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장 먼저 접하는 교육은 한글 읽기와 한글 쓰기다.
어린이들에게 한글 교육은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한글 동화를 통해 어린이 한글 교육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신통방통 한글』의 저자 강민경 한양대학교 교수를 만나본다.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화 쓰는 작가이자 교수 강민경입니다. 한글로 만들어진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동화를 쓰며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신통방통 한글』은 어떤 책인가요?
뜻이 통하지 않는 인터넷 용어를 입에 달고 사는 세종이란 아이가 한글 캠프에 가서 한글이 만들어진 배경, 한글에 담긴 비밀, 한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신통방통 한글』을 쓰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평소 사람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편하지 않고 눈살이 찌푸려지더라고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도 있고, 무조건 줄여서 쓰기도 하고, 잘못 말하기도 하고, 예쁜 말보다는 비속어를 많이 쓰기도 하고요. 이대로 있다간 한글이 무너지는 것이 시간문제겠구나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의 주 독자층이 어린이라 더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나요?
주로 책을 읽는 독자가 어린이라 순수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고 나쁜 것을 잘 구분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거부할 건 거부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키울 수 있길 바랐어요. 어린이들 마음에 감동을 주어, 스스로 한글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린이들의 한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릴 적부터 외국어 교육만 너무 힘쓰시는 부모님이 많으신데, 우리 한글이 먼저 준비되지 않으면 외국어도 절대 잘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한계에 부딪히게 돼요. 바르고 고운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알고 우리 한글부터 잘 배워놔야 다른 나라의 언어도 잘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온전히 담겨 있기 때문에, 언어가 무너지면 문화도 무너집니다. 한글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외래어, 줄임말 등의 한글 파괴 현상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너무너무 아프게 생각합니다. 물론 언어는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변하고 없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신조어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하게 변형하거나 비속어로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외래어도 무조건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언어는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우리말과 한글이 점점 사라져서 다른 나라의 말과 글 대체되면 너무 슬픈 일 아니겠습니까?
최근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요즘은 문자보다 동영상이 훨씬 익숙한 세대가 되었지요. 그러면서 글을 읽고 그 안에 담긴 뜻을 스스로 사유하고 상상력을 펼치는 힘이 매우 약해졌어요. 까만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종이로만 보여서 읽어도 그 뜻이 들어오지 않고 오래 읽어내는 힘도 약합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다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내적 힘을 키우고 다지는 일입니다.
몸에 근육과 힘이 필요하듯이 마음에도 근육과 힘이 필요한데, 그 영양소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독서가 습관이 되지 않았다면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원전인 책부터 읽고 비교해 보세요. 게임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을 찾아봐도 좋습니다. 처음부터 두껍고 어려운 글을 읽으려 하지 말고 짧고 쉬운 책부터 도전해 보세요. 어느새 독서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을 겁니다.
『신통방통 한글』과 관련한 일화나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신통방통 한글』로 인해 국립한글박물관과 이렇게 만난 것이 이 책과 관련된 가장 큰 일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 말과 글이 아주 예쁘고 발음도 쉬워서 배우기 쉽다는 이야기를 외국인 학생들에게 많이 듣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한글을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뿌듯합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영어를 잘한다는 것에만 자부심을 느끼지 말고, 우리 한글을 잘 쓰고 유창하게 말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글로 된 문학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은 사람이라, 앞으로도 꾸준히 그런 일을 할 것 같습니다. 좋은 동화를 쓰고 연구하고, 그것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도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언젠가는 우리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글은 제게 ‘맑고 시원한 물’과 같습니다. 늘 곁에 있어서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꼭 필요한, 언제 봐도 고마운 존재가 한글입니다. 제 생각을 시원하게 다 표현할 수 있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해주니까요. 또 다른 사람의 생각도 볼 수 있으니 많이 배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주 예쁘기까지 하니, 더욱 고맙지요. 이 예쁜 한글이 깨끗하고 시원함을 간직하도록 저와 여러분이 함께 지켜주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 강민경 교수)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