히읗(ㆆ), 옛이응(ㆁ), 아래아(ㆍ) 총 4글자를 모두 찾은 뒤 한글 창제 후 500년 동안 달라진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으로 남다
▲ <세종의 친구, 한글 지킴이> 시범 교육 현장
마지막 활동은 ‘반짝반짝 한글 표현하기’였다. 형광 조끼를 입은 채 <나처럼 해봐요> 동요에 맞추어 한글 카드를 선택해 자신의 조끼에 붙이기도 하고, 몸으로 직접 움직이기도 하며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표현했다. 또한 카메라로 학생들을 담아, 스크린 화면에 거울처럼 비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한글을 온몸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신체 활동을 마무리한 뒤에는 ‘세종대왕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기념하며 지킴이 이름표를 제작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글 모양 스티커, 반짝이는 스티커 등을 사용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이름표를 직접 만들고, 그 이름표에 대해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등 하루를 기념하면서 수업을 마쳤다.
▲ 자문 회의 현장
이번에 살펴본 <세종의 친구, 한글 지킴이>는 한글의 역사를 익혀 인지 능력을 기르고, 훈민정음 창제 배경에 대해 익히며, 한글 체험을 통해 의사소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이다. 다만, 시범 운영되었기에 보완점을 듣고자 국립한글박물관은 특수교육 및 박물관 교육 전문가 2인을 초청해 현장에 동행하게 한 뒤,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동 발달센터를 운영하는 이경아 센터장은 특수학급 아동의 발달 사항에 더욱 적합한 지도법 등을, 서울역사박물관 교육대외협력과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개선점 등에 대해 의견을 주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진행하는 장애인 친화형 교육은 ‘장애’가 문화 소외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기관의 가치관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특수학급 및 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이 한글문화를 체험하고, 그 가치를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여 ‘한글의 보편적 가치’를 널리 전파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앞으로도 그 누구도 차별 없이 앎의 기쁨을 누리길 바라던 세종의 마음을 이어받아,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할 것이다.
미니 인터뷰
“모든 사람들이 박물관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
“현재 박물관 업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박물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는 특히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한 <세종의 친구, 한글 지킴이>는 한글 유물 탐색, 한글의 조형미에 대한 교육, 신체 활동 등을 포함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운영적인 면에서 약간의 보완을 거치면 내년에 더욱 향상된 모습으로 정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문화 소외 계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한희진(서울역사박물관 교육대외협력과 학예연구사)-
“특수학급 아동들에게는 박물관에서의 문화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아이들이 때때로 박물관의 규칙을 따르지 못하거나 설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고, 이는 특수학급 아동들의 문화 배제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렇기에 특수학급과 박물관이 함께 협력해서 정보를 나누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박물관을 방문하고 그 경험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아마도 이 아이들은 국립한글박물관에 다녀와서 가방에 스티커를 붙이며 오늘을 추억하겠죠. 이 프로그램이 중증 정도의 특수학급 아동들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며, 문화 소외를 사라지게 하는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 믿어요.”
-이경아(아동발달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