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박웃음

124호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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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배경에 건물이 그려져 있고, 건물 큰 간판엔 돼지 그림과 함께 ‘매일푸줏간, 돼지고기 소고기’라고 적혀있다. 아래 작은 간판엔 ‘떡볶이잘하는집’이라고 적혀있으며, 오른쪽 작은 간판엔 ‘청춘한잔’이라고 적혀있다. 건물 앞 왼쪽엔 남성 2명, 오른쪽엔 여성 2명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글 이모저모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 속
빛나는 한글 상표와 간판

최근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체나
상표 이름이 외국어로 된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외국어 간판들이 즐비한 광경을 볼 수 있는데요.
이와는 달리 한글을 아름답게 사용해 화제가 된 곳들이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말과 한글로 지은 상호, 상표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나들가게’, ‘아침햇살’ 등 우리말 우수 상표

지난 10월 특허청은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수상작 7점을 발표했습니다. 특허청은 매년 이맘때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로 만든 상표를 뽑아 시상하고 있는데요. 이 대회는 외국어 상표와 무분별한 디지털 약어·은어·속어들 속에서, 친근하면서도 부르기 쉽고 세련된 우리말 상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개최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8회 우리말 우수상표 수상작] 상품명

상장 종류 상표명 대표 지정상품
아름다운
상표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아름다운 상표 수상작 ‘나들가게’의 로고 사진이다. 초록색으로 쓰여진 글씨 위에 보라색, 자주색, 다홍색 깃털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간이식당업,
간이음식점업,
관광음식점업,
다방업, 레스토랑업 등
고운
상표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고운 상표 수상작 ‘아름다운 가게’의 로고 사진이다. 글씨 왼쪽에 회색으로 꽃 형상이 그려져 있다. 기부금모금업

(기부물품 판매를 통한) 등
정다운
상표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정다운 상표 수상작 ‘아침햇살’의 로고 사진이다. 가래떡, 구름떡,
찹쌀떡,
빙과용셔벗,
아이스크림, 빙과등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정다운 상표 수상작 ‘고슬고슬 비빈’의 로고 사진이다. ‘비빈’은 초록색으로 굵게 쓰여 있고, 아래엔 조그만 점 여러 개로 이뤄진 원 형상이 6개 그려져 있다.
관광음식점업, 스낵바업,

서양음식점업,
셀프서비스식당업 등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정다운 상표 수상작 ‘사랑에 빠진 딸기’의 로고 사진이다. 빙과, 빵,
아이스 밀크,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콘,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정다운 상표 수상작 ‘기죽지마’의 로고 사진이다. 마를 함유한 음료,
음료용
가공된 참마진액,
음료용 참마분말 등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정다운 상표 수상작 ‘꿈비채’의 로고 사진이다. 꿈비채가 주황색 굵은 글씨로 세로로 쓰여 있고, 아래 위로 주황색 별이 그려져 있다. 건물분양업,
부동산분양업,

주택건축 및 수리업 등
▲ ‘제8회 우리말 우수 상표’ 수상작 (사진 : 특허청)

대상 격인 ‘아름다운 상표’에는 간이식당업·간이음식점·관광음식점업 등에서 사용하는 상표인 ‘나들가게’가 뽑혔습니다. 이어 ‘고운 상표’에는 기부금 모금 업종인 ‘아름다운 가게’가 선정됐으며, ‘정다운 상표’에는 ▲아침햇살(떡, 빙과 등 판매) ▲고솔고슬 비빈(관광음식점업 등) ▲사랑에 빠진 딸기(빙과, 빵 등 판매) ▲기죽지마(마 함유 음료 등 판매) ▲꿈비채(건물·부동산분양업 등) 등 다섯 점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말 우수 상표’ 이전 수상작들 사진이다. ‘배또롱’, ‘예쁜음자리’, ‘머리에봄’, ‘채세움’의 로고 사진이다. ▲ 이전 수상작들 (사진 : 특허청)

이전 수상작 중에서도 빛나는 우리말 상표가 많이 있는데요. 지난해 ‘아름다운 상표’ 수상작으로는 신선한 과일 도소매업 ‘배또롱’이 있었고, 이전에는 ▲머리에봄(두피관리업·미용서비스업 등) ▲예쁜음자리(음악학원 경영) ▲채세움(건축용·가공 목재 등 판매) 등 다양한 분야의 우리말 상표들이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더위사냥, 빙그레, 잘풀리는집, 비비고 등 우리에게 익숙한 상표들도 수상작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외국어 간판보단 한글 간판!

우리말 상표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된 간판이 즐비한 길거리에서 아름다운 한글 간판으로 매력을 뽐내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 기관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이름 찾기’를 통해 80개 업장의 이름을 선정해 발표했는데요. 4,500여 가게 이름을 대상으로 서류, 전문가 심사를 거쳐 80개를 선정한 후 응답자 1,000명에게 선호도를 물어 순위를 매겼습니다.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이름 찾기’ 수상작들 4분할 사진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막끌리네’, ‘다 때가 있다’, ‘바라던바다’, ‘죽이잘맞아’ 가게의 사진들이 있다. ▲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찾기’ 수상 가게 간판 (사진 : 한국리서치)

1위는 막걸리를 판매하며 ‘매우 끌린다’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막끌리네’가 선정되었습니다. 이어 목욕탕 ‘다 때가 있다’, 죽 전문 판매점인 ‘죽이잘맞아’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습니다. 아름다운 해변과 여행자의 마음을 잘 담은 숙박업(펜션) 이름 ‘바라던바다’는 4위에, 미술의 상징적인 표현을 잘 활용한 미술학원 이름 ‘손으로 그리는 세상’은 5위에 오르며 뒤를 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말을 사용해 응답자들을 사로잡은 가게들이 많았는데요. ▲달드라(과일 판매) ▲고래고래(노래방) ▲요꽃봐라(꽃집) ▲어깨 쭉 피자(피자 판매) ▲또렷(안경 판매) ▲곱씹어봤소(곱창 판매) ▲꼬메꼬메(의류 수선) 등이 상위권에 오르며 응답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간판 규정, 어떻길래?

그렇다면 간판을 설치할 때 규정은 어떻게 돼 있을까요?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 예외 사례가 많아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푸른 하늘에 흰색 벽돌로 만든 건물이 그려져 있다.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엔 빨간색 간판이 있는데,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서는 상표 등록이 외국어로 된 경우. 외국 문자로 표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요. 간판 면적이 5㎡ 이내면서 3층 이하에 설치될 시에도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지자체에서 직접 현장을 가보지 않는 이상 규정 시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지자체별 혹은 자치구별로 기준이 다른 경우도 존재해 사실상 외국어 간판을 규제하는데 실효성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외국어 사용이 점점 잦아지는 가운데
우리 말과 글로 아름답게 구현해 낸 상호, 상표들을 만나봤는데요.
외국어보다는 우리 말과 글을 사용하는 사례가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